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도전과 정책이 중국 스타트업 천국으로

젊은 도전과 정책이 중국 스타트업 천국으로

테크M 강동식 기자
2015.09.12 07:28

중국의 스타트업 육성전략

중국에서는 매일 1만 개의 창업이 일어나고 있다.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을 노리는 젊은이들의 도전과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의지가 맞물리면서 창업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신산업 분야의 창업을 산업 체질 개선을 통한 국가 경제의 돌파구로 삼으려는 중국 정부의 육성전략이 최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어 중국의 스타트업 열풍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5월 7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인 창업공간인 ‘창업가’를 방문했다. 리커창 총리는 이곳에서 자신이 주창한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을 언급하며 창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은 리 총리가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주창했으며, 지난 3월 양회 정부공작보고를 통해 정부의 공식 업무계획에 포함됐다.

등록자본금 폐지 등 제도 개선 잇따라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창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과거에 비해 관련 제도 개혁의 폭이 매우 큰데, 이는 중국 정부의 창업 활성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2월 등록자본금 최소요건을 폐지하고 출자방식을 자율화했다. 이를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본금 부족으로 창업을 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1위안만 있으면 창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업 등록절차도 바꿔 등기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종전의 26일에서 15일로 크게 줄였다. 향후 등록에 걸리는 기간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리 총리는 올해 정부공작보고에서 등록 제도를 더 간소화해 등록 소요시간을 5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또 지난해 12월 사모주식 및 크라우드펀딩 관리법 초안을 만들어 창업 초기 기업들이 좀 더 쉽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으며, 창업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자금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400억 위안(약 7조 3000억 원)의 신흥 산업 창업투자기금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차세대 ICT, 환경, 바이오 등 신흥 산업 분야의 스타트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신흥 산업 창업투자기금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자금을 배정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기업과 금융기관은 물론, 해외자본까지 끌어들여 함께 창업 투자지원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민간자본에게 투자에 대한 수익을 양보했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5월 소규모 창업기업 혁신도시 시범사업도 시작했다. 이 사업을 통해 앞으로 3년 내 중소기업 창업에 15억 위안(약 28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또 국가 자주혁신 시범구, 국가 첨단기술 산업 개발구, 과학기술기업, 대학 등을 활용해 저비용으로 창업공간을 만들어 더 많은 창업자들을 불러 모을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특히 약 749만 명에 달하는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을 줄이기 위해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창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학생 예비창업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고 교내 창업 인큐베이팅 시설 임대료를 감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 5월 대학생의 창업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하도록 각 대학에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2013년 약 17만 명인 대학생 창업자 수를 향후 4년 내 8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오종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목적은 크게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라며 “특히 계속 늘어나고 있는 대학 졸업생을 수용하고 사회 안정을 위해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데, 창업 확대는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정부 스타트업 육성 경쟁

중국의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 정부도 경쟁적으로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 스타트업 육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중국 주요지역의 ICT 창업환경 분석)를 통해 풍부한 자금과 인력을 바탕으로 창업이 집중되고 있는 베이징, 선전, 상하이의 스타트업 육성 현황을 정리했다. 이들 3개 도시는 칭화대학 치디혁신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혁신창업도시 1~3위를 차지한 곳이기도 하다.

◆벤처 창업 1/3 책임지는 베이징=정책적인 지원과 자금이 집중되면서 창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베이징 중관춘은 중국에서 벤처창업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지난해 창업투자 건수와 투자 규모 모두 중국 전체의 1/3을 차지했다.

중관춘은 1999년에 과학원구로, 2009년에 국가 자주혁신시범구로 지정되면서 기술을 바탕으로 한 혁신창업의 중심지가 됐다. 중관춘 관리위원회는 청년창업과 기술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하이뎬구에 200m의 혁신거리를 조성해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초기 인큐베이팅, 투자 플랫폼, 개방형 창업공간, 창업 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특히 2011년 설립된 처쿠카페, 3W카페는 개방형 창업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음료수 값을 내면 인터넷, 프린터 등 각종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칭화대, 베이징대 등 40여 개 대학이 소재한 중관춘은 고급인력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과 정부 차원에서 과학성과의 산업화를 적극 장려하며 산학연 협력을 유도하고 있어 기술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바이두, 레노버 등을 배출한 중관춘은 현재 차세대 인터넷, 차세대 이동통신, 위성, 바이오,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중관춘에서는 2011년 시행된 중국 정부의 ‘중관춘 인재특구화에 대한 의견’에 따라 우수인력에 대해 개인소득세 면제 등의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인증된 창업기업에 대해서는 투자금액의 10%를 보조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창업자금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사무 공간 임대에 대한 보조도 제공되고 있다.

이 같은 적극적인 우수인재 영입 정책을 통해 중관춘으로 귀국한 우수 인재가 1만 8000명에 달한다. 중관춘 관리위원회는 또 기술력은 갖췄지만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유치가 쉽지 않은 스타트업을 위해 VC와 공동으로 13억 위안(약 2400억 원) 규모의 엔젤투자기금을 조성 중이다.

◆전 세계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주목하는 선전=1979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특구로 지정된 선전시는 외자 유입과 민간기업 발전이 가장 두드러진 지역으로, 저렴한 노동력과 토지를 활용한 전자제품 제조, 가공무역 관련 기업이 빠르게 늘었다. 1980년대 설립된 선전의 대표기업인 화웨이, ZTE는 초기 통신기기 제조와 수출을 위주로 했으나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ICT 기업으로 성장했다.

선전은 1990년 이후 다국적 ICT 제조기업이 자리잡고 로컬 ICT 기업이 성장한 것과 함께 독특한 ‘산자이(산적의 소굴이라는 뜻으로, 중국산 모조품을 의미하나 주류에 저항하는 풀뿌리 문화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문화로 인해 다른 지역과 달리 강력한 하드웨어 제조기반을 보유하면서 전 세계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가장 주목하는 지역이 됐다.

선전은 하드웨어 전문가가 아니어도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며, 어떤 지역보다 빠르고 싸게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선전의 전자제품 전문시장인 화창베이는 개방형 제품 제조 네트워크 및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다양한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선전시가 1989년 과학기술 창업 서비스센터를 설립한 이래 시 정부의 지원이나 인증을 받은 인큐베이팅센터가 78개에 달하며, 지난해 기준으로 40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이곳에 입주해 있다.

선전은 또 난산구에 위치한 선전 첨단기술산업단지 내에 인큐베이팅 연맹을 결성해 중국 내외의 50여 개 대학, 공공 연구기관, ICT 기업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선전시는 지난해 12월 로봇 및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산업 육성정책을 발표했으며, 이를 위해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위한 기금 조성과 공간 확보, 협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O2O 스타트업 적극 육성하는 상하이=상하이는 2000년대 초 해외파 고급 인재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ICT 분야 창업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창업한 기업으로 게임 포털인 샨다게임즈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SMIC가 대표적이다.

상하이시는 5월 소프트 환경 구축, 과학기술의 산업화, 혁신인재 유치 등을 담은 과학혁신도시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혁신창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기술이민제도 실시, 엔젤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금융서비스 모델 혁신, 지분 위탁관리 교역센터 개혁 등이 이 계획에 포함됐다. 상하이 정부는 또 과학혁신도시 발전계획의 일환으로 텐센트, 알리바바 등과 인터넷 산업 협력을 체결했다.

상하이시는 또 혁신인재 유치를 위해 해외 인재의 호적 취득 요건을 완화하고, 학교나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과학기술 인력이 창업할 경우 겸직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상하시는 과학기술 기업에 대한 혜택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장장첨단기술단지를 정책 지원의 핵심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의 대표 창업기지로 꼽히는 장장첨단기술단지는 특색 있는 창업공간을 구축하고 3억 위안의 기금을 조성해 창업기업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특히 장장첨단기술단지의 상하이 푸동소프트웨어원 내 5만㎡ 규모의 공간에 O2O(Online to Offline) 분야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팅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중국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은 이처럼 중앙 정부가 제도 개선과 창업 투자 확대 등 강력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각 지방 정부가 지역 특색에 맞는 지원 정책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이원화된 구조를 근간으로 중국 전역에서 스타트업이 좀 더 쉽게 창업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본 기사는 테크엠(테크M) 2015년 9월호 기사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매거진과테크M 웹사이트(www.techm.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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