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후']뉴타운사업 1기 '길음뉴타운', 재개발 13년여만에 마무리 단계…원주민 재정착 문제는 여전

서울 성북구 길음동 일대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가파른 언덕 위에 저층 노후주택들이 밀집된 서울시내 대표적 '달동네'였다.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낙후된 강북재개발 공약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뉴타운사업'을 도입했고 성북구 길음·정릉동 일대는 뉴타운 시범사업지로 선정됐다.
뉴타운 1기로 지정된 뒤 13년여 동안의 긴 공사를 거쳐 저층 노후주택 밀집지역은 대규모 고층 아파트단지로 탈바꿈했다. 뒤늦게 사업구역에 편입된 길음1·2재정비촉진구역이 각각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면서 길음뉴타운 사업도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길음뉴타운사업은 도시기반시설을 늘리고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노후 밀집지, 고층아파트로 재개발 후 웃돈 '1억원'
지난 13일 오후 길음동 현대백화점 미아점 인근에선 포클레인 등 각종 중장비가 동원돼 저층 단독주택과 빌라들을 철거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노후주택들이 없어진 자리에는 최고 39층 높이의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가 들어선다.
길음동 498번지 일대(10만5584㎡)는 2009년 길음2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돼 같은 해 6월 조합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재개발사업에 돌입했다. 2012년 사업시행인가, 2014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거쳐 지난해 말부터 철거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하 3층~지상 최고 39층 24개동에 235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들어서는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는 다음달 336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조합에 따르면 조합원 분양가는 59㎡(이하 전용면적)가 평균 3억5600만원, 84㎡는 평균 4억5700만원 수준이다. 일반분양가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조합원 분양가보다 8000만~1억원 정도 비싼 가격에 결정된다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

신규분양시장 열풍에 따라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의 조합원 입주권에도 ‘억대’의 웃돈이 붙었다. 길음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59㎡가 1억원, 84㎡가 1억20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며 “일반분양이 적어 조합원 물량을 찾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길음2재정비촉진구역 남쪽에 있는 1구역 재개발조합은 2013년 12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고 이달 관리처분총회를 앞두고 있다. 이곳에는 지상 최대 37층 2029가구 규모의 ‘롯데캐슬’이 들어선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면 길음1구역도 내년 초에는 이주와 철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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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음1·2재정비촉진구역을 포함, 현재 길음뉴타운에서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5곳이다. 미개발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길음1·2구역 사업이 완료되면 십수 년 간의 길음뉴타운사업도 마무리단계에 접어든다.
길음뉴타운은 당초 삼양로 서쪽 길음동과 정릉동 일대(95만㎡)를 사업대상지로 삼았다. 2006년 삼양로 동쪽 길음3동(약 30만㎡)까지 사업지로 편입되면서 길음뉴타운은 약 125만㎡ 면적에 1만4100가구를 건축하는 미니 신도시급 대규모 사업지로 변모했다.
2005년 4월 길음뉴타운2단지 푸르지오와 4단지 e편한세상이 뉴타운사업 재개발 아파트 중 가장 먼저 준공됐다. 이후 △5단지 래미안(2006년 6월) △6단지 래미안(2007년 7월) △10단지 라온유(2008년 10월) △8단지 래미안(2010년 6월) △7단지 두산위브(2010년 7월) △9단지 래미안(2010년 9월) 등이 차례로 완성됐다.
과거 '달동네' 이미지는 사라지고 자연산책로, 벽천, 인공폭포 등이 설치된 녹색주거타운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10%대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낮은 보상금, 높은 추가분담금으로 조합원 갈등
주택공급을 통해 주거난을 해결하고 낡은 구도심의 환경을 개선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부동산 투기, 주민간 갈등,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 등은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뉴타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세입자들이 재개발 과정에서 집을 잃고 쫓겨나면서 서민주거불안을 야기하기도 했다.
2007년 서울시가 펴낸 ‘뉴타운사업에 따른 원주민 재정착률 제고방안’에 따르면 길음뉴타운 4구역 소유자와 세입자 재정착률은 각각 13.2%, 18.8%에 불과하다.
집주인은 높은 추가분담금으로 신규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세입자도 다가구·다세대주택을 대량 철거하면서 저렴한 대체주택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길음동 일대 공인중개소들에 따르면 길음2재정비촉진구역에 거주하던 집주인들이 받은 권리가액은 평균 5000만~6000만원 정도. 조합원이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 59㎡에 들어가려면 약 3억원 이상 분담금을 내야 한다.
길음동의 R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조합원 물량 1200여가구 중 지금까지 400가구 정도가 손바뀜이 일어났다”며 “앞서 입주한 길음뉴타운 단지들을 보면 원래 조합원이 입주하는 경우는 25%도 안된다”고 말했다.

관리처분총회를 앞둔 길음1재정비촉진구역도 낮은 권리가액 보상 때문에 주민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길음1재정비촉진구역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조합원 권리가액이 3.3㎡당 평균 700만~800만원으로 평가받았는데 이 돈으로 어떻게 서울에서 집을 구하냐”며 “관리처분총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구역해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길음뉴타운사업은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시기에 진행돼 다른 사업장에 비해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지만 원주민 주거권 침해 논란은 여전했다”며 “원주민들 80%가 근처 5㎞ 이내로 이주하면서 주거난 도미노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뉴타운같은 재개발은 도시환경 개선이란 사회적 필요에 의해 시행되는 만큼 기존 커뮤니티의 해체 등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생활보호대상자 등 사회적 약자에겐 이주비 지원 등의 정책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