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붕괴 20주년 평가..주한-주일 대사 지낸 아시아 전문가

1992년부터 주한 러시아 대사를 지내고 북핵 위기가 고조된 1994년엔 러시아 외교부 차관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알렉산드르 파노프 전 차관(67·사진)은 소련의 붕괴가 경제체제의 우월성 논쟁을 종식시킨 반면, 양극체제가 무너지면서 핵확산과 같은 지역별 분쟁 위험은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소련 해체 20주년을 맞아 방한한 파노프 전 차관은 지난 18일 한국슬라브학회·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주최 학술대회에 참석, 기조연설과 머니투데이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봉쇄정책과 군비 경쟁이 1991년 소련 붕괴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많은 부분은 소련의 경제 부진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의 정부기구가 전적으로 통제하는 경제 모델은 가격변동에 따른 시장 메커니즘을 죽였다"며 "그런 차원에서 소련 경제의 실패는 '어떤 경제 체제가 나은가-시장 자본주의냐 국가 사회주의냐' 하는 논쟁을 이론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끝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소련 붕괴와 옛 구성국들의 자본주의 도입 결과 전세계에 시장경제 영역은 급격히 넓어진 반면 국가 사회주의는 극소수 나라에만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파노프 전 차관은 소콜로프 초대 주한대사에 이어 1992년 2대 대사로 한국에 부임했다. 1994년 귀국, 러시아 외교부 차관에 올랐으며 1996년 일본대사로 부임하는 등 아시아 문제에 정통하다는 평가다. 그가 주한대사로 있던 92년 11월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 '한·러 기본관계 조약'을 체결하며 양국 관계가 궤도에 올랐다.
그는현대차(465,500원 ▼5,500 -1.17%)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지 생산을 양국 경제교류 확대의 대표적 사례로 들고 남·북·러 가스관이나 철도 건설에도 양국이 긴밀히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찾을 때마다 서울이 급속히 바뀌는 것, 자동차가 늘고, 새로운 건물이 건설되는 것에 놀란다"며 "한국은 모든 면에서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고 특히 역동성(다이내믹)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게서 그런 역동성을 많이 느낀다"며 다만 한·러 두 나라의 젊은이들이 지금보다 서로를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학자 기업인 문화인들까지 인적교류가 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러시아 대학들의 한국어 과정 개설, 국내 대학의 러시아어 프로그램 확대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