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알화 급락+금리 인하에 수익률 악화.환헤지도 안돼 원금손실 위험도
'한국인들의 노후는 브라질이 좌우한다?' 퇴직연금 펀드와 월지급식 펀드 자금을 대거 끌어 모았던 브라질 채권펀드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은퇴자금 운용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 초 퇴직연금 운용 상품으로 해외채권형 펀드를 택한 직장인 이 모씨(38세)는 요즘 마음이 편치 못하다. 펀드 투자구성을 살펴보니 이 씨가 가입한 해외채권형 펀드가 브라질채권을 집중적으로 편입하고 있었다. 연 8%의 안정적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말을 믿고 투자했지만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45%로 채권형 펀드 평균 수익률 2.57%을 밑돌고 있다.
"이래서야 노후자금이 마련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는 이씨는 "판매사 직원이 가입 시점에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브라질채권펀드는 안정적이면서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부각돼 은퇴자금을 관리하는 퇴직연금과 월지급식 펀드 등의 운용사들이 앞다퉈 편입하고 판매했었다.
올해 전체 국내 펀드에서는 16조원의 자금이 이탈했지만, 브라질채권이 편입된 펀드는 은퇴자금이 몰리면서 오히려 1조4000억원이 유입됐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브라질 헤알화가 약세를 보이고 금리가 떨어지면서 고수익은 고사하고 원금 손실의 위험까지 우려해야할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높은 이자를 미끼로 금융사들이 불완전 판매를 했는지 여부를 파악중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퇴직연금 펀드인 '프랭클린템플턴 퇴직연금 글로벌'의 최근 3개월, 6개월 수익률은 각각 -1.45%, -0.21%를 기록하고 있다. 노후에 매달 꼬박꼬박 월급식으로 수익을 돌려주겠다며 설정된 '프랭클린템플턴 월지급 글로벌채권'과 '미래에셋 퇴직플랜 글로벌다이나믹자 1[채권]종류C'의 3개월 수익률도 -0.13%, 0.32%이다. 채권형펀드의 평균 3개월, 6개월 수익률이 각각 1.13%, 2.57%인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프랭클린템플턴 글로벌 채권'과 '미래에셋퇴직플랜글로벌다이나믹'펀드의 브라질 채권 투자비중은 각각 4.18%, 3% 수준이다.
브라질채권 편입 비중이 높은 펀드들의 수익률은 더욱 심각하다. '산은삼바브라질 자[채권]C 1' 채권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7.98%이며, '미래에셋맵스브라질멀티마켓자 H[채혼-파생]종류A'는 -11.75%를 보이고 있다. 이들 펀드의 브라질채권 편입 비중은 무려 77%, 3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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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채권 관련 펀드 수익률 하락은 최근 2년 사이에 급격하게 상승했던 헤알화 가치가 올들어 급락한 탓이 가장 크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지난 23일 달러당 1.85헤알을 기록해 7월 말(1.53헤알)에 비해 가치가 18% 이상 추락했다.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자 대표적인 헤알화 자산인 브라질 국채의 가치도 동반추락한 것.
한 증권사 관계자는 "헤알화 가치가 예상 외로 하락하면서 환리스크가 발생, 이자나 원금에 손실이 생기게 됐다"며 "국내에서 판매된 브라질채권 상품은 대부분 환헤지가 안 돼있어 손실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하락도 브라질채권펀드 수익률 저하 요인이 되고 있다. 김용희 현대증권 리서치팀장은 "브라질 정부에서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가고 있어 과거와 같은 20%대의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게 됐다"고 말했다.
브라질 경제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으로 전문가들은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해 왔다.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는 외화 자본을 유입시켜 헤알화 가치 상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된 지난 8월말 브라질이 예상을 깨고 금리 인하를 단행하자 헤알화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리인하는 높은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정부가 경기 둔화 우려를 더욱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수익률이 저조하자 투자자들도 발을 빼고 있다. 올해 1월 한달간 2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산은삼바브라질' 채권펀드에서는 9월 12억원이 빠져나갔고 이후부터 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브라질멀티' 채권펀드에서도 10월 19억원이 빠져나간뒤 자금 유출세를 지속하고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 퇴직연금 글로벌' 펀드도 8월 자금 유출세로 전환했고 '미래에셋 퇴직플랜 글로벌다이나믹' 펀드에서도 10월부터 자금 유입이 끊겼다.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심화된 이후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자 브라질 채권 판매를 아예 잠정 중단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퇴 후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펀드는 특히 분산투자, 안정화를 추구해야하는 만큼 특정 국가 채권에 과도하게 포트폴리오가 집중돼서는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