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들, 러시아·카자흐스탄 등으로 속속 진출

국내 중소병원들이 '병원 수출'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덩치가 큰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들의 병원 수출이 지지부진한 것과 비교해 의미 있는 성과다.
진출방식도 자비를 들여 해외에 병원을 차리던 기존 방식에서 말 그대로 돈을 받고 해외에 병원시스템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엔 프랜차이즈 기법을 응용해 경영 노하우와 시스템을 판매하는 브랜드 수출도 등장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병원 수출에서 실질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곳은 규모가 큰 대학병원이 아니라 세종병원, 명지병원 등 중소병원들이다.
중소 병원들이 병원 수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대형 대학병원에 비해 몸집이 작고 '공공성'의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병원 관계자는 "오너 경영 체제가 아닌 대형대학병원은 학교법인을 통해 운영되는 만큼 병원 수출 과정에서 진행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보통 MOU 체결 이후 7부 능선까지는 잘 올라오는 데 마지막에 얘기가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세종병원, 프랜차이즈식으로 카자흐스탄 진출=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병원 브랜드 수출 계약을 체결한 세종병원은 오는 5월 카자흐스탄 병원 기공식을 앞두고 있다.
'병원 브랜드' 수출은 프랜차이즈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해외 현지에 한국의 세종병원과 시설, 장비, 시스템 등이 같은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일정한 비용을 받는 것이다. 의료기술도 전수해주고 설립에서 운영까지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벤처기업을 인큐베이팅하는 것과 유사하다.
세종병원은 특화된 심장 질환 관련 의료 기술을 해당 병원 의료진에게 직접 전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 카자흐스탄 의료진을 한국으로 초청해 의료기술과 서비스 교육을 진행한다.
이후 현지 병원 운영이 안정화되면 세종병원은 수익의 일정부분을 매년 로열티로 받게 된다. 세종병원 관계자는 "연간 50억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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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병원, 러시아에 건강검진센터 합작=명지병원은 오는 8월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모자보건병원에 명지국제건강검진센터를 개설키로 하고 다음 주부터 시설 리노베이션(증·개축)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에 개설하는 센터는 연해주정부에서 건물, 시설, 인력 등의 제반 비용을 부담하면 병원이 장비, 운영 및 진료 시스템을 담당하는 합작 법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건강검진센터가 개설된 후 병원은 센터 운영에서 나오는 수익을 가져올 수 있게 된다. 명지병원 관계자는 "건강검진 비용은 150~300달러 정도로 다양하게 구성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가정의학과, 심장내과 전문의 2명과 간호사 3명 정도가 현지로 파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병원 측은 현지 건강검진 수요를 고려할 때 초기 투자비용인 50억원 정도를 5년 안에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명지병원은 지난해 8월 병원 수출을 전담하는 '국제협력단'을 구성했다. 종합상사에서 해외무역을 담당하던 이들을 스카우트 해 수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환자 유치 효과도 노려=병원 수출을 통해 중소 병원들은 해외 환자 유치의 효과도 볼 수 있다. 명지병원 관계자는 "심장센터와 건강검진센터 중 가능성을 타진하다가 건강검진센터를 개설했다"며 "의료관광의 효과를 보기에 건강검진센터가 더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국내 의료 환경에서 해외 병원 수출이 중소병원들의 생존 수단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성공사례도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소형 병원인 우리들병원은 해외 병원 개설을 통해 매년 외국인 환자가 3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러시아 환자가 457% 증가했고 이로 인한 매출액 상승이 1508%에 달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계속되면서 병원들이 해외 환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