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보고 특정 주주의 소유지배를 막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일뿐더러 민간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강제하는 것이어서 재산권 보장이라는 헌법 가치 침해 논란까지 일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창업 생태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2013년 한국비트코인거래소가 설립된 것이 시초다. 이후 코인원과 업비트, 빗썸이 출범하고 많은 부침이 있었다. 결국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한 치열한 경쟁 끝에 현재의 구도가 형성됐다. 만약 창업 시점에 자신의 지분이 강제로 축소될 것을 예상했다면 그만큼의 열의를 갖고 투자해 회사를 키울 수 있었을까. 민간기업 소유구조를 강제하는 선례가 생기면 모험자본도 위축될 게 뻔하다. 유망 스타트업이라면 규제리스크가 덜한 해외로 거점을 옮기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국내 1위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대주주의 결단을 바탕으로 네이버와 합병해 글로벌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지분이 분산된다면 이런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 지분 규제가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들한테라도 도움이 되는가. 이 역시 소유 구조가 파편화하면 단기적 성과에만 치중해 보안 인프라 투자 등 이용자 보호를 게을리할 가능성이 있다. 사고 발생 시 최종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진다. 국회에서 청문회를 연다면 누구를 불러야 책임감 있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
가상자산은 국경이 없다.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은 글로벌 경쟁에 나서는 우리 기업들에게 또 하나의 족쇄를 채우는 일이다. 황금알을 꺼내 나눠가질 생각에 채 자라지도 않은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