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결심 급증하는데 금연치료 건강보험 적용은 하반기에나…정부 임시로 2월 중순부터 소급 지원키로

#. 담뱃값 급등으로 새해 금연을 결심한 직장인 이철현 씨(44)는 지난 2일 집 근처 가정의학과 의원을 찾았다. 24년째 피운 담배를 금연보조제(금연치료제와 니코틴보조제)의 도움을 받아 끊을 생각이었다. 일반 병의원을 찾아 금연치료제 처방을 받더라도 정부가 비용 중 70%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해준다는 소식도 김 씨가 연초부터 병원을 찾은 이유였다. 하지만 김 씨는 의사에게 아직 금연보조제는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답변을 듣고, 금연치료제를 처방받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담뱃값이 1갑당 2000원 올라 금연 결심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내과나 가정의학과 같은 동네의원에서 금연치료제와 니코틴보조제에 건강보험 지원을 해주겠다던 정부 방침은 인상 시점과 동시에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고 공표한 만큼 새해 초부터 금연자를 더 늘리려면 정부의 금연보조제 비용 지원도 1월초부터 시행돼야 하는데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월 이후에나 금연보조제 비용 지원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금연자를 더 많이 늘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정부 스스로 져버린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담뱃값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동네의원 등에서 금연 상담을 받고 금연보조제를 처방받을 경우 건강보험 지원이 안됐던 이전과 달리 70% 비용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들어있다. 이 경우 월 12만~18만원 수준인 금연치료제 개인 부담이 70% 정도 줄어 금연자를 더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담뱃값은 예정대로 올렸지만 이 같은 건강보험 지원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금연치료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어서 약값이 약국마다 제각각인 상황"이라며 "제약사와 약가 협상을 통해 금연치료제의 보험약가를 결정하고 이를 건강보험으로 실제 지원하려면 절차가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절차를 감안하면 금연보조제를 건강보험으로 정식 지원해주는 것은 올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급한대로 2월 중순부터는 일반 병의원에서도 금연보조제 처방을 받은 경우 해당 비용 일부를 개인에게 소급해줄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일선 병의원의 관련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 개발도 너무 늦었다는 목소리다. 정부가 좀 더 서둘렀다면 담뱃값이 오른 1월부터 소급 지원이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소급 보상은 금연치료제 가격을 시장 평균가로 계산해 지급하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금연치료제 챔픽스 1정은 약국마다 1500~3500원에 팔고 있는데 정부는 챔픽스의 시장 평균가를 파악해 이중 일정금액을 2월 중순부터 지원해줄 계획이다. 하지만 챔픽스가 정식으로 약가 협상을 거쳐 건강보험 지원 대상이 된다면 시장 평균가보다 최소 30%이상 낮아져 정부 지원 부담이 한결 낮아진다. 오는 2월 중순부터 금연보조제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전까지 금연자가 몰리면 몰릴수록 정부는 그만큼 비싼 값으로 약값을 지원해줘야 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손실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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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늑장 행정은 때 아닌 보건소의 과부하로도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는 보건소 금연클리닉 인력을 기존 평균 2.4명에서 4.8명으로 2배 늘렸다고 하지만 금연자가 몰리며 일선 보건소는 정상적인 상담조차 한계가 뚜렷한 모습이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이전까지 20명도 안 되던 상담자가 150명까지 늘었다"며 "이런 추세라면 금연보조제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