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교황 접견…팀 쿡, EC 반독점 집행위원 면담…셰릴 샌드버그, WEF 참가

에릭 슈미트, 팀 쿡, 셰릴 샌드버그. 모두 최근 유럽을 방문한 미국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대표 주자들이다. 이들은 최근 유럽에서 거세지는 규제 움직임을 줄이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펼치고 있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지난 15일 바티칸에서 프란체스코 교황을 접견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1일 유럽의 반독점 담당 집행위원을 만났으며,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가해 유럽 각국의 반독점 담당자들과 미팅을 이어갔다.
유럽이 이들 기업이 유럽인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는 위기감에 반독점이나 탈세 등의 문제를 걸어 압박에 들어가자, 각 기업의 얼굴들이 일제히 유럽을 찾아간 것이다.
◇스노든 폭로에 '미국 ICT 기업 위험하다' 유럽 위기감 고조
유럽은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ICT 기업이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유럽인들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것에 불안감이 많았다. 그 불안이 전방위 압박으로 확산된 계기는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다. 당시 스노든은 미국 정부가 구글, 페이스북, 야후 등의 인터넷 기업 서버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했고, 유럽 각국의 정부 기관을 도청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는 미국 ICT 기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고, 곧이어 이들 기업의 활동을 압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사실 유럽과 미국 ICT 기업 간의 다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EU는 지난 1999년에는 당시 세계 PC 운영체제(OS) 시장의 95%를 독식하던 '윈도우' 제조사 MS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조사에 들어갔다.
EU는 4년간의 조사 끝에 2003년 8월 '미디어플레이'와 '메신저' 끼워팔기 혐의가 있다고 판정했다. 2008년에는 '오피스 2007 서비스팩2'가 '오픈도큐먼트포맷'(ODF)을 지원한 부분을, 2009년에는 윈도우에 '인터넷익스플로러'를 기본탑재했다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MS가 EU에 낸 벌금은 모두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가 넘는다.
◇유럽, 2015년부터 美 ICT 기업 전방위 압박 시작
EU는 이미 2010년부터 구글이 구글 검색결과에서 '구글 쇼핑' 내용을 우선 노출해 경쟁사의 가격 비교 서비스를 차별했다며 예비조사에 들어갔다. EC는 지난해 4월에 유럽 집행위원회(EC)는 구글의 검색결과는 독점적 지위 남용이라고 판단, 공식적으로 반독점법 위한 혐의로 제소했다. EU에서 최종적으로 반독점 행위로 인정되면 구글은 최대 60억 달러(7조2000억원)의 벌금을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이와는 별도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구글의 서비스를 기본 탑재한 것이 끼워팔기가 아닌지를 두고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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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대해서는 탈세 문제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애플이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를 유럽 본사로 활용하면서 유럽 내 다른 지역에 내야 할 세금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EC는 애플과 아일랜드 정부가 지난 1991년과 2007년에 맺었던 조세계약이 불법이라고 보고 있다. 애플의 탈세 의혹은 이르면 2월 말이면 결론이 날 전망이다. EU가 애플의 세금회피를 최종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애플은 80억 달러(9조6000억원)에서 최대 190억 달러(22조8000억원)를 내야 한다.
페이스북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독일에서는 이용자의 e메일 정보에 접근해 페이스북 회원이 아닌 사람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것은 불법이라는 확정판결이 나왔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거 EC 반독점 담당 집행위원도 최근 독일에서 진행된 디지털 라이프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대형 인터넷 기업의 정보 수집이 경쟁 제한성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는 "새로운 기술이 기존 산업과 사람들의 삶을 파괴한다고 생각하는 두려움은 잘못된 것"이라며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방해하는 법을 만들어 진보를 방해하는 행위를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