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전기히터 하나 틀었는데 전기료 100만원?

집에서 전기히터 하나 틀었는데 전기료 100만원?

정진우 기자
2011.12.15 06:50

[올 겨울 또 '전력대란' 온다]<하>전력수급 안정, 전기요금 현실화가 '답'이다

↑ 전기온풍기와 스토브에 붙여야 할 스티커.
↑ 전기온풍기와 스토브에 붙여야 할 스티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사는 회사원 김용민(39세, 가명)씨는 지난 1월 초 TV홈쇼핑 광고를 보고 전기히터(3000w, 30㎡용)를 구입했다. 이례적인 한파 탓에 가스보일러만으로 난방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전기히터가 에너지효율이 높아 전기료 부담이 얼마 안 된다는 홈쇼핑 광고를 별 의심 없이 믿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본 김 씨는 깜짝 놀랐다. 평소 전기요금의 여섯 배가 넘는 요금이 나온 것이다. 월평균 4만∼5만 원의 전기 요금을 냈는데, 전기히터를 하루 평균 6시간 정도 사용했더니 33만 원이 넘는 엄청난 전기료가 청구됐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되는 누진제 탓이었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를 높이는 제도다. 현재 1~6단계로 이뤄졌으며, 최고 11.7배에 달하는 요금이 부과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3000W 짜리 전기히터는 컴퓨터 20대를 동시에 사용하는 전력이 들어간다"며 "일부 홈쇼핑의 과장 광고만 보고 전열기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전기요금 폭탄을 맞고 있다. 보통 3∼4만원 내던 전기요금이 40∼50만원, 심지어 100만 원을 넘었다는 피해신고가 지난겨울에 많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전기 난방기 판매가 급증하는 요즘 같은 겨울철에 쉽게 볼 수 있는 사례다. 석유나 가스 등 다른 에너지보다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보니, 너도나도 전기 난방기를 구입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2인용 전기장판은 약 200W, 선풍기형 전기히터는 약 800W, 크기가 작아 발밑에 두고 쓰시는 전기온풍기도 약 1000~2000W를 소비한다. 선풍기의 소비전력이 약 50W임을 감안하면 선풍기형 전기히터는 선풍기 16대를 동시에 돌릴 때 소비되는 전력이 들어가는 셈이다.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전열기 등에 대해 '소비자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지식경제부도 앞으로 전기온풍기나 전기스토브 등 전기 난방기기에 월 평균 전기요금을 명시한 스티커를 부착하도록 하는 '에너지비용 표시제'를 시행키로 했다. 이를 어긴 업체는 최고 5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예컨대 전기온풍기에 '한 달 전기요금은 20만1000원 입니다'와 같이 표시를 해야 한다. 현재 전기온풍기는 전국에 120만 대가 보급돼 겨울철 총 전력 사용량의 6%, 전기스토브는 640만 대로 4%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추운 겨울 전기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통상 여름철에 집중됐던 최대 전력수요가 겨울철에 발생하고 있다. 난방용 전력수요는 지난 2004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겨울철 전체 전력수요 중 난방용 전력수요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18%에서 2010년엔 25%를 넘어섰다.

지식경제부와한국전력(46,950원 ▼1,350 -2.8%)은 이 같은 현상의 근본 원인을 '저렴한 전기요금'에 있다고 보고 있다. 전기요금이 싸다보니 사람들이 전기를 함부로 쓴다는 것. 실제로 국내 전기료의 원가회수율은 90%다. 즉 100원어치 전기를 팔면 10원을 손해 볼 정도로 원가 이하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지경부는 이러한 왜곡된 가격 시스템을 바로 잡기 위해 전기요금 현실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 전기요금을 평균 4.9% 올린데 이어, 지난 2일에도 평균 4.5% 인상했다. 전기요금이 1년 동안 두 번 오른 것은 지난 1981년 석유파동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경부는 9·15 정전사태도 값싼 전기요금이 불러온 참사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이 필수적이란 입장이다. 강추위가 예상되는 올 겨울에 전력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가격 기능에 의한 전력소비 감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경부는 이번 전기요금 조정으로 144만㎾의 전력을 감축하고 발전소 건설비용 1조10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소비자물가에는 영향이 없고 생산자 물가는 0.116% 상승, 제조업체 원가는 0.076%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재훈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단계적으로 전기요금 현실화와 피크요금제 확대 등을 통해 전력과소비와 에너지 소비구조 왜곡 현상을 개선할 방침"이라며 "원가수준에 맞추려면 전기요금을 앞으로도 몇 차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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