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중심사회, 교육이 먼저다](중)해외 IT선진국에선 '필수'과목으로 SW채택..교사·학부모 인식 전환 급선무

"학부모들에게 컴퓨팅 교육의 중요성을 얘기하면 '우리 애 컴퓨터에 중독되면 큰일 난다'며 손사래 치기 바쁩니다. 문제는 교원들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서울시 교육청 박치동 장학관은 지난 10일 열린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대비한 정보과학 교육 혁신 포럼'에서 "SW교육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교장선생님들의 사고가 바뀔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작업이 급선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컴퓨터를 굳이 교과목으로 배울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가진 교사와 학부모의 인식 탓도 문제지만 SW교육의 제도적 기반이 부실하다는 점이 현행 SW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다. 해외 IT선진국들의 행보를 보면 우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SW교육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영국컴퓨터협회(BCS)를 중심으로 2013년부터 초·중등 컴퓨팅교육 표준 모델을 마련하고 만5세부터 컴퓨팅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미국은 초·중·등학생의 수준을 고려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미비하다고 판단, 2011년 미국컴퓨터학회(ACM)와 미국컴퓨터과학교사협회(CSTA)가 컴퓨터과학 교육 표준(National Standards for K-12 Computer Science)이라는 권고안을 만들어 교육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보다 공교육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서도 우리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 4년 동안 '컴퓨터' 과목을 주당 1시간씩 배우는 필수 과목에 넣고 있다. 중·고등학교 격인 중학교에서도 4~6학년은 주당 2시간씩 필수적으로 컴퓨터 과목을 배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고등학교에서 SW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을 배정했을 때의 가장 큰 문제는 실효성이다. 현재 서울 소재 국공립중학교에서 정보교과를 선택하는 학교는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 선택 과목으로 굳이 정보 과목을 택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교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올해 3월 현재 서울시교육청 소속 중등학교 정보교사 현황에 따르면 274개 국공립중학교 교사 중 정보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 수는 26명으로 9.5%에 불과하다. 2018년부터 중학교에서 SW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기로 했지만 제대로 가르칠 교사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독자들의 PICK!
손병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단장은 "2018년부터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정보 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교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교사가 SW 교육역량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 초등학교 교원 중 14%정도만이 교외 연수에 참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예산 부족 문제도 거론된다. 박 장학관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당 연간 학교 운영비가 평균 7억9000만 원정도인데 이 중 정보화교육에 연간 평균 2700만원 남짓 사용하고 있다. 이마저도 PC 등 시설의 유지보수비용으로 대부분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보완해 나갈 부분이 많은 SW공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를 활용하거나 민·관 협력 하에서 온라인 교육과 연계를 통한 SW교육을 제안했다.
SW교육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코드닷오알지(Code.org)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업계 유명인사들의 기부로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인 코드닷오알지는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컴퓨터 과학의 기본 원리와 코딩을 무료로 교육한다. 이 단체의 SW교육을 경험한 사람은 이달 1일 현재 1억명에 달한다.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강의인 '무크(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도 SW교육 방식의 좋은 예로 거론된다. 길현영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선임연구원은 "온라인 교육은 발달된 인터넷 기술을 이용하는 동시에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중·고등학교 정보과학 교육에 활용될 수 있다"며 "강화된 정보과학 교육이 시행되기 전 이 같은 온라인 교육 체제를 신속히 구축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