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속 연금펀드 고성장, 어린이펀드 역성장.."무늬만 어린이펀드 상품성 떨어져"
#부족한 전세 값 마련을 위해 3년 전 가입한 어린이펀드와 연금펀드 중 어떤 것을 환매할까 고민하던 김효성씨(39세)는 최근 어린이펀드를 해지했다. 수익률은 비슷했지만 아무런 혜택이 없는 어린이펀드보단 세제혜택이 있는 연금펀드를 유지하는 게 났다는 판단에서다. 김씨는 "얘들 학자금 마련을 위해 가입한 거라 환매할 때 마음이 아팠지만 대출을 늘리는 것보다는 났겠다 싶어 어린이펀드를 택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과 대출증가로 가계수지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장기투자 상품인 어린이펀드와 연금펀드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후대비 연금펀드는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계속되는 펀드 환매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반면 학자금 마련 등 자녀를 위한 어린이펀드는 역성장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에는 팍팍해진 가계살림에 어린이펀드를 해지해 생활자금으로 대체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어린이펀드의 역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쑥쑥 크는 연금펀드, 성장 결핍 어린이펀드=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연금펀드 전체 설정액은 4조578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2205억원) 이상 증가했다.
연금펀드 전체 설정액은 2008년 2조2008억원에서 2009년 2조6758억원, 2010년 3조2379억원, 2011년 4조3582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 5년도 채 안 돼 2배 이상 급증했다.
연금펀드 중에서도 주식형펀드 성장세가 돋보인다. 2008년 9331억원이었던 주식형 연금펀드 설정액은 2011년 2조4961억원으로 연 평균 50% 이상 급성장했다.
올 들어서도 1534억원 증가해 전체 연금펀드의 58%(2조6496억원)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5조1000억원 이상(공모기준)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금펀드는 쑥쑥 크는 반면 어린이펀드는 성장세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현재 어린이펀드 전체 설정액은 2조38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3%(926억원) 감소했다. 특히 이중 96% 이상은 주식형 어린이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들이다.
2008년 2조4279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어린이펀드 설정액은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듬해 2조4031억원으로 감소했고, 2010년에는 1조9213억원으로 2조원이 붕괴됐다. 지난해에는 2조1307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올 들어 다시 감소세를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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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증권사 지점장은 "유럽위기 등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차익을 실현하려는 펀드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이중에는 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뛰면서 가계살림에 보태려는 고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 가운데 적자가구 비율이 26.4%로 전년에 비해 0.4%포인트 늘었다. 네 집 중 한 집 꼴로 적자인 셈이다.
◇"무늬만 어린이펀드 유인책 없어..제도 지원 시급"=전문가들은 고성장하는 연금펀드와 달리 어린이펀드가 역성장하는 것은 투자목적의 중요성 차이라기보다는 세제혜택, 환금성 등 상품특성 때문이란 설명이다.
연금펀드는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지는 대신 10년간 유지해야 하고 중도환매 시 그동안 받은 세제혜택을 물어내야 하는 패널티가 있다. 하지만 어린이펀드는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혜택도, 제약도 없어 시황이나 가계소득 수준에 따라 쉽게 환매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펀드연구원은 "연금펀드는 세제혜택 등 장기투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 자금흐름의 방향성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며 "하지만 어린이펀드는 명칭만 어린이일 뿐 일반 펀드와 다를 게 없어 시황과 가계 소득수준에 민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녀양육 문제는 노후문제 해결을 위한 선결과제인 만큼 어린이펀드에도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가 지난해 20~50대를 대상으로 은퇴준비 여부를 설문조사한 결과 40대 중 48.1%는 자녀 교육비 때문에 은퇴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민주영 삼성생명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녀 교육비 문제가 해결되면 가계 노후준비도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며 "효율적으로 교육비를 마련할 수 있는 어린이펀드 등에 세제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당국은 지난해 반값 등록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학자금펀드 도입을 추진했지만 실효성 논란 끝에 폐기됐다.
대신 올 하반기 연봉 5000만원 이하 개인이 10년 이상 가입하면 연 24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재산형성펀드(이하 재형펀드)를 도입키로 했지만 이마저도 국회 파행, 세수감소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관계자는 "정부당국과 업계가 재형펀드 데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선거 등의 영향으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내 도입이 가능할 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