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난민보호 인색한 한국]
#. "내전으로 살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시리아인 A씨는 지난 5일 자신을 난민으로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사업목적으로 단기비자를 이용해 입국한 뒤 무슬림 수니파인 자신이 시아파 무장세력으로부터 살해위협을 받고 있
다며 난민 신청을 했으나 거부 당하자 이 같은 소송을 낸 것.
시리아 내전은 2011년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 민주화 요구로 시작돼 4년째 진행되고 있다. 4년간의 내전으로 약 20만명이 숨지고 300만명이 난민이 된 것으로 유엔난민기구는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자신이 이 같은 난민 중 한명이며 자국으로 돌아갈 경우 반대파인 시아파에 의해 살해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살해위협도 있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출입국사무소는 증거가 없다며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A씨의 법률대리인은 "A씨와 같은 우리나라와 자국을 오가기 어려운 난민 신청자들이 박해 가능성을 입증할 자료를 구하기는 어렵다"며 "시리아가 처한 객관적 상황(내전)을 잘 설명해 난민 지위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A씨가 승소해 난민으로 인정되면 난민법에 규정된 사회보장, 기초생활보장, 교육보장, 학력인정, 자격인정, 배우자와 미성년자 자녀 입국 허가, 생계비, 주거시설 등의 지원을 받는다. 패소하면 강제 송환 조치될 수 있다. 다만, 난민 요건을 갖추지 못해 소송에서 지더라도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으면 국내에 머무르며 일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난민으로 인정되는 경우보다 주어지는 혜택은 적다.
#. 파키스탄 국적의 B씨. 그는 이슬람교도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고향에서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11년 한국으로 와서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난민 당국은 그의 과거 불법체류 경력을 이유로 난민 불인정 처리를 내렸다. 그는 현재 난민불인정 취소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 계류된 상황이다. B씨는 언제 본국으로 송환될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1년 12월 29일 유엔 난민협약에 가입한 아시아 국가중 최초로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황우여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을 별도로 제정했다. 법안은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난민 인정 절차가 까다롭고 제도상 허점이 많아 국회에서 보완 움직임이 일고 있다.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14일 난민 보호를 위해 난민 인정 심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담규정을 신설하는 등 난민 인정 절차에 관한 규정을 새롭게 정비하는 '난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6월 20일 난민에 대한 실질적인처우를 개선하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난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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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후 2014년 5월 말까지 총 7443명이 난민 인정을 신청했는데 이중 389명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했고, 269명에게는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종교·정치적 박해를 피해 고국을 떠나온 난민들은 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불법 체류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 난민 지위 신청자 대다수는 중국, 베트남 출신이고 아프리카 국적을 가진 이도 상당수다. 현재 난민 지위 신청자 7200여 명 가운데 200여 명은 '난민' 보다는 지원 받는 혜택이 제한적이나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도록 인도적 지위를 얻었다. 그러나 신청자 과반은 '심사 대기' 상태거나 신청이 거절된 상태다.
하지만 난민법 시행이후 오히려 난민인정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민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에서 올해 9월까지 난민 신청자수는 2910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난민인정자 현황은 101명에 그친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 비율은 5% 수준으로 전 세계 난민 협약국 평균치인 38%에 훨씬 못 미치는 최저수준이다. 특히 한국의 난민정책은 외국인의 불·탈법적인 출입을 예방하는 법무부 산하 출입국 관리소에서 전담하고 있어, 인도주의적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원혜영 의원실 관계자는 "법무부가 난민 인정에 소극적 상황"이라며 "난민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최소한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람에게 왜 난민 절차가 부결됐는지를 설명해줘야 하지만 법무부는 이유를 가르쳐주지 않고 있다"며 "부결된 사유를 알아야지만 난민 신청자도 이를 추후 보완할 수 있다. 이는 정책적으로 난민 인정을 늘릴 것이냐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원 의원의 개정안은 난민인정심사 세부평가기준과 방법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난민불인정 통지서에 세부평가기준에 대한 판단을 명시하도록 했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난민 인정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이 추후 보완할 여지를 주자는 것이다. 또 난민심의 또는 심사와 관련해 난민신청자에게 상담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난민 심의나 심리를 공개하도록 했다.
원 의원도 "난민인정절차에 관한 규정을 정비해 난민 신청자들의 실질적 처우 개선과 권리보장이 이뤄지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명재 의원 개정안은 법무부장관이 5년마다 난민 지원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법무부장관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매년 난민 지원을 위한 집행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난민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절차를 만들어 우리나라의 난민 행정을 한단계 도약하도록 만들겠다는 것.
박 의원은 "난민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우리나라가 난민보호정책의 선진국가로 위상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亞 최초로 '난민법' 만든 나라는 어디?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난민에 대한 권리 보장과 처우개선을 법률로 규정한 국가는 어디일까. 정답은 우리나라다.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이하 난민법)'은 지난 2012년 2월 제정됐다. 난민 인정절차와 난민에 대한 처우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초 난민에 관한 인정절차는 출입국관리법 산하 하위 규정(시행령)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2년 12월, 일찌감치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및 동 협약 의정서'에 가입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제정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 1992년 12월, 난민협약 가입후 약 15년간 우리나라에 난민을 신청한 사람은 2000명에 불과했고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도 100명이 채 안됐다.
이에 2009년 5월, 당시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은 난민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후 수차례 논의 끝에 난민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정된지 2년, 시행일(2013년 7월)을 기준으로 해도 난민법이 적용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난민법은 제정법답게 '난민' '난민신청자' '인도적 지위를 부여받은 자' 등 개념을 정의했다. 또 국제법에 근거해 강제송환을 금지하는 원칙을 천명했다.
실무적으로는 공항·항만에서 바로 난민신청을 하고 사전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난민법 시행 이전에는 일단 우리나라 입국 절차부터 밟고, 체류 지역의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직접 찾아가야만 신청을 할 수 있었다. 또 심사시 관계기관이 협조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통역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해외 특정국가로부터 도피한 '난민'이라는 특수성을 감안, 입증책임의 정도도 완화했다. 일반 민사절차에서 요구하는 개연성에 미치치 못하더라도 '합리적인 가능성'이 인정된다면 수용토록 했다.
이밖에도 난민인정절차가 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도 종료되지 않을 경우 취업을 허가했고, 난민인정 심사가 종료할때까지 정부가 주거와 의료·교육지원을 하도록 돼 있다.
이후 한국 정부로부터 난민으로 공식 인정받으면 사회보장·기초생활보장·교육 보장·직업훈련 및 사회적응교육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처럼 난민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은 '인권국가'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법무부가 당초 파주에 난민지원센터를 설립하려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백지화'한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영종도로 장소를 변경했지만 결국 '난민'이라는 용어는 빠진 채, 지난 2월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세계최대 난민수용국은? 미국! 해외 난민제도는?
미국은 세계 최대의 난민 수용국으로 난민자들이 전체 이민자의 10%를 차지할 정도다. 미국에서만 1980년 이후 약 200만 명의 난민자가 정착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난민 수용률은 압도적 다수인 약 20% 차지하고 있다.
난민행정 선진국인 미국은 1951년 국제난민협약과 1967년 부속의정서 당사자다. 미국은 UN난민협약을 난민정책 수립과 집행하는데 있어 최고 규범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난민법을 1980년 제정했다.
미국은 최근엔 난민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통령은 매년 의회에 다음 회계연도에 수용할 최대치의 난민 제안서를 송부한다. 이 제도는 '난민 실링제'(refugee ceiling)로 불린다.
미국에서는 매년 난민 숫자를 늘리려는 지원단체의 로비와 숫자를 줄이려는 반(反)이민단체 사이 치열한 로비가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난민 한도는 대륙별로 골고루 안배된다.
미국에서는 난민업무를 법무부가 담당해왔지만 2001년 9·11 테러 이후에는 2002년부터 신설된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이 수행하고 있다.
미국 난민법과 더불어 보건사회복지부 산하에 난민의 안전한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난민정착국(ORR)도 창설해 난민 보호에 나서고 있다. 국무부도 인구·난민과 이민국(RPM)을 창설해 보건사회복지부의 난민정착국과 협동으로 난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독일도 정치적으로 박해받는자의 망명권을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독일은 외국인법과 이민법을 통해 난민 지위와 인정절차를 규율했으며, UN난민협약이 체결된후 난민절차법 등을 제정해 난민 지위와 인정 절차를 규율하고 있다.
캐나다는 1969년 난민인권협약에 가입했지만 그 이전부터 난민을 인정했다. 1976년 난민협약에 따른 이민법 제정으로 난민 신청 및 인정 절차가 제도화됐다. 그리고 1985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난민에게 헌법상 기본권을 인정하고 있다. 또 1993년에는 선진국 최초로 여성난민 문제와 관련된 특별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