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리조트 참사 유가족 "심리치료도 눈치 보여서…"

경주 리조트 참사 유가족 "심리치료도 눈치 보여서…"

이창명 기자
2014.05.26 13:13

전문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심리치료 지속적으로 관심갖고 지켜봐야"

"저희보다 더 큰 상처를 입은 분들이 계신데 얘기를 꺼내기도…"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로 숨진 10명의 유가족 대책위원회를 맡고 있는 김판수씨(53)는 26일 전화기 너머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월17일 리조트 참사가 벌어진지 어느 덧 100일. 억지로라도 슬픔을 잊기 위해 그는 약물에 의존하고 있다.

모두 자비 부담이다. 김씨 뿐만 아니라 다른 유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코오롱과 부산외대, 정부 어디에서도 이들이 받은 정신적 상처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다. 김씨는 "현재 2명 정도는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다고 우리에 대한 보상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통화 내내 그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 대해 걱정했다. 김씨는 "저희는 장례라도 치렀는데 그분들 심정은 어떻겠습니까"라며 울먹였다. 보통 심리치료는 15회 이상, 6개월 정도 기간에 걸쳐 해야 효과가 있지만 대부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제대로 치료를 받기가 어렵다.

대부분 직장인이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한 번 치료를 받기 위해 이동하는 거리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심리치료를 받기 위해 창원에서 대구까지 찾아간 유가족들도 결국 중도에 치료를 그만뒀다.

중상자 가족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은 아예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당시 사고로 하반신에 큰 부상을 입어 22차례나 수술대에 오른 장연우씨(20)의 가족들도 약물 의존은 물론 한의원을 오가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버텨내고 있다.

지금도 서울 아산병원 병상에 누워 있는 장씨는 어머니가 자신 때문에 아프다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어머니 이정연씨(53)는 "정부나 코오롱 측 어디에서도 사고 가족들에 대해선 따로 언급해준 적이 없다"며 "그냥 이 상황이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최근에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보고 장씨가 나서 병원을 찾은 코오롱 관계자들에게 하소연을 했지만 오히려 회사 측은 목소리를 높이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모두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도 보상받을 자격이 충분한데도 리조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이나 가족들은 대부분 심리치료 등의 보상까진 사치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경주리조트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무관심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신적 질병에 대한 보상 체계가 전혀 없다"며 "마음의 병은 쉽게 아물지 않는 만큼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게도 지속적인 심리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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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이창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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