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위치기반서비스, 무심코 누른 '동의' 버튼 이후 이용자 경각심은 0%

점심 메뉴를 고르는데 스마트폰 알림이 울린다. 주변 맛집을 추천하면서 쿠폰을 보내주겠다는 멤버십카드 앱(애플리케이션)의 알림이다. 멤버십 포인트 적립·사용을 위해 내려받은 해당 앱이 추천 서비스도 하는지도 몰랐다.
그제야 포인트 적립을 위해 앱을 켤 때마다 위치서비스를 켜라는 알림창이 자꾸 떴던 기억이 났다. 영화 예매나 뱅킹 앱도 비슷한 이유로 위치정보를 요구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동의'를 눌렀던 것 같다.
결제 앱이 왜 위치정보가 필요할까. 한 번쯤 이용자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법한 서비스들이다. 길안내, 분실 휴대전화 찾기 등 위치 정보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앱 외에도 예상치 못한 다방면의 앱들이 위치정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사용자는 무심코 '동의' 버튼을 눌렀다가 이용하지도 않는 기능 때문에 앱 운영업체에 자신의 위치 정보를 내주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위치기반 서비스 급증에도 이용자들 본인 이용내역 "잘 몰라"
스마트폰 설정에서 위치 정보를 요구하거나 실제 활용하고 있는 앱 수와 종류를 확인해보면 놀랄 수밖에 없다. 각종 상거래 앱에서 게임 앱까지 생각지도 못한 앱들이 위치 정보를 가져간다. 이같은 서비스는 GPS(위성항법장치), 블루투스, 와이파이, 통신탑 위치 등을 이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한다.
기자 본인의 스마트폰만 봐도, 72개 앱 중 위치정보 접근 권한을 요구하는 앱이 24개였다. 일주일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더라도 위치 정보 활용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위치 기반 서비스 시장은 성장하는데 이용자들이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편리한 서비스 이면에는 이용자 정보의 수집·활용이라는 민감한 주제가 숨어있다. 과도한 정보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직장인 정윤영씨(가명·30)는 "지도 서비스 정도만 내 위치 정보를 이용한다고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내 사진첩에도 위치가 적혀있어서 놀랐다"면서 "생각보다 많은 앱들이 위치정보를 요구하는데, 이런 앱 운영 업체들이 내 위치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필수적인 서비스 외에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본값 자체를 '불허'로 두도록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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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법제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8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스마트폰 앱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발표했지만, 이 가운데서도 민감한 개인정보인 '위치정보'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선 이용자들이 앱 사용시 위치정보 제공 사실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앱 UI(사용자환경) 등을 고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위치 정보 이용에 동의하지 않아도, 기본 서비스는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도 선택권 강화를 위한 조치로 꼽힌다.
위치 서비스를 기본으로 꺼두고, 해당 기능이 필요할 때만 동의를 얻어 켜는 방식으로 틀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의 박지호 소비자정의센터 간사는 "개인정보보호법과 별개로 법이 제정됐을 만큼 위치 정보는 중요한 개인 정보"라면서 "무분별한 수집이 아닌 꼭 필요할 때만 (이용자에게) 요구해서 위치 정보를 받는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구글코리아 등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토록 한 판결이 이런 변화를 이끌어낼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서울지방법원은 구글코리아 등에게 개인정보와 서비스 이용내역을 제 3자에게 제공한 현황을 이용자에게 공개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이번 판결은 기업이 서비스 제공 목적과 거리가 있는 경우 이용자에 관한 정보 수집을 자제토록 유도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