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키우기, 알고보면 땅짚고 헤엄치기?

ETF 키우기, 알고보면 땅짚고 헤엄치기?

권화순 기자
2012.09.25 05:29

운용사, 자사 인덱스펀드로 ETF 편입 '논란'

일부 운용사가 설정액이 큰 인덱스펀드를 이용해 자사 ETF(상장지수펀드)를 우회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추가 비용이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2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인덱스펀드인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 1'는 자사 ETF인 '파워 K200'과 '파워 K100'을 각가 펀드 순자산의 1.55%, 4.01%를 편입(21일 기준)하고 있다.

이 인덱스펀드는 운용순자산이 2조4237억원으로 국내에선 보기 드문 '공룡펀드'에 속한다. 순자산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이 펀드가 사들인 파워 K200와 파워 K100은 각각 375억원, 971억원에 달한다.

또 2541억원 규모의 '교보악사파워인덱스자 1[주식]'는 파워 K200와 파워 K100를 각각 5.62%(142억원), 6.11%(155억원)씩 투자했다. 펀드가 편입한 자사 ETF는 코스피200종목과 코스피100종목을 담은 ETF다.

인덱스펀드는 최대한 시장과 비슷한 수익률을 내는 게 목적인 펀드다. 따라서 인덱스펀드에 지수ETF를 편입할 경우 시장을 쫓아가기 용이한 점이 있다는 게 교보악사운용의 설명이다.

이 운용사 관계자는 "주식현물에 비해 지수ETF가 더 싼 경우가 있어 추가 수익 기회도 노릴 수 있다"면서 "또 펀드 환매가 들어올 경우 현물 주식을 일일이 팔기보다는 ETF로 한꺼번에 팔면 손쉽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ETF는 거래세를 내지 않는다.

그는 또 "K100의 경우 다른 코스피100 추종 ETF와 달리 유동성이 풍부하다"면서 "타 운용사 ETF의 경우 시가총액 비중별로 주식을 담지 않고 있어 K100이 시장수익률을 따라가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교보악사운용이 '공룡 인덱스펀드'를 이용해 자사 ETF를 키우고 있단 비판이 나온다. 우선 인덱스펀드에서 굳이 ETF를 편입할 이유가 없다는 반박이다.

다른 운용사의 인덱스펀드 매니저는 "우리 인덱스펀드는 단 1주의 ETF도 담고 있지 않다"면서 "인덱스펀드에 ETF를 담으면 투자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가기 수익률이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덱스펀드만 놓고 봐도 운용보수가 30bp(0.3%)가 되는데 여기에 평균 30bp 수준의 ETF보수까지 또 떼이면 최소 60bp가량은 시장 수익률을 밑돌게 된다"면서 "거래세가 부과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같은 효과를 지수선물을 통해서도 낼 수 있는데 굳이 ETF를 편입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인덱스펀드는 통상 주식현물에 모두 투자하지 않고 일정 비율 이상 선물에도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 차익거래 거회가 주어지거나 펀드환매가 들어올 때 지수선물을 이용하면 비용도 덜 들면서 유동성은 풍부해 거래가 쉽다는 얘기다.

결국 인덱스펀드가 ETF에 투자하는 주된 이유는 자사 ETF를 키우기 위해서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교보악사 인덱스펀드 대부분은 자사 ETF 편입 비율이 두드러진다.

지난 2011년 4월 설정된 파워K100 ETF의 경우 현재 운용순자산이 4413억원으로 코스피100 ETF 가운데 가장 크다. 순자산 중 자사펀드가 투자한 규모는 4분의 1이 넘는다. 반면 12개월 트래킹에러(추적오차, 제로인 기준)는 1.80%로 동일 유형 가운데 가장 안 좋다.

올해 2월 상장한 '교보악사 파워K200 ETF의 순자산 역시 4323억원으로 상장 1년이 되지 않았는데도 덩치를 단숨에 불었다. 운용사 관계자는 "ETF는 규모가 커야 신규 투자금이 유입되는 특성이 있다 보니 여러 운용사들이 자사 펀드로 ETF를 측면지원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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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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