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만나는 김수영… ‘온전한 나’로 살 수 있을까

무대에서 만나는 김수영… ‘온전한 나’로 살 수 있을까

양승희 기자
2014.11.02 12:37

김재엽연출작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11월4-30일 남산예술센터 공연

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출연 배우들(왼쪽부터 정원조, 강신일, 오대석). /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출연 배우들(왼쪽부터 정원조, 강신일, 오대석). /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 옹졸하게 욕을 하고

시인 김수영(1921-1968)이 1965년 발표한 시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의 앞부분이다. 시에는 권력의 부조리에 저항하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만 반항하는 화자의 부끄러움이 담겨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11월 4일부터 30일까지 시인 김수영의 생애와 시를 모티브로 한 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왜 나는…)’를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올린다.

‘왜 나는…’은 실화에 바탕을 둔 소재를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구성한 극이다. 김수영의 일대기를 단순 재현한 것이 아니라 김수영과 그의 시를 매개로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 4.19 혁명, 5.16 군사 정변 등 억압적인 시대를 살아낸 김수영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람들이 똑같이 느끼고 있는 소시민적 고민을 이끌어낸다.

김재엽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 대표가 ‘왜 나는…’의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로 제50회 동아연극상 작품상·희곡상,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주요 상을 휩쓴 바 있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온전한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좀처럼 이룰 수 없는 꿈이나 다름없지만, 우리 안의 김수영을 만나게 되는 순간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발견할 것”이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에서 시인 김수영 역을 맡은 배우 오대석. /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연극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에서 시인 김수영 역을 맡은 배우 오대석. /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작품에는 드라마, 영화, 연극을 오가며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강신일이 실명으로 출연한다. 극본을 쓴 김 대표의 이름 ‘재엽’도 극 속에 등장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 예정이다. 이외에도 배우 지춘성, 유준원, 선명균, 백운철, 정원조, 오대석, 우정국 등이 함께한다.

공연 연계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매주 토요일(11월 8일, 15일, 22일, 29일) 공연 종료 후에 연출가와 배우들이 무대에 남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11월 12일에는 이영준 경희대 교수,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 김현경 작가가 ‘김수영 깊이 알기’를 주제로 강연하며, 20일에는 시인 심보선, 성기완, 안현미가 ‘시인 안의 김수영을 찾아서’를 주제로 강단에 선다.

김수영과 그의 시는 무대에서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할까. 우리는 연극을 통해 ‘내 안의 김수영’을 찾을 수 있을까. 입장료 2만5000원. 문의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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