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이 모욕? 모욕죄 합헌결정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헌법재판소가 '모욕죄 형사처벌'을 합헌으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모욕죄 처벌 기준이 모호하고 기소권을 가진 검찰 등 사정당국의 입맛에 처벌 수위가 좌우될 여지가 크다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모욕죄 처벌 범위'에 대한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7일 시사평론가 진중권 동양대 부교수가 "모욕죄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헌법에 위배 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8명 가운데 5명 다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2009년 진 교수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라고 표현했다가 검찰에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헌법재판소 다수는 "어떤 행위가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일반인 기준에서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며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고 법정형도 무겁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일반인 법감정으로 모욕죄 판단 애매, 위축효과 낳을 것
"부모가 그런 식으로 구니까 자식도 그러는 거 아니에요?". 이런 언행은 모욕죄가 성립 될까? 답은 '아니오'다.
2007년 대법원은 "그런 표현으로 상대방의 기분이 다소 상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너무나 막연해 상대방의 명예감정을 해하여 형법상 모욕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28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에 따르면 '추태를 부렸다',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쳤나', '개똥철학' 등 표현은 모욕죄로 기소된 반면 '너는 부모도 없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 씨부리고 있네. 들고 차버릴라' 등은 무죄로 결론이 났다.
공익법센터 관계자는 "이런 사례들을 보고 일반인이 모욕죄가 적용되는 객관적인 기준을 떠올리기는 어렵다"며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일반인들이 모욕적인 언사를 구별하기 어렵다면 표현행위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욕적 판단이 어려운 것은 애당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감정의 문제에 형벌
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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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죄가 권력자들의 국민 입막음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민영 변호사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의 기원은 귀족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생긴 것"이라며 "필부들 보다는 상대적으로 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를 들고 나온다"고 지적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기분 나쁘면 모욕?
형법 제311조(모욕)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재의 합헌 결정과 달리 일부에서는 '모욕죄'를 규정하는 범위가 너무 넓고, 유·무죄 예측도 어려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모욕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재 소수의견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다수의견과 달리 어떤 표현이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일반적인 법 상식으로 판단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주장했다.
모욕죄 '위헌' 의견을 낸 3인은 모욕의 범위가 너무 넓어 부정적 언어나 예민한 표현까지 규제할 수 있고, 모욕죄 형사처벌이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많은 나라들이 폐지 흐름에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또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 표현은 시민사회의 자기 교정기능이나 민사적 책임으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