[대한적십자사 국감]A형간염·말라리아 감염 혈액 시중 유통..검사과정도 '구멍'
A형간염 보균자나 말라리아 감염자의 혈액이 버젓이 유통되는 등 혈액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대한적십자사가 헌혈자들의 병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혈액을 모은 뒤 수혈해줬기 때문이다.
4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국정감사에서 최영희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은 2008부터 지금까지 총 14명의 A형간염 보균자가 헌혈했고, 이 혈액을 30대 임산부 등 2명이 수혈받아 A형간염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형 간염은 대부분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지만, 20세 이상의 성인에게는 급성간염 등 한 달 이상 입원이나 요양을 해야 하는 심각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만성 간 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간염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돼 혼수상태로 빠질 수 있다.
문제는 A형간염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잠복기에 헌혈할 경우 가려낼 방법이 없다는 것. 헌혈 후 A형 간염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혈액원에 알리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영희 의원은 "중증 질환자가 수혈을 받을 경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문진강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말라리아 감염 위험 혈액이 헌혈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은 "헌혈 혈액에 대해 말라리아 검사를 하지 않아 언제든지 수혈로 인한 말라리아 감염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원 의원에 따르면 말라리아 감염 위험이 있는 헌혈 부적격자들이 헌혈한 건수가 2009년부터 지난 8월까지 2064건에 달했다. 이 혈액을 수혈받아 말라리아에 감염된 사례도 1997년부터 2008년까지 12건 있었다는 설명이다.
'말라리아'는 수혈감염위험도 1군으로 분류된 병원체다. 수혈감염 발생사례가 보고된 적 있거나 세계적으로 수혈감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법적으로 간염이나 에이즈처럼 헌혈 혈액검사 대상이 아니라 오로지 사전 문진에 의존해 헌혈 부적격자를 걸러내고 있다는 게 원 의원의 주장이다. 헌혈자들이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여행했거나 병력이 있는 것을 문진할 때 말하지 않는 경우 걸러내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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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의원은 "문진만으로는 말라리아 수혈감염을 차단할 수 없다"며 "다른 1군 병원체처럼 말라리아에 대해서도 헌혈 혈액 검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혈된 혈액을 검사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많았다. 적십자사는 유효기간이 최대 7개월이나 지난 생리식염수를 사용해 세척 적혈구제제를 제조하거나, 불량 진단시약으로 C형간염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전라북도혈액원이 세척적혈구에 유효기간이 7개월이나 지난 생리식염수를 사용했다"며 "확인한 후에도 14일이나 늦게 보고했다"고 늑장 대응을 질타했다.
세척적혈구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알러지 반응을 제거하기 위해 적혈구의 항원 등을 세척한 적혈구 제제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지난 생리식염수를 사용할 경우 오히려 균이 침입해 환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
헌혈된 혈액의 C형간염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데 사용해 온LG생명과학'LG HCD Confirm' 진단시약은 부적합 판정을 받아 이를 사용해 진단한 부적합한 혈액이 유통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C형간염 감염 여부를 95.1% 밖에 잡아내지 못해 C형간염에 감염된 혈액을 정상혈액으로 잘못 진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적십자는 2007년부터 2011년 6월까지 5년 동안 이 시약만 사용해 혈액 1만7002건(유닛)을 검사했다. 따라서 833건의 C형간염 의심혈액이 정상 혈액으로 유통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설명이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적십자사의 잘못된 혈액관리로 인해 수혈로 C형 간염에 걸린 사람이 발생했을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역학조사를 실시해 해당 혈액을 수혈 받은 사람들이 정말로 C형간염에 걸렸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