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민의 펀톡(Fund Talk)]
"세상에 반품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게 바로 '결혼'하고 '금융투자 상품'이야. 결혼하고 나서 배우자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결혼 안 한 걸로 무를 수도 없고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해서 손실이 났다고 없었던 일로 취소할 수도 없잖아."
"주식이야 내가 판단하고 매매하는 거라 투자자 탓으로 돌릴 수 있지만 펀드는 판매사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생각해. 고객을 봉으로 알고 마구잡이식으로 펀드를 팔았던 2006년, 2007년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충분하게 설명을 안 해주고 상품에 가입시키게 하는 불완전 판매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데... 투자해보고 맘에 안 들면 반품이 가능한 상품은 없는 걸까?"
지난달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나온 얘기들이다.
2006년과 2007년. 펀드가 유행처럼 번지자 일단 팔고보자는 식의 판매 마케팅으로 은행들은 두둑한 펀드 판매비용을 챙겼다. 주식시장이 좋으니 펀드 수익률도 좋았고 원금이 깨질 수 있다는 리스크는 뒷전이었다. 펀드 호황기 때는 금융당국에서의 단속도 적어서 불완전 판매가 더욱 많았다.
문제는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불거졌다. 불완전 판매는 펀드사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나이든 고객들의 노후 자금이, 내 자녀의 학자금이, 내 결혼 비용이 원금 손실을 넘어 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는 깡통 수준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펀드 판매 시 모든 약관을 설명하고 판매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인식시켜 고객 특성에 맞는 상품을 권유해야하지만 대부분의 절차는 생략 되고 '좋은 상품, 괜찮은 안전한 상품'이라고 권유하는 불완전 판매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불완전 판매 민원사례도 1년 사이 10배나 증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 대상의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은 2008년 한 해 동안 2023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7건에 불과했던 2007년에 비해 926.9% 급증한 것.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당국에서는 불완전 판매 여부를 집중 점검하기 위한 특별검사를 실시,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펀드 가입절차 강화 등의 제도를 내놓으면서 불완전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우리투자증권이 LIG건설이 부도나기 직전에 기업어음(CP)을 판매해 투자 손실을 발생시켜 소송에 휘말렸다. 법원은 LIG건설 CP를 판매한 우리투자증권이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손실의 60%를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고위험 투자 상품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줘야 하는데 안전성을 강조한 반면 위험성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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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월지급식 펀드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광고할 때 '월급처럼'이나 '예금처럼' 등의 용어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 또 미스터리쇼핑(암행 감시) 범위를 주가연계증권(ELS)과 브라질채권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아무리 금융당국에서 불완전 판매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형사처벌 등의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아도 뿌리 뽑히지 않는 것이 불완전 판매다.
결국 불완전 판매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환불, 반품할 수도 없고 쓰다가 맘에 들지 않으면 내다 버릴 수도 없는 것이 금융투자 상품이다. 결혼을 무를 수 없어 신중하게 선택하는 만큼 금융투자 상품에 대해서도 투자자가 가입 전에 분석하고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한다. 판매사 직원의 말을 참고로 자기 성향에 맞는 펀드인지 아닌지 고려하고 어디에 투자되고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쯤은 살펴야 실패 확률이 적다. 반품이 가능한 상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