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읽기쉬운 삼국유사' 펴낸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전문가용 이어 보급판으로

“역사는 해석의 문제죠. 2년 전 2000페이지에 이르는 ‘삼국유사’ 전문가 편을 냈을 땐 여러 설을 두루 살필 수 있었는데, 쉽게 읽히는 보급판에선 한가지 설을 요약해서 내야 하니 국정교과서 내는 것보다 더 힘들더라고요.”
‘삼국유사’ 하나만 40년 가까이 파온 고대사 전문가 최광식(63)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읽기쉬운 삼국유사’를 내놨다. 2014년 전문가를 위한 역사서를 낸 지 2년 만이다.
최 전 장관은 19일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가 편에서 어렵게 달 수밖에 없었던 주석들을 대부분 빼고 읽기 쉽게 요약했다”고 했다.
“장관직에 있을 때, 작가들을 만나면 콘텐츠가 없다는 불평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아니, 삼국유사가 있지 않습니까’하고 되물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작업이 원본 그대로 의역한 ‘삼국유사’인데, 그게 너무 어렵다고 해서 이번에 쉬운 보급판을 낸 겁니다.”
일연의 삼국유사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함께 현존하는 한국 고대 서적의 쌍벽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삼국사기가 고구려, 백제, 신라 3국의 이야기를 정제된 문장으로 기술한 정사로 인정받는 반면, 삼국유사는 고조선, 발해까지 넘나드는 방대한 역사의 흐름에도 야사로 폄훼되기 일쑤였다.

최 전 장관은 “우리의 방대하고 우수한 역사를 정사, 야사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삼국사기는 정부가 만든 관찬사서, 삼국유사는 민간이 기술한 사찬사서로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삼국유사는 기전체로 구성된 삼국사기와 달리, 기사본말체로 구성돼 있어요. 사건의 시작과 끝을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건데, 오늘날의 단어로 표현하면 ‘스토리텔링’이에요. 그러니 얼마나 이야깃거리가 많겠어요. 단군을 비롯해 박혁거세, 주몽, 온조 등 건국신화부터 김춘추와 김유신 같은 영웅의 이야기, 일반 서민의 삶까지 감칠맛 나게 기술돼 있어 스토리단지라고 말할 수 있어요.”
융·복합 시대에 삼국유사가 국수주의 회귀나 시대에 뒤떨어지는 얘기는 아닐까. 그는 “정말 선진국이 되고 싶은가”라는 반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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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 정말 좋은 얘기지만, 서양 것만 알면 우리 정체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왜곡이 심화할수록 우리 것을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삼국유사는 특히 지배층뿐 아니라 피지배층의 삶과 정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인간 고유의 본질도 읽을 수 있어요.”

초등학교 입학 전엔 어머니와 점집을 드나들고, 초등학교 땐 절집을 드나들던 최 전 장관은 대학 때 첫 리포트로 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비교분석’에서 어린 시절을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며 이 분야에 반평생을 보냈다. 그는 “토속신앙과 불교는 목적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며 “우리 조상의 삶이 시작되고 끝난 이 신앙들이 우리의 오늘을 만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보급판까지 낸 최 전 장관은 앞으로 삼국유사에 기술된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삼국유사 답사기’를 시도할 예정이다.
“일연 스님이 책을 집필하던 곳곳을 다니면서 마이크 하나 잡고 쉽고 재미있게 내레이터를 해볼 생각이에요. 제목은 ‘삼국유사의 현장을 찾아서’정도 할까 하는데, 마음에 드시나요?”
◇ 읽기 쉬운 삼국유사=일연 지음. 최광식 옮김.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 443쪽/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