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국 경제지표에 잇달아 '빨간불'이 켜지면서 각국 정책당국의 고민이 커졌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에 맞대응해야 하지만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진 탓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관건은 최근 경기 흐름이 '소프트패치'냐, '더블딥'의 전조냐 하는 것이다. 소프트패치는 경기회복세가 잠시 꺾이는 것이고 더블딥은 경기가 회복궤도에서 완전히 벗어나 다시 침체에 빠지는 '2중침체'를 의미한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여건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중국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은 성장이 정체됐으며 일본과 영국은 각각 마이너스(-) 성장, 임금 침체 국면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제일 나은 미국 경제는 기껏해야 '공회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진핑 정부가 경제 구조개혁에 나선 이후 성장 둔화 우려는 지속됐다. 올해는 특히 중국 경제의 15%를 차지하는 부동산시장의 침체 우려가 컸다. 21일에는 제조업 지표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HSBC가 발표한 중국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으로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에는 51.7, 7월 예상치는 51.5였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른다.
신용지표도 악화됐다. 인민은행이 지난주 발표한 7월 사회융자총액은 6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경기여건이 악화되면서 인민은행의 추가 부양 가능성도 제기됐다. 천둥치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중국 경제로 흘러드는 유동성이 급감하면 성장세에 해가 될 것"이라며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나 지급준비율을 낮출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더블딥에서 빠져나온 유로존은 '트리플딥'(3중침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유로존의 2분기 실질 성장률은 0%였다. 물가상승률은 0.4%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탈리아는 지난 2분기에 이미 '트리플딥'에 빠졌고 독일도 5분기 만에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됐다. 프랑스 경제는 성장률 0%로 제자리에 머물렀다.
미국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진단은 더 비관적이다. CEPR은 지난해 초부터 유로존이 더블딥의 종언을 선언하기엔 회복세가 너무 미약하다고 지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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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유로존의 최근 경기여건이 미국에 대공황이 한창이었던 1930년대는 물론 1990년대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겪었을 때보다 못하다고 진단했다. 당시 미국과 일본은 지금의 유로존과 같은 위기 7년차 때 절정기의 GDP(국내총생산)를 회복했지만 유로존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성장률은 지난 1분기 6.1%에서 2분기엔 -6.8%로 폭삭 가라앉았다. 지난 4월 소비세율을 인상한 게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아베노믹스) 약발이 다 돼 파장이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영국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3%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난 2분기 평균 임금이 5년 만에 처음 하락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경제도 지난 1분기 -2.1%였던 성장률이 2분기에 4.0%로 급반등하면서 화색을 보였지만 역시 불안정한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G7(주요 7개국)의 올해 성장률은 1.5%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이 2%를 웃돌았던 1981-2013년의 추세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와 이라크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에 재닛 옐런 FRB 의장,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 등 각국 통화정책 당국자들은 현재로선 향후 경기 전망이 통제권 밖에 있음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