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권리' 청원권…223건 중 채택은 단 2건뿐

'잊혀진 권리' 청원권…223건 중 채택은 단 2건뿐

박다해 기자
2016.01.0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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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청원제도 활성화 담은 '국회법 개정안' 논의 '지지부진'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지난 7월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청원입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반복적인 산재사망과 재난사고의 원인이 기업의 탐욕과 이윤추구에 있다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해 경영책임자와 공무원에게 사업수행 및 사업장 관리시 재해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반해 시민과 노동자가 재해를 당할 경우 엄하게 처벌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스1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지난 7월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청원입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반복적인 산재사망과 재난사고의 원인이 기업의 탐욕과 이윤추구에 있다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해 경영책임자와 공무원에게 사업수행 및 사업장 관리시 재해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반해 시민과 노동자가 재해를 당할 경우 엄하게 처벌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스1

"국민이 직접 만들 수 있다. 법안과 똑같은 효력을 지닌다. 국회의원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이를 심사하고 처리 결과를 통지해야한다."

국민들의 공식 '입법 창구'인 국회 청원제도 이야기다. 헌법 제26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하고 있다.

청원제도는 누구에게나 입법통로를 공개적으로 열어둠으로써 입법논의의 주체가 국회의원이나 정부, 거대 이익집단에게만 쏠리는 현상을 제어해주는 장치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통로기도 하다.

◇ 국회서 외면받는 청원제도…청원건수 줄고 폐기건수 늘어

그러나 청원제도는 정작 국회에서 외면받고 있다. 19대 국회 회기 종료를 불과 3달여 앞둔 3일 현재, 국회에 계류된 223건의 청원 가운데 채택된 청원은 단 2건이다. '국립현충원의 일본 수종 제거' 청원과 '울산 혁신도시의 고가차도 건설 반대 및 평면교차로, 지하차도 건설 촉구' 청원이다.

그나마 다른 법안에 해당 내용이 반영돼 '대안반영폐기'로 처리된 청원 역시 6건뿐이다. 본회의에 해당 청원을 부의하지 않되 정부로 이송해 국가정책에 반영키로 한 청원은 31건이다. 여기에 철회된 청원 4건까지 제외하면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는 청원만 180건이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3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접수된 3324건의 청원안 가운데 약 1.2%인 40건만이 채택된 것으로 집계됐다. 18대 국회까지 상임위에서 처리되지 않고 임기만료로 인해 자동폐기된 청원안은 전체의 58.9%인 1825건에 달했다.

또 청원안 접수 건수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임기만료 폐기 건수는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측은 "(청원 접수가 줄어드는 것은) 청원의 실효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기대가 떨어지는 것에서 기인한다. (폐기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의 청원에 대한 경시와 무관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전진영 입법조사관 역시 "각 상임위원회에 청원심사소위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실제로 개최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어 실질적으로 청원안에 대한 심사가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16대 국회 이후 입법청원 처리 결과를 보면 대부분 '정부이송-국정반영'형태로 돼 있다"며 "입법청원의 근본취지가 국회에 직접적으로 입법적 요구를 제안하는 것이란 점에서 정부에 이송하기 보다 국회의원 또는 위원회의 법안발의로 연계하는 것이 더 타당해보인다"고 꼬집었다.

◇ '청원제도 활성화' 담은 국회법 개정안도 논의 안 돼…폐기 가능성↑

이처럼 청원이 외면받고 있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심사기간을 무기한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청원심사규칙' 제7조 2항은 "위원회는 청원의 회부일로부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90일 이내에 심사결과를 의장에게 보고해야한다"면서도 "이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하였을 때에는 의장에게 중간보고를 하고 심사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고 사실상 '무기한 심사'를 가능토록 하고 있다. 청원심사소위를 개최하지 않아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는 셈이다.

이같은 청원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도 다수 발의돼 있지만 해당 개정안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은 청원 심사기한 연장을 1회로 제한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청원 회부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청원인에게 결과를 통지하고 심사기한을 1회에 한해 60일 이내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심사기한을 90일 범위에서 1회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필요시 청원인과 이해관계인 등의 진술을 청취하고 정부는 청원조치를 이송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 국회에 처리 결과를 보고토록 했다.

현재 국회의원의 소개로 접수할 수 있는 청원제도를 폐지하고 전자청원제도를 신설, 청원제도의 문턱을 낮추는 취지의 법안도 발의돼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은 전자청원센터를 설치, 청원을 접수하며 공개된 청원에 대해 추가 지지서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청원심사특위를 설치해 청원심사를 상설화하며 만약 6주동안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청원의 경우 공청회를 개최하고 이를 국회방송을 통해 중계하는 등 청원제도를 확대하도록 했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을 포함, 청원제도를 활성화하는 국회법 개정안 5건은 모두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19대 국회의원들이 내년 4월 총선을 대비, 사실상 '선거모드'로 전환한 것을 감안하면 해당 개정안 역시 운영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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