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하일 엔데(Michael Ende)가 쓴 동화소설 '모모(Momo)'의 주인공 모모는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소녀이다.
마을사람들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모모를 찾아와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자신들의 이야기에 끝까지 귀 기울여주는 모모를 통해 마을사람들은 스스로 용기를 얻어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심지어 서로 다투고 싸웠던 사람들조차도 모모에게 찾아오면 서로 화해하고 기쁨을 얻어갔다.
살다보면 때론 심각하게 여겨왔던 많은 문제들이 단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들어주는 것만으로 해결되기도 한다. 사람에게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둘인 이유는 아마도 말하기 보다는 듣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지라는 조물주의 깊은 뜻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관련해 중견기업계가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바는 중견기업들의 이야기를 '관심 있게 들어 달라'는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의 근거가 되는 법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에 따라 구성된 동반성장위원회 본위원회는 대기업대표(9인), 중소기업대표(9인), 공익대표(6인)로 이뤄져 있다. 법률이름이나 위원회의 구성만 보더라도 중견기업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가 크지 않다.
지난해 제조업 82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분류돼 일부 품목에서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자체 설문조사결과 전체 조사대상의 약 8.8%에 해당하는 중견기업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발광다이오드(LED) 제조관련 올해 중견기업에 갓 진입한 한 기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관수시장 진입제한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적합업종 선정과정에서 중견기업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적합업종 지정이 공식 발표되고 난 뒤에도 한참 후에야 피해사실을 알게 된 기업도 있었다.
지난달 23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소매업, 음식업, 개인서비스업 등 118개 서비스 관련 업종·품목을 적합업종 우선검토대상으로 지정했다. 중견기업은 법률상 대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추가로 중견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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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비스업 특성상 일부 업종·품목의 경우 대기업보다 오히려 중견기업의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계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되면 기관구내식당업 을 하는 모 중견기업은 총매출액의 40%를 고스란히 잃게 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최종선정에 이르기까지 중견기업이 이같은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적합업종 선정과정에서 중견기업들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부당한 피해방지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실무적으로 해결할 방법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중견기업을 포함한 관련된 기업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대화의 장(場)'을 마련하여 양보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따뜻한 마음으로 구성원 하나하나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는 모모의 모습을 동반성장위원회에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