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desk]
더벨|이 기사는 02월14일(17:16)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제가 카자흐스탄에서 화력발전소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컨설팅 비용을 A사 인수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기사로 쓰시면 절대 안 됩니다"
얼마전 코스닥 상장회사인 A사를 인수하기로 계약한 K사 회장이 한 말이다. A사를 인수한 이후 어떤 비전을 가지고 회사를 이끌어 갈 것인지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는 정부 고위 관료출신인 K사 회장 뿐 아니라 M&A를 주선한 사람과 해외 다국적 기업에서 일했다는 외국인, 유명 연예인의 남편도 자리를 같이 했다. 각자의 이력을 살펴보면 흠잡을 것이 없을 정도다.
당시 K사가 밝힌 인수금 마련 계획은 이렇다. K사 회장은 고위 관료 출신답게 국내 대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해 컨설팅을 하고 있고, 여기서 컨설팅 비용 수백억원이 나오는데 이를 중도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카자흐스탄 발전소 재활용설비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는데 여기서 나오는 선수금 일부를 인수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계 금융기관으로부터 외자유치 계약을 체결했고, 이 자금도 곧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K사는 중도금 납입을 수차례 연기했고, 결국 딜은 무산됐다.
# B사의 대표는 M&A 본계약을 할 것이라며 여의도 모처로 기자를 초청했다. 계약식장에는 B사와 U사의 M&A 계약을 알리는 플래카드까지 걸렸다. U사는 병원 경영컨설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회사다.특히 U사의 대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독립운동가의 손자이기도 하다. U사는 자사 주주들에게 증자 등의 방식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U사는 국내 유명 병원들의 의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자산가들로 알려진 유명 병원 오너들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양사간 M&A 본계약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연기된 계약식은 하루를 넘기고, 일주일을 넘겨 결국 없었던 일이 됐다. 이유는 U사가 인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데다 경영권과 관련된 지분 매각 등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A와 B사의 M&A에서 공통점으로 드러난 것은 무엇일까. 인수자가 유명인이지만, 인수자금 마련 계획이 불분명했다는 점이다. 주식 전문가들이 중간에 '거간꾼'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동일하다. 양사의 주가는 M&A 협상이 시작된 이후 급등하기 시작했고, 협상이 종료되기 전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판다'는 주식시장의 오랜 격언이 이들 회사 M&A에서도 통용된 것이다.
최근 상장사 M&A에서 매각자가 계약금을 받고 그에 합당한 만큼의 주식을 넘겨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인수자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급한 후 그에 상응하는 주식을 받아 이를 주식담보대출 등의 방법으로 부족한 인수금 잔액을 마련하는 것이다. 계약금 마저도 사채시장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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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M&A는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투자자의 손실을 초래한다. 사채시장의 '전주'들은 자신이 받은 주식을 시장에 매각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매입해 주식을 채워 놓는 수법으로 이득을 챙기고 있다. 대출금에 대한 이자도 챙기고 주식거래를 통해 추가 이득도 챙기는 구조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개인투자자들만 손실을 보고 있다.
M&A는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손꼽힌다. 기업의 체질과 전략을 완전히 개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권 변동과 관련한 공시를 몇 번이나 번복하는 기업과 경영진을 신뢰할 고객과 투자자가 있을리 없다.
감독 당국이 칼을 들이대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경영권 변동을 공시할 때 인수자의 자금 출처를 구체적으로 밝히거나 경영권 변동 공시를 번복할 경우 상장사 지위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페널티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 하다. 금융당국의 용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