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월세도 못내고 굶어 죽을 지경입니다”
강남에서만 30년째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공인중개사의 말이다. 사정은 강남지역의 다른 부동산들도 마찬가지다.
예로부터 12월에서 2월은 자녀들의 방학을 이용해 3월 개학 전까지 학군이 좋은 ‘강남’지역으로 이사하려는, 일명 ‘학군수요’의 영향으로 이 지역 부동산들의 ‘대목’으로 여겨져 왔다.
넘쳐나는 수요에 덩달아 전셋값이 오르면서 결국 서울 전체의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져 해마다 이시기 ‘강남 전셋값’은 늘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요주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우리 경제에 짙게 드리운 ‘불황’의 그림자는 강남도 비껴가지 못한걸까. 전셋값이 오르기는커녕 문의하러 찾아오는 손님마저 뚝 끊겼다는게 강남 부동산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거래가 없으니 이지역의 높은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 더 이상 '강남은 없다' 학군 수요 사라져
비교적 소형평수가 많고 대치동 학원가와 도보로 이동 가능하다는 이점 때문에 학부모들의 선호 1 순위 리스트중 하나로 꼽히는 ‘도곡 렉슬 아파트’도 전용면적 85㎡형이 현재 6억 2000만원 정도로 지난 12월 7억원에 비해 8000만원이나 하락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84㎡)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전세금이 3억1169만원에서 1월에는 2억8111만원으로 3000만원가량 하락했다. 2010년과 지난해에는 1.7%와 1.6%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극히 이례적이다.
도곡 렉슬, 대치동 아이파크, 등을 주거래로 하는 도곡동 H 부동산의 이 모씨(60)는 최근 강남지역부동산 경기의 침체 원인에 대해 조심스럽게 “불황도 불황이지만 이제 더 이상 학군 수요가 없어 진 것이 원인인 것 같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혁신학교가 지역별로 골고루 생기면서 굳이 값만 비싼 ‘강남 학군’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물수능’이라 불릴 만큼 쉽게 출제돼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내신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불난데 기름 붓는 격’이 돼버렸다는 분석이다.
독자들의 PICK!
강남 부동산 경기의 침체는 전세 보다 매매시장이 더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6년 경력의 대치동 B부동산의 전모씨(54)도 “이상하게 1월 달부터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집을 팔아 달라는 사람만 있을 뿐 보러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융자로 집을 구매한 사람들 중에서는 이 지역의 높은 물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손해를 보고서라도 팔려고 하는데 반해 들어오려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박원순 정책은 너도 죽고 나도 죽자는 식” 얼어 붙은 개포지구

강남 지역 중에서도 유독 악재가 겹친 개포지구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서울시의 이른바 '소형주택 50%룰'이 공론화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매매가는 주공 5단지가 7억 5000만원 정도로 1년 전에 비해 1억부터 1억 5000만원 가까이 떨어졌다. 고작 3개월 전인 작년 12월 가격과 비교할 때도 5000만원 가까이나 하락한 가격이다. 당초보다 배 이상 소형주택을 많이 지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염려가 반영된 것이다.
H부동산의 전 모씨 (63)는 “박원순 시장은 자신은 60평대 살기 때문에 10평,13평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른다”면서 “희망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왔던 원주민들은 박 시장 때문에 절망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시장의 정책은 ‘너도 죽고 나도 죽자’는 식으로 가난한 사람도 돈 있는 사람도 다 죽게 만드는 것”이라며 “박시장 때문에 강남 뿐 아니라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 얼어붙었다”고 덧붙였다.
정명진(48) 개포동 베스트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금도 한 분이 집을 팔려고 전화했다가 시세를 듣고는 화를 내며 끊었다”면서 “이것이 현실인데 주민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의 소형건설 비율 확대 요구에 대해 “실질적으로 이미 소형 평수의 다가구 주택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많이 공급됐기 때문에 굳이 일반 아파트까지 작은 평수 위주로 짓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무조건 소형으로 50%로 지어라 한다면 중·대형에서 살고 싶어하는 욕구를 맞추지 못해 반대로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중대형 평수가 더 오르는 또 다른 형태의 ‘부동산 버블’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강남’ 보다는 낫지만 ‘강북’도 조용하긴 마찬가지

깊은 침체의 나락으로 빠진 강남지역 부동산에 비하면 좀 낫지만 거래가 없기는 강북 지역도 마찬가지다.
마포구 성산동 해오름 공인중개사무소의 장미화(50)씨는 "봄 이사철을 앞두고 있지만 하루 1~2명 정도 다녀가면 많이 다녀가는 것"이라며 "그것도 대부분 집을 팔고자 오는 손님"이라고 말했다.
매매 뿐 아니라 전세시장도 조용하다.
노원구 상계동 서울부동산의 이한규(45)대표는 "작년 초부터 급등했던 전셋값이 올해 들어 보합세를 보이며 한풀 꺾였다"면서 "거래도 별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있는 신혼부부 수요는 깨끗한 새아파트나 주상복합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만 해당되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부동산랜드 상암점의 임옥선(50) 공인중개사는"강북 지역은 요즘들어 특별히 어려운게 아니라 작년부터 이미 시작된 불경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그래도 강남에 비해서는 거래는 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강남에 비해 비교적 강북지역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역시 "강남지역의 학군수요가 없어지면서 투자가 아닌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