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받던 영아가 사망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소아응급센터)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파장으로 '소아응급 전문의들이 떠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급감 선례를 남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보다 후폭풍이 더 클 거란 전망도 나온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경찰이 압수수색한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해온 전문의 1명이 최근 사직서를 냈다. 또 다른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도 전문의 2명이 최근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숙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은 "응급센터 진료가 경찰에 의해 중단되고 의료인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면서 "환아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음에도 현장에 있던 간호사와 의사가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7월 병원에서 청색증으로 치료받던 생후 4개월 영아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의료과실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압수수색 당시 의료진은 응급처치 중이었는데 경찰은 의료진에게 "진료용 컴퓨터를 확인하겠으니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사들은 이를 '과잉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 센터장은 이번 압수수색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단 우려감을 내비쳤다. 이 센터장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모멸감·압박감을 느끼면서 진료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응급의료 현장에서 환자 사망 관련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의료진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수사에 대응해야 한다면 결국 다른 응급환자의 진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 15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0.15. myjs@newsis.com /사진=뉴시스](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1810254714918_3.jpg)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소아응급센터는 지난 5월 기준, 전국 14곳이다. 그중에서도 이번 압수수색이 진행된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는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소아응급센터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곳의 중증 환자 비율(한국형 응급환자 분류체계·KTAS 1·2등급)은 30.4%로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하지만 대한소아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이번 압수수색 이후 각 병원에서 '소아응급센터 지정 반납'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치료하기 어려운 중증·응급환자를 다루면 그만큼 예후가 좋지 않은 환아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자칫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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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민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회장은 "경찰이 응급실을 범죄 소굴 다루듯 영장을 앞세운 결과, 소아응급 진료 현장 전문의들의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며 "이번 일은 기존의 소아응급 의료의 기피 현상을 더 가속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전국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 진료 제약' 메시지를 진료과별 집계했더니, 소아청소년과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권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기관이 통합 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에 등록한 진료과별 응급실 메시지는 총 2만4256건이었는데, 그중 소아청소년과가 2985건으로 전체 진료과 중 가장 많았고, 2위인 외과(1766건)보다도 1.7배나 많았다.
앞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일을 두고, 담당 교수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된 후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들의 기피과로 전락했다. 대법원이 해당 의료진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지만,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지원율은 2017년 112.1%에서 2023년 25.5%로 바닥을 쳤다.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지난달 말,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113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78.8%(89명)가 서울 지역 수련병원에 집중됐고, 경기도의 경우 전체 비중의 1.8%인 단 2명만 남아있다. 전국 6개 시·도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단 1명도 없다. 내년도 수련병원별 소아청소년과 1년 차 모집 결과에 따르면 전국 61개 수련병원 중 85.2%(52곳)는 전공의를 단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젊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모임(NGP)'은 "중증 환자를 진료한 결과가 언제든 수사와 처벌로 돌아오고, 눈앞의 다른 환자 진료마저 중단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젊은 의사들에게 필수의료 현장에 남아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류 회장도 "최선을 다해 진료해도 발생한 불가항력적 사망을 두고, 현장 의료진이 기록을 위조할 파렴치범이라도 되는 양 영장부터 들이대는 행태는 공권력 남용"이라며 "이런 불신과 모욕 속에서는 그 어떤 의료진도 응급실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