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금융?"..중신용자 1200만명, '신용성장계좌'로 대출절벽 넘는다

"잔인한 금융?"..중신용자 1200만명, '신용성장계좌'로 대출절벽 넘는다

권화순 기자
2026.05.10 06:05
신용성장계좌, 중저신용자 중에서 금융거래 이력 없는 씬파일러(Thin-File)/그래픽=이지혜
신용성장계좌, 중저신용자 중에서 금융거래 이력 없는 씬파일러(Thin-File)/그래픽=이지혜

금융거래 이력이 없어 고금리 대출을 써야 하는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신용성장계좌'가 도입된다. 세금,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통신비 납부 이력이나 온리인 쇼핑몰 구매정보, 소득정보 등을 한 계좌에 차곡차곡 쌓아서 신용점수를 올리는 제도로 신용정보원 등 공적 기관에서 집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해 온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가 이 계좌를 활용하면 중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낮아지고 금리단층 문제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신용성장계좌'의 세부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용성장계좌는 금융거래 정보가 부족해 신용점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씬파일러'(Thin Filer)가 주 타깃이다. 신용점수 700점 이하의 중신용자 대부분은 '씬파일러'다. 전체 금융이용자의 약 24%인 1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2년간 신용카드 실적이 없고 3년 내 대출보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신용점수 700점 이하의 중신용자로 분류한다. 이들은 통상 은행권 대출을 받기 어려워 연 10% 내외의 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이용해야 한다.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은 나이스평가정보나 KCB(코리아크레딧뷰로) 등 신용평가사로부터 받은 개인 신용평가점수와 금융회사 내부평가를 통해 대출 가능 여부, 대출 한도, 대출금리 등을 책정한다. 사회초년생이나 20대 청년, 주부, 학생 등 금융거래 이력이 없는 차주들은 대부분 중신용자로 분류한다.

앞으로 중신용자들이 신용성장계좌를 만들면 대출이나 카드 사용내역 등 금융정보가 없더라도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신용 점수를 올릴 수 있게 된다. 세금 납부 이력이나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통신비 납부 이력이나 쇼핑몰 구매 이력, 소득 등의 정보를 활용해 '상환 의지'와 '상환 능력' 등을 평가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신용성장 계좌 개설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개인정보이용 동의서를 받아 신용정보원 등 공적 기관에 해당 정보를 집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터넷은행이나 핀테크사 등 민간 금융회사들도 일부는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하고 있지만 신용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민간에서 공공정보를 광범위하게 확보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와 함께 투입 비용 부담도 커 '가성비'가 떨어져서다.

이에 대해 김용범 정책실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건가. 금융이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갚을 능력이 없는 건 아니다"며 "사람들은 이미 매일의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동 등을 통해 수많은 삶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며 '낡은 신용평가 틀'을 과감하게 넓혀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특히 은행권이 비용을 투입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중신용자를 대출시장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납세, 보험료, 소비정보 등을 신용성장계좌에 한꺼번에 모아 비금융 신용점수를 만들면 이같은 비효율과 비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씬파일러' 뿐 아니라 연체 이력 등으로 고신용자에서 밀려났거나 저신용자에서 중신용자로 올라선 사람도 '빚 갚을 능력'을 다른 방식으로 입증하는 새로운 루트가 생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의 신용평가는 과거의 빚 상환 이력만을 가지고 향후 상환 의지가 있는지를 예측하는데만 집중돼 있다"며 "각종 공공데이터와 비금융 정보, 소득 정보까지 활용하면 협소한 신용평가 방식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종 공공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담당 부처와 기관이 분산돼 있어 이를 한 곳에 집중하기 위해선 신용정보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 개인 차주가 개인정보이용 동의를 일일이 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도 개선돼야 한다. 특히 쿠팡이나 네이버 등의 대형 플랫폼이 고객의 구매 이력 등 소비정보를 어느정도까지 공유할지도 관건이다. 금융회사가 기존의 신용평가 방식이 아닌 신용성장계좌에서 쌓은 비금융정보를 여신심사에 과감히 반영하도록 유인책을 만드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포용금융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신용평가체계 개편과 서민금융·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 재정립 방안 등을 논의한다. 중저신용자의 금융접근성 강화를 위한 공청회 및 세미나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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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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