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 전력수급기본계획 A to Z

[런치리포트] 전력수급기본계획 A to Z

박용규 유영호 이현수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06.0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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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종합) 베일벗은 7차 전·기·본…'수요전망·전원믹스' 논란

베일벗은 7차 전·기·본…'수요전망·전원믹스' 논란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7차전력수급기본계획의 윤곽이 드러났다. 논란이 됐던 원자력발전은 서둘러 진행되는 반면 영흥화력발전소의 추가 계획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에너지기본계획과 함께 우리나라 전력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장고끝에 예정보다 늦게 모습을 드러낸 7차 전기본의 최종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기사업법 제25조에 근거해 2년단위로 수립되는 전기본은 전력수급의 기본방향, 전력수급의 장기전망, 발전·송전 등 전기설비의 시설계획, 전력수요의 관리에 관한 사항 등을 담고 있다. 2000년 정부가 확정하고 한국전력이 수행하는 전력수급 계획에서 벗어나 전기사업자들의 발전의향을 고려해 수급안정을 도모한다는 목표로 처음 수립됐다.

2000년대말 지속되던 전력수급 불안 상황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2012년 9.15 순환정전으로 큰 전환기를 맞게 된다. 2013년 본격적으로 제기됐던 한수원 납품비리 역시 전력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수립된 6차 전기본에서는 핵심 논란이 됐던 원전 추가 건립 계획이 삭제됐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전력당국에 대한 국민여론의 악화는 전력수급계획 심의 절차까지 변경시켰다. 6차 전기본 수립까지는 전력정책심의위원회 의결로 확정됐던 전기본이 2013년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국회 보고과정이 포함된 것이다.

당초 7차 전기본은 작년에 결정됐어야 한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6차전기본 때와 달리 고려사항이 많다는 이유로 해를 넘겨 올해 4월에야 처음으로 국회에 관련보고를 실시했다. 장관이 국회에서 '송구하다'는 말까지 해가면서도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었을까.

신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신월성원자력발전소 전경

전기본의 핵심 내용은 장기전력수급전망에서 비롯되는 전원믹스(Mix)다.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전기본의 목표지만 관련자들의 관심은 다른데 있다. 환경단체는 원자력 발전설비의 축소, 관련사업자는 신규발전소 수립계획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전기본 수립의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중장기 전력수급 전망이다. 전력설비라는 것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적절한 설비예비율을 유지해야 관련자원의 낭비가 적기 때문이다. 무작정 설비를 늘릴수만은 없는 것이다.

전력수급 전망은 발전소 건설시기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10%이상의 설비예비율을 유지하다가 지난 9.15순환정전 시기에는 5%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2006년 3차 전기본에서 수요전망에 따른 발전설비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7차 전기본에서는 6차에 비해서 전력 기준수요 증가율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지난 4월 국회 1차 보고에서 구체적인 전망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GDP성장률 하락, 전기요금 적정화, 예측모형 개선 등에 따라 6차 대비 증가율이 다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핵심이자 가장 '뜨거운 감자'는 전원믹스(MIX)다. 전원믹스는 총 필요전력량에서 발전원별로 어느정도 비중을 줄 것인가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2014년 기준 발전량 비중으로 석탄이 39.3%로 가장 많으며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력이 뒤를 잇는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원전 추가 건립이다. 원전 건립은 입지선정부터 안전성 문제까지 결정과정에 많은 사회적 비용이 수반된다. 6차 전기본에서는 당시 후쿠시마 사고 여파로 인해 원전 추가 건설을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될 7차 전기본에서는 6차에서 제외됐던 4기중 2기를 우선 반영되는 방안이 유력시 된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논의이며 국회 보고 과정을 통해서 최종 결정 될 것"이라면서도 2기 반영여부에 대해서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외에도 6차 전기본에 반영됐던 영흥화력발전소의 7·8호기 건설은 제외됐다. 산업부는 석탄발전은 환경부는 온실가스배출 문제로 LNG발전을 주장하면서 이번에도 결론 내리지 못하는 형국이다.

해를 넘겨서까지도 정부가 쉽게 결정하지 못했던 7차 전기본은 이달 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6차 전기본에서 제외됐던 원전 신규건설 추가와 노후원전의 폐로문제 등을 두고 향후 국회 논의가 뜨거울 전망이다.

전력수요 3%증가 전망..."전력대란 vs 남아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전력수요 전망'이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15년간 전력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예측한 수요전망이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원자력 등 전력공급 방식을 담은 '에너지믹스'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2일 국회와 전력당국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에서 올해부터 2029년까지 국내 전력수요가 연평균 3%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력피크(순간최대전력수요)도 전력수요와 비슷하게 3% 안팎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7차 계획에서도 전력설비 적정 예비율을 22% 유지하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6차 계획(2012~2027년)까지 반영된 발전설비 외에 300만㎾ 규모의 신규 발전설비 건설이 필요하다.

7차 계획의 전력수요 연평균 증가율 3%는 6차 계획보다 다소 낮아진 수치다. 산업부는 앞서 2013년 2월 발표한 6차 계획에서 2027년까지 우리나라의 전력수요가 매년 3.4%(전력피크 3.5%)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앞선 5차 계획에서는 전력수요가 연평균 3.1%(전력피크 3.1%)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수요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력수급분과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분과위는 교수 및 연구원, 시민·환경단체 관계자 등 민간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수요예측모델을 가동해 나온 전력수요에 수요감축정책 등의 변수를 적용해 최종 전력수요를 확정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전망치인 만큼 과대·과소 예측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2013년과 2014년의 전력수요(피크 기준)는 각각 7402만㎾와 7605만㎾로, 전망치인 7835만㎾와 8033만㎾보다 400만㎾ 이상 낮았다. 원전 4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때문에 정부가 사회적 비용을 무시한채 발전설비를 과도하게 확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같은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수요 증가율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소전망으로 '전력대란'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전력당국은 3차 계획에서 2006년 발표한 2012년 전력피크를 6712만㎾로 예측했다. 2008년에 수립한 4차 계획에서도 2012년 전망치는 7296만㎾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 실제 전력피크는 7599만㎾로 적게는 원전 3기, 많게는 원전 9기에 해당하는 전력이 부족했다. 2011년 9월 전국적으로 발생한 '순환정전' 사태도 이같은 과소전망이 주요 원인이다.

노영기 중앙대 교수는 "2000년대 후반부터 수년간 '전력대란'을 겪으면서 수요전망 및 적정 예비율이 다소 높게 설정된 측면이 있다"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려는 정부 입장은 이해하지만 성장률 하락 등 최근 경제여건을 감안했을 때 미세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7차 전력계획 전원구성은…'포스트2020' 관건

수요전망이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기본 뼈대라면, '전원구성'은 골격에 붙는 살이다. 향후 몇 년 동안 어느 정도의 전력 수요가 있을지 예측에 따라 원자력,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 등 전원구성 비중이 정해지는 것이다.

이달 7차 전기본 발표를 앞두고 최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설비계획소위원회에선 6차 전기본에 포함됐던 신규 화력발전 4기가 제외되고, 유보됐던 원전 2기 반영이 확정됐다. 산업부는 "향후 국회보고와 공청회 등을 거쳐 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단독]화력발전 4기 백지화, 원전 2기 건설-7차 전력계획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6차 전기본 복습

전기본 수요전망에 따라 발전시설은 늘거나 줄어든다. 전기본에 포함되지 않거나 반영이 유보되면 발전소 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가장 최근인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2013~2027)'에서 우리나라의 전력소비량이 해마다 평균 3.4%씩 늘어 2027년 7710억만 kWh(최대전력)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2027년까지 전력예비율을 22%로 끌어올린다는 가정 아래 발표한 전원 구성은 2027년 기준 △석탄(28.7%) △원전(22.7%) △신재생(20.2%) △LNG(20.1%) 순이다.

전원구성을 토대로 당시 정부는 석탄과 LNG를 이용한 화력발전설비는 1580만kW, 신재생 발전설비는 456만kW 늘리는 등 총 2357만 kW의 발전설비를 추가로 짓기로 결정했다.

원전의 경우 5차 전기본에 반영됐으나 건설이 시작되지 않은 신고리 5~8호기, 신울진 3~4회 등 6기 건설을 추진하고, 6차 전기본 수립시 건설의향서가 접수된 4기의 반영은 유보했다. 이번 7차 전기본에서 신고리 7·8호기는 경북 영덕으로 대체 건설이 유력시된다. 6차 때 보류된 4기 중 2기는 반영키로 했다.

◇'환경성vs경제성'…민간 참여·공급과잉 논란도

전력 관계자들은 7차 전기본에 어떤 민간 발전사들이 참여할 지 주목한다. 6차에서 사업권을 획득한 민간 대기업 수는 8개로 한전 발전자회사 4곳의 2배에 달했다.

민간 발전사들이 전력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특혜 문제와 공급과다 논란,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6차에 포함됐던 '동부하슬라파워' 1·2호기는 송전선로 문제로 7차 전기본 제외가 확실시된다.

발전설비 공급과잉 문제에 대해 당시 산업부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전력예비율이 부족하고, 국가간 전력교류도 되지 않는 고립형 구조"라며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포스트(post)2020'을 앞두고 발표될 7차 전기본에선 각 발전원이 가진 '환경성'도 전원구성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석탄 화력발전설비 4기가 7차 전기본에서 제외된 결정적 이유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산업부는 지난 4월29일 국회 보고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저탄소 및 분산형 전원을 적극 고려하고, 각 전원의 경제적 사회적 제반비용을 합리적 수준에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는 '포스트2020'에 따라 오늘 9월까지 UN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이행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전력계획 첫 국회보고·공청회…'투명화' 법개정 효과는?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안이 새롭게 수립돼 나올 때마다 '밀실행정' 논란을 낳았다. 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정부 관계자 및 학계 전문가 소수가 모여 안을 만들고 발표하고 실행해왔기 때문이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7차 전기본 부터는 확정 발표 전 국회보고와 공청회 절차를 밟아야 한다. 2013년 6월 국회에서 개정된 전기사업법에 따른 절차다. 산업부는 지난 4월29일 국회보고를 했으나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2차보고를 앞두고 있다.

개정 법률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립'을 담은 25조에 관련내용을 명시했다. 법에 따르면 산업부 장관은 기본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국회 소관싱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또 공청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후 전력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 안을 확정해야 한다. 각각 김제남 정의당 의원,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해 대안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법은 다만 시행령이 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공청회를 개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시행령에 따라 공청회가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전기사업법 시행령은 해당 사유를 △이해관계자 등의 방해로 공청회가 개최되지 못한 횟수가 2회 이상인 경우 △공청회가 개최되었으나 이해관계자 등의 방해로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경우로 정하고 있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선 국회 보고와 공청회 외에도 전기본 일정 및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가 더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와 관련 신규 원전 건설 등 지역주민 이해가 걸린 사안에서 의견수렴 절차를 강화하는 안은 현재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3년 5월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전부다. 개정안은 산업부 장관이 기본계획에 발전소 신설 등을 반영하는 경우, 해당 시설이 위치한 지역을 관할하는 시도지사와 미리 협의토록 했다.

한편 산업부는 4월29일 보고에서 7차 전기본의 기준수요와 관련 "GDP성장률 하락, 전기요금 적정화, 예측모형 개선 등에 따라 6차 대비 증가율이 다소 하락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발전설비계획에 대해서는 "원전 신규설비 반영은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정한 2035년 원전비중(29%) 등을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확정 7차 전기본은 이달 발표될 예정이지만 2차보고 및 공청회 일정은 아직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부가 오는 18일 전후 고리원전 1호기 연장 여부와 관련 어떤 발표를 내놓을 지 관심이 쏠린다. 18일은 고리1호기 수명 재연장을 위해 정부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마감 날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1차보고 당시 "7차 기본계획은 6차와 달리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다"며 "연장 가동하는 고리 원전 1호기 부분은 6월18일까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7차(발표)가 늦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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