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5일 임영록 회장 선임에 이어 18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내정되는 등 경영진 구성을 마친 KB금융지주가 '일어버린 1년'을 끝내고 업무공백의 블랙홀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연초 어윤대 회장의 리더십 실종…ISS 사태 타격
KB금융의 리더십 부재는 어윤대 전 회장이 전 추진하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지난해 12월 끝내 무산되면서 출발했다. 당시 어 회장은 ING생명 인수에 임기 막바지의 승부수를 던졌지만, 사외이사 다수와 임 사장(현 회장) 등의 반대로 실패했다. 무산 직후 어 회장은 "지주회사의 성장통"이라고 평가했지만, 리더십 실종과 함께 시작된 KB금융의 통증은 현재진행형이다.
KB금융의 통증은 3월 ISS사태로 이어졌다. 어 전 회장의 최측근인 박동창 전 부사장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외국계 주총 의안분석업체 ISS와 접촉, 부적절한 정보를 제공한 것. 어 전 회장이 곧바로 박 전 부사장을 보직 해임하면서 갈등 봉합을 시도했지만 사태는 수습되지 않았다.
◇'관치금융' 논란…노사갈등 극복 과제
신임 회장 선출 국면에선 '관치금융'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회장 선출 직전인 지난달 1일 기자들에게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그룹 회장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재무관료 출신인 임 회장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임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만장일치 투표로 선출되고, 2주간 출근저지 투쟁을 벌인 노조와 화해했지만 행장 선임이라는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이건호 국민은행 부행장을 신임 행장으로 밀고 있다는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여론의 비판 및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 임 회장은 이 부행장의 행장 선임을 강행했다.
노조측은 "임 회장은 내부 인사 중용이라는 약속을 어겼다"며 "강경 투쟁 방침을 밝혔다. 내정 다음날인 19일 서울 명동 KB지주 1층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며 다시 임 회장의 출근길을 막아섰다. 임 회장과 박 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가 곧바로 면담했지만 마찰은 계속될 전망이다. 노조는 "이건호 내정자는 제2의 관치인사"라며 출근저지를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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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의 업무공백, 1년 통째로 날리나"
KB금융은 계속된 'CEO 리스크'로 올해 1월부터 7월 말 현재까지 일손을 놓았다. 사실상 신사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업무는 '올스톱' 상태다. 이 기간 동안 KB금융 주요 임원들은 매번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질문에 "인사권자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며 답변을 미뤄왔다.
임 회장이 출근을 못하던 기간 동안 지주 및 계열사 임원들은 자리를 비운 채 매일 오전 출근길에 총출동했다. 신임 행장의 출근길 역시 같은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CEO가 들고 나는 와중에 족히 1년은 날아간 셈"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소매 강화와 생산성 향상으로 내실을 다지겠다는 임 회장의 경영 구상은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의 동참이 없이는 쉽지 않은 과제다.
◇증권가 "KB금융, 2Q 어닝쇼크"
KB금융이 CEO 리스크를 겪는 와중에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안정된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은 약진을 노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미얀마 양곤 사무소를 개설했고, 동남아에 추가 거점을 마련하는 등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의 시너지 창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악화되는 실적 역시 바닥을 알 수 없다. 대신증권은 17일 KB금융의 2분기 순이익 전망치를 당초 3150억 원에서 2110억 원으로 낮췄다. 신영증권도 2분기 순이익 전망을 당초 3851억 원에서 2025억 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CEO 선임 때마다 불거지는 갈등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됐다"며 "갈등을 껴안을 수 있는 큰 리더십이 필요한데 지난 7개월 동안은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경영진 구성이 완료된만큼 그동안 노출됐던 내부 문제들을 정비하고, 새 출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