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켜는 남자, 박민수의 농촌희망가

첼로 켜는 남자, 박민수의 농촌희망가

박다해 기자
2015.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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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회의원 사용설명서]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밭 직불금이 바뀌는데 전혀 홍보도 안 돼 있고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고…밭 직불금 제도를 우리 농민들을 위해서 아무리 좋게 만들면 뭐합니까? 그걸 잘 신청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줘야지요"

지난달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실,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올해 1월 3일부터 3월 26일까지 무주·진안·장수·임실 지역의 920여개 마을을 직접 순회하며 들은 농민들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했다.

제도가 채 해결하지 못한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자 농식품부 공무원들은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현장의 실상을 이렇게 소상하게 말씀해 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진장임실'로 불리는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을 지역구로 둔 박민수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처음 여의도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정세균 의원이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면서 그의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노동자와 농민 등 약자를 대변하는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어온 그는 자연스레 진보성향 인사들과 어울리게 됐다. 2010년에는 진보신당으로부터 도지사 출마를 제안받기도 했다. 그러나 거부했다. '이기는 정치'를 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비례대표가 아닌 자신의 고향 장수를 대변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농촌의 실상을 정확히 반영하고 이를 중앙정치권에서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정세균 의원의 싱크탱크였던 '국민시대'에 합류하며 정치권에 발을 딛는다.

/사진제공=박민수 의원실
/사진제공=박민수 의원실

[키워드→인권·노동 변호사]

2002년 9월,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파출소 부소장이 목과 가슴 등을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인력을 투입해 범인 검거에 나섰지만 이렇다할 단서 하나 확보하지 못한채 해를 넘겼다.

이듬해 1월, 절도혐의로 구속됐던 20대 청년 3명이 용의자로 지목된다. 음식을 훔쳐 먹다가 잡혔지만 사실상 살인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 때 한 변호사가 '명백한 별건구속'이라며 변호에 나선다.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민변)에서 활동 중이던 박민수 의원이다. 절도 사건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여론도 불리해 선뜻 나서는 변호사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유일한 증거였던 용의자들의 자백은 수없이 번복됐고 강압수사 의혹도 보도되기 시작했다. 결국 용의자로 지목됐던 청년들은 집행유예를 받아 모두 석방됐다. 그는 지금도 이 사건을 변호사 시절 가장 보람있었던 사건으로 꼽는다.

14년 간의 변호사 시절동안 그가 맡은 사건의 대부분은 노동과 인권, 농촌에 관련된 것이었다. 2003년 부안방폐장 반대 촛불집회 당시 주민들 대량 구속 사건, 2005년 영농조합과 주민이 충돌한 고창 양돈장 건립 민사 사건, 2009년 '정치적 중립'여부를 두고 다퉜던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변호사를 시작하면서 전체 사건의 3분의 1은 공익을 위해 무료 변론을 하자고 결심했고 이를 지켰다. 2011년에는 헌법재판소에서 모범 국선대리인 표창을 받기도 한다. 고엽제 환자 유족에 대한 교육과 취업지원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엽제후유증 환자지원 등에 관한 법률' 부칙에서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정부가 법을 개정하면서 환자의 사망시기를 기준으로 유족들의 수혜 여부를 다르게 규정한 점을 지적했다.

박민수 의원이 지난 1월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군 마을을 돌며 개최한 현장간담회에서 농민들의 현안을 듣고 있다/ 사진=박민수의원 페이스북
박민수 의원이 지난 1월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군 마을을 돌며 개최한 현장간담회에서 농민들의 현안을 듣고 있다/ 사진=박민수의원 페이스북

[키워드→농촌 전문가]

박 의원은 변호사로 활동하며 농촌의 피폐한 현실을 피부로 깨닫는다. 보조금이나 지원금 정책이 잘못돼 1억원 이상 빚을 진 농민이 대다수였다. 가격이 유지될 수 있는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지 못했고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대비책도 부실했다. 결국 중앙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임을 깨닫는다. 노동과 인권문제는 여느 도시의 변호사도 할 수 있지만 농촌은 지역 사정을 정확히 알고 대변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 정치에 뛰어든다.

그는 매년 자신의 지역구인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의 900여개 마을을 직접 돌며 간담회를 진행해왔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이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밭직불금제도'는 홍보가 미비하다는 그의 지적이후에 개선됐다. 농식품부는 올해 동계작물의 밭직불금 신청기간을 연장하고 지자체나 농업인 대상 홍보물을 추가로 제작·배포하기로 했다.

박 의원은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을 꿈꾼다. 정치에 입문하며 처음 내세운 구호이기도 하다. 그는 국회에 입성한 뒤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안,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농어업인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등을 잇따라 발의한다. 농업소득을 실질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재원을 마련하고 정부가 의무적으로 농어업인의 부채완화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았다.

관련 제정안도 여럿이다. 그는 △차 산업 발전 및 차 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안 △농산어촌 교육진흥 특별법안 △농어업회의소법안 △지역농산물 이용촉진 및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 등 4건의 제정안을 발의했다. '차산업발전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농산물직거래활성화법'도 현재 농해수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모두 통과, 국회 본회의처리를 앞두고 있다.

농촌 거주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개선하는 '깨알법안'도 발의했다.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다. 농어촌지역에 폐지된 버스 노선이 많아 대중교통이 취약한 점을 감안, 정부가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대중교통서비스를 도입하도록 하는 규정을 명시했다.

농촌의료봉사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조항도 담았다. 개정안은 보건소 등에 이동식 진료설비를 구비토록하고 해당 진료설비는 의료봉사를 하는 기관에 무상으로 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

[연관 검색어-첼로, 테니스, 조각까지…'취미왕']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가을, 의원회관에는 때아닌 첼로소리가 울려퍼진다. 의원회관 4층에 위치한 박민수의원실에서다. 첼로가 취미인 그는 수준급 연주를 자랑한다. 아내는 성악을 하고 두 자녀는 각각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연주해 네 가족이 연주를 맞춰보기도 한다.

그는 취미가 많은 의원으로도 유명하다. 2013년에는 여야가 가리지 않고 참석하는 국회 테니스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여야 대치 상황을 운동을 통해 풀어보자는 취지였다. 당시 정몽준 전 의원과 신학용 의원이 공동 회장을 맡았다.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과 전병헌 새정치연합 최고위원, '민변' 직속 후배인 송호창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라면 다 좋아한다는 그는 같은당 이춘석 의원과 사이클을 즐기는 '자전거 광'이기도 하다.

목공예도 즐긴다. 어렸을 때는 책 대신 조각칼과 끌을 넣어가지고 다니다 아버지께 혼도 많이 났다. 한때 조각가를 꿈꾸며 미대진학을 꿈꿨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결국 법대에 진학한다. "후회는 없어도 아쉬움은 남는다"는 그는 지금도 종종 나무에 글씨를 새긴다.

[그의 사람들→정세균, 전병헌]

박 의원을 정계로 이끈 정세균 의원과는 고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그의 이모들과 정 의원의 형제자매들이 친분있는 사이기도 하다. 박 의원의 외가와 정 의원의 고향이 모두 진안이기 때문이다. 처음 정 의원과 얼굴을 익힌 것은 1983년부터 무주·진안·장수 향우회를 통해서였다 '국민시대' 전북지부장은 정 의원 주변 분들의 권유로 참여하게 됐다.

국회에 입성한 뒤 인연을 맺은 선배는 전병헌 의원이다. 2013년 5월 전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자 그는 원내대표 비서실장으로 선임된다. 이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 국정원 개혁을 위한 장외투쟁 등을 함께 거치며 전 의원을 최측근에서 보좌한다.

같은 농해수위 소속인 유성엽 의원, 김승남 의원, 신정훈 의원과 같은 당 최재성 의원과도 가깝다.

[대표법안→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는 농어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농어업 정책개발을 돕는 조직이다. 농어업인의 요구를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정책을 농업인에게 설득하는 중간자 기능을 한다.

또 농어민을 정책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만들어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토록 했다. 정부가 하향식으로 수립하는 정책이 농업 현실과 괴리되는 점을 보완하는 취지다. 그가 최우선 목표로 삼는 '농정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제정안은 농어업회의소의 설립 목적 및 구성, 운영방안 등을 명시했다. 농어업회의소에 대한 논의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대선공약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2010년 농식품부는 농어업회의소 설립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시범사업만 실시하고 끝난 상황이다.

해당 제정안은 지난달 20일 열린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됐으나 농식품부가 이미 존재하는 농민단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반대해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인간 박민수]

종교: 기독교

좋아하는 노래: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

좋아하는 음식: 어죽국수를 좋아하며, 싫어하는 음식이 거의 없음.

좋아하는 운동: 등산, 사이클, 검도, 족구 등 운동은 다 좋아함.

주량: 소주 1병 정도

취미: 첼로, 목공예 조각 등

[이 한 장의 사진]

어린 시절 기타를 치고 있는 모습/사진=박민수의원 페이스북
어린 시절 기타를 치고 있는 모습/사진=박민수의원 페이스북
/사진제공=박민수 의원실
/사진제공=박민수 의원실

박 의원은 어렸을 때부터 음악감상을 워낙 좋아했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의원회관에서 첼로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후문이다.

[요주의!]

강경한 성격에 '불같다'는 말을 듣는다. 자신의 의견을 펼치다 흥분하면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 농해수위에서 목소리가 가장 자주, 가장 커지는 의원이기도 하다. 자신의 주관이 너무 뚜렷해 타인의 말을 잘 안듣는다는 평도 있다.

원내대표 비서실장, 원내부대표를 거쳐 상임위 간사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지만 아직 중앙정치권에서 인지도가 높지 못한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프로필]

△전북 장수(64) △전라고 △고려대 법학 △제 37회 사법시험 합격(1995년) △전북지방변호사회 이사 △장수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이주외국인 법률지원단·여성폭력방지 법률지원단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 전북지부 회장 △국민시대 전북지부 공동대표 △노무현재단 전북본부 운영위원 △19대 국회의원 △민주통합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민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 및 원내부대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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