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폭행녀, 임신부 폭행녀, 된장국물녀, 지하철 막말녀, 지하철 담배녀-5호선 맥주녀, 버스무릎녀, 분당선 대변녀. 2012년 만 해도 이렇게 많은 '○○녀' 사건이 인터넷 공간을 달구고 있다.
온라인상에 관련 사진과 동영상이 게재되면, 이들 '○○녀'에게는 무차별적인 비난 폭격이 가해진다. 나중에는 사건의 진상이 처음 게시물의 '폭로'와는 다르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한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이러한 '○○녀'들이 난무하게 됐을까. '○○녀'의 조상격이라고 할 수 있는 2003년 '딸녀' 이야기로 시작해 시대별 '○○녀'들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녀' 시리즈의 조상격이라고 할 수 있는 2003년 '딸녀'는 '딸기녀'의 줄임말이다. 디시인사이드에 게시된 한 미모의 여성의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딸녀' 현상이 시작됐다.

사진 속 여성은 양손에 딸기를 하나씩 들고 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이 여성이 네티즌 사이에서 유명 여자 연예인을 닮았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딸녀의 표정을 갖가지 형태로 변화시켜 새로운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다. 딸녀는 네티즌 사이에서 가장 유행하는 합성 사진 주인공으로 부상하면서 '딸녀 폐인'을 양산하기까지 했다.
'딸녀' 이후 '○○녀' 시리즈는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뉘어 전개됐다. '딸녀'처럼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녀'와 '된장녀'와 '개똥녀'처럼 비난의 대상이 되는 '○○녀'들이다.

2005년을 대표하는 '○○녀'는 '된장녀'와 '개똥녀'다. '된장녀'는 웬만한 한 끼 밥값에 해당하는 스타벅스 커피를 즐겨 마시며 해외 명품 소비를 선호하지만, 정작 자신은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기에 부모나 남성의 경제적 능력에 소비 활동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젊은 여성을 비하하여 일컫는 말이다.
'된장녀'란 말의 유래는 '젠장'이 '된장'으로 전이되었다는 주장, "실제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해외 명품을 선호하는 여성들을 똥과 된장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비꼬기 위함"이라는 주장 등 각종 추측성 주장들이 존재한다.

2005년 '개똥녀' 사건은 지하철에서 한 여자가 자신의 애완견의 변을 치우지 않아 주변 사람들이 이를 치웠고, 한 네티즌이 이 모습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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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는 월드컵의 바람을 타고 '월드컵 응원녀' 시리즈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시청녀'와 '엘프녀'는 미모의 '○○녀'로 대중들의 시선을 한 데 모았다.
'엘프녀'는 6월 13일 토고와의 경기 때 시청 앞에서의 응원 모습이 찍힌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포털 사이트 검색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엘프녀'라는 이름은 긴 생머리가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 나오는 미모의 종족, 엘프족 여성과 비슷하다는 데서 유래했다.
'시청녀' 역시 6월 19일 프랑스와의 경기 때 시청 앞에서 응원하던 모습이 언론에 공개돼 '○○녀'의 반열에 올랐다.

'월드컵 개념녀'로 화제를 모은 주인공도 있다. 이 여성은 2006년 월드컵 당시 거리응원을 마치고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공개돼 '치우녀'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네티즌들은 "노출 일색이던 월드컵 '○○녀' 열풍을 한번에 종식시키는 사진"이라며 '치우녀'의 행동을 칭찬하기도 했다.

독특한 패션으로 화제가 된 '똥습녀'도 있다. '똥습녀'는 2006년 월드컵 당시 엉덩이 부분에 비닐을 덧대 만든 옷을 입고 돌아다녀 '엉덩이에 습기가 찬 여자'라는 의미로 '똥습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7년에는 훈훈함을 전해주는 '목도리녀'가 등장해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목도리녀'는 2007년에 길거리의 한 노숙자에게 목도리를 벗어준 선행의 주인공이다. 한 포털사이트에 이 여성이 길에 앉아 있던 노숙자에게 목도리를 건네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올라오면서 화제가 됐다.
이 여성은 자신의 집에서 물건을 사러 나왔다가 제대로 걷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발견했으며, "막걸리를 사러 간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근처 편의점에서 막걸리와 빵, 음료수를 사드린 후 목도리까지 벗어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의 또 다른 '○○녀'를 장식한 사람은 '개풍녀'다. 이름마저 생소한 '개풍녀'는 어린 강아지에 헬륨가스 풍선을 하나씩 매달아 날려 보낸 여성을 칭하는 말이다. 이 사건은 어느 연예기획사의 홍보를 위해 벌인 일로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2008년에는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한 가수 서인영이 항상 '신상'을 추구하는 모습이 이슈가 돼 '신상녀'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독특한 이름의 '회손녀' 사건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도 결승전에서 왕기춘 선수가 패배를 당한 후, 이 여성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왕 선수를 비하하는 글을 남겨 논란이 됐다.
당시 자신을 비판하는 네티즌을 향해 남기는 메세지에 "명예회손죄로 신고해야지"라며 '훼손'을 '회손'으로 오기해 '회손녀'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2009년에는 '루저녀' 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한 여성이 방송에 출연해 "남성의 키가 180cm 이하면 루저"라는 발언을 해 수많은 남성들의 공분을 샀다.

2010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녀'를 이용한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사과녀'와 '태엽녀', '바나나녀', '계란녀', '숫자녀', '걸친녀' 등은 '○○녀'로 이슈화를 노린 마케팅 사례들이다.

'계란녀'는 BBQ 치킨의 '비비에그'를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이었으며, '사과녀'는 미용기기 홍보, '태엽녀'는 온라인쇼핑몰 홍보, '바나나녀'는 영화 '페스티벌' 홍보를 목적으로 한 활동으로 알려졌다.

'숫자녀'와 '걸친녀'는 각각 장애인에 대해 무관심한 현대인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자 만든 UCC의 주인공, 차가 횡단보도에 걸친 채로 정지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좋은 운전 캠페인' 영상의 주인공이다.
서울, 광주, 대구, 부산,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 나타난 '숫자녀'가 들고 있는 숫자의 의미가 각 지역에 해당하는 장애인의 숫자임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베이비페이스(동안얼굴)에 글래머 몸매를 가진 사람을 수식하는 '베이글녀'가 탄생한 시기 역시 2010년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말에는 한 여성이 지하철에서 할머니에게 막말을 퍼붓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등장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하철 반말녀'라고 불리는 영상 속 문제의 여성은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에게 "나 이제 내리는데 그때 앉어" "모르는 인간이 말거는 것 x나 싫어" "속 시끄러우니깐 말걸지마 괜히 말걸다 욕 얻어 쳐먹어" 등 막말을 퍼부었으며 "우리 아빠는 이러지 않아. 왜 내가 욕을 먹어야 하냐. 이딴 모르는 사람한테, 어디서 굴러떨어진 이런 인간들한테"라며 안하무인의 횡포를 부렸다.
2012년에도 안타까운 '○○녀' 사건들은 이어졌다. 지난 2월에는 중년여성이 10대 여학생을 슈퍼마켓에서 폭행해 '슈퍼폭행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피해여학생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보행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를 무시하고 과속으로 달리던 여성의 차와 충돌할 뻔 했고, 이 여성이 창문을 내려 심하게 욕설을 퍼부은 뒤, 딸이 들어간 슈퍼마켓까지 쫓아와 일방적인 폭행과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10대 여학생은 보행신호를 보고 길을 건넌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생은 무단횡단을 하다가 사고를 당할 뻔했고 이에 대한 사과 없이 그냥 지나치자 화가 난 여성 운전자가 슈퍼마켓으로 쫓아가 폭행을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월 네티즌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채선당 임산부 폭행사건'은 쌍방과실로 마무리 됐다.
당시 임산부 A씨가 "채선당 식당종업원 B씨와 식사 주문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종업원에게 배를 걷어차였다"는 글을 올리면서 채선당 '임산부 폭행녀'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사건 역시, 경찰이 CCTV화면을 분석한 결과, 말다툼은 있었지만 종업원이 임신부의 배를 찬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논란이 된 '된장국물녀' 사건 역시 CCTV화면을 분석해 진상을 파악할 수 있었던 사례다.
지난 2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서점 식당가에서 허모(7)군의 얼굴에 뜨거운 국물을 쏟고 별다른 조치 없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된장국물녀'로 비난을 받은 이모(52)씨는 CCTV 분석을 통해 아이가 뛰어다니다 먼저 와서 부딪힌 사실이 밝혀져 오히려 피해자임이 드러났다.
이 외에도 지하철 막말녀, 지하철 담배녀-5호선 맥주녀(동일인), 버스무릎녀, 분당선 대변녀 등 끊이지 않는 '○○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의 '○○녀' 사건에는 부정적인 내용뿐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재미있게 웃어넘길 수 있었던 '○○녀' 사건들이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앞뒤 상황을 따져보지 않고, 무작정 올리고 보는 사건 사진과 영상, 무분별한 허위 사실 유포는 무고한 피해자를 낳기도 한다. 고도로 발전된 인터넷 세상에서, 그 혜택을 잘못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려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