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종합)
'공룡 선거구'..강원 지역구 서울의 10배, 의원은 1명

5970㎢ 대 605㎢. 강원 철원·양구·화천·인제(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에 홍천을 합한 새 선거구와 서울의 면적 차이다.
선거구획정위가 지난달 28일 제시, 국회 안전행정위가 의결한 획정안에 따르면 강원에서 홍천·횡성 선거구가 인접 지역구에 흡수되고 경북에서 2곳, 경남에서 1곳, 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1곳 선거구가 사라진다. 충남에서는 공주와 부여·청양이 합쳐 하나의 선거구가 된다. 이 가운데 생활권이나 지역 면적상 부자연스러운 지역구도 나타났다. 인구를 사실상 최우선 기준으로 한 데다 여야의 이해득실 셈법에 획정안이 영향을 받으면서 인구편차 보정이라는 선거구 재획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10배' 공룡 선거구 탄생…인구편차 역전도= 강원 철원 등 5개 군을 합친 선거구는 서울시 전체면적 605㎢의 10배에 육박한다. 서울시는 지역구 의원만 49명이다. 태백·영월·평창·정선(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에 횡성을 붙인 또다른 5개 시군 단일선거구의 면적도 5000㎢를 넘는다. 여의도 면적이 2.9㎢이므로 그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인천엔 중구·동구·옹진군에 강화군까지 합한 선거구가 탄생했다. 안보·경제 등 이해가 다른 지역들이 하나로 묶여 인천 면적의 70%에 육박한다. '공룡'이나 '매머드급' 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이런 지역구를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생긴다.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지역구에 대해 "강원도 면적의 반(1/2)이 한 지역구"라며 "이렇게 만든 자들은 이 5개 군에 한번씩이라도 가봤나. 할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지역구가 사라진 황영철 의원보다는 낫다. 황 의원은(홍천·횡성)은 새 지역구 출마나 총선 불출마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통폐합 결과 도시지역과 농어촌간 인구편차가 보전되는 것을 넘어 역전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인구가 29만명에 육박, 상한선 28만명을 넘긴 경기 군포시는 갑을로 나눠 선거구별 평균 14만~15만명이 됐다. 반면 인구 10만여명의 경북 영주, 12만명의 문경·예천은 합친 결과 약 22만명의 선거구가 됐다. 경남 밀양·창녕(조해진 새누리당 의원)과 의령·함안을 합치면 27만여명으로 상한선에 가까워진다. 획정위에 따르면 최다 인구 선거구는 27만8982명의 전남 순천시다. 상한선 28만명에 불과 100여명 모자란다.
앞서 헌재는 표의 등가성을 이유로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3:1에서 2:1로 조정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기존 선거구별 인구가 최대 30만명~최소 10만명이었다면 이를 최대 28만명~최소 14만명으로 바꿔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런데 재획정 결과 인구상한 초과지역은 28만명에서 넘치는 부분만 덜어낸 것이 아니다. 둘로 분할, 순식간에 하한선 14만명에 근접하게 됐다. 반대로 인구가 적은 농어촌은 통폐합, 인구 상한선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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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석 새누리당 의원(경북 영주)은 머니투데이 더300과 통화에서 이 같은 선거구 획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역주행한 것"이라며 "헌재에 가져가면 위헌 결정이 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한된 의원정수, 정치논리에 치여= 획정위가 진통 끝에 결론을 도출했지만 합리적 결정에 제약요인이 적잖았다. 대표성을 유지하면서 인구편차를 보정하려면 의원정수 증가가 필요했지만 지역구·비례대표 합계 300명이란 기준은 '철옹성' 같았다. 여론이 정수 확대에 냉담했고, 이를 의식한 정치권도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에 나서지 못했다.
헌재는 다른 요인은 제쳐두고 인구편차 2:1을 강제했다. 그러나 인구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지역특색이 있다. 강원 홍천에서 같은 선거구인 철원까지 가자면 불가피하게 춘천을 지나야 할 정도로 생활권이 다르고 이동거리와 시간도 상당하다. 경북 상주와 군위·의성·청송은 동서로 길게 뻗어 밀집도가 낮다.
공직선거법 제25조는 '시·도의 관할구역안에서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기타 조건을 고려한다'고 명시했지만 의무규정도 아니다. 인구편차를 맞추려면 시군구 경계를 넘나드는 획정이 가능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를 금지, 일부 예외만 인정했다. 선거구획정위는 독립기구이기보다는 여야 대리인 기능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해외 사례를 검토, 지역구의 면적·지형이나 유권자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된다. 국회 사정에 밝은 한 정치학자는 1일 "헌법재판소가 민감한 정치사회적 결정을 내리면서도 법조인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문제"라며 우선 헌법재판관 구성을 다양화해 법리에만 빠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성동구 일부와 합쳐지는 중구의 정호준 의원은 "인구수만 아니라 지역특성과 면적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획정위 활동 백서라도 만들어 다음엔 무엇을 잘 해야 할 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구 난맥상.. 양원제·권역별 비례대표등 수면 위로

지난해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국회 밖 독립기구로 만드는 등 정치권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뜨거웠지만 막상 선거법 의결을 앞둔 최종 결론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5개 기초단체를 거느리는 '매머드급' 선거구만 생겼을 뿐, 권역별 비례대표와 석패율제 등 '표의 등가성'을 보완하기 위한 과제들이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선을 촉발한 것은 지난해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내면서였다. 당시 선관위는 지역구 의원을 200석,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하고 권역별 비례대표 및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등의 선거제도 개선안을 냈다.
이는 현행 소선거구제 다수대표를 유지해왔던 우리 정당사에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선거구간 인구편차를 3대 1에서 2대 1로 조정하라는 결정에 따른 사실상의 후속조치인 셈이었다.
이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등을 진행했지만 여야간 유불리가 분명한 상황에서 선거제도 개선 논의는 힘을 받지 못했다. 선거법 협상은 지역구 의석수를 몇석으로 할 것인가로 좁혀졌고 최종적으로는 7석의 지역구 의석만 늘린채 끝났다.
문제는 지역구 의석이 늘었음에도 '표의 등가성' 문제는 해소가 안된채 농산어촌에서 거대한 면적의 지역구만 생겼다는 것이다. 지역구 획정 기준을 '인구'에만 맞추다 보니 면적과 같은 지역 대표성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도루묵'이 된 이번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양원제'가 해법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구비례를 토대로 하는 하원에 지역 대표인 상원을 둬서 보완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203개국 중에서 85개국이 양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보다 인구와 면적이 적은 나라 중에서도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
비록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도입에 실패했지만 권역별비례대표제도는 여전히 유효한 대안이다. 의석수가 기본적으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소선거구제·다수대표제에 비해 소수정당에 유리하지만 표의 등가성 확보 측면에서는 가장 좋은 대안으로 꼽힌다.

광역시도별로 낙선자 가운데 상대 득표 비율이 가장 높은 1명을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석패율제도 도입방식에 따라서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을 보완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농산어촌 지역구 후보를 동시에 입후보 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이번 선거구 획정에 따르면 강원도 의석은 8석이다. 각 당이 강원도 지역구 후보들을 석패율제 방식으로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방식을 둔다면 실제 강원도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은 추가 의석을 더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석패율제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지역 편중 투표성향을 해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선거구간 인구 편차의 기준을 전체 인구가 아닌 19세 이상의 유권자수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농산어촌은 대부분 미성년 인구보다는 19세 이상의 유권자 비중이 높고 도시는 그 반대여서 유권자 기준으로 하면 선거구간 인구편차 양상이 달라진다는 계산이다.
차제에 소선거구제를 없애고 중대선거구제로 가자는 주장도 있다. 선거구간 인구편차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세계적으로 사양길에 들어선 제도라는 것과 소수 정당을 난립케 하는 단점도 제기된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고유의 주민등록 방법을 활용한 대안도 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원격지에 거주하더라도 자신의 본적지로 투표할 수 있는 '고향투표제'를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농산어촌의 인구수가 감소를 인정하되 도시 거주자들의 투표를 통해서 인구기준을 충족시키겠다는 것이다.
섬만 1000개 지역구 이윤석 "침낭 갖고다니며 선거운동"
새누리당의 한기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의 이윤석 의원은 모두 '매머드 지역구'의 현역 의원이다. 총선을 앞두고 두 의원의 지역구 한 단계 더 몸집을 불렸다. 이들은 이동거리와 잠자리 등 자신들의 고충을 얘기하면서, 동시에 농어촌 거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21대 총선에서는 이같은 '매머드 지역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의 제19대 총선 지역구는 강원도의 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이다. 제20대 총선 선거구 획정결과 여기에 홍천군이 추가된 홍천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이 지역구가 됐다. 춘천을 둘러싼 5개군에 걸친 지역구로, 도 면적의 35%에 달한다.
한 의원은 "집이 철원에 있지만 들어가지를 못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선거운동을 다니면서 여기서 자고, 저기서 자는 상황이다. 오늘(1일)도 화천에서 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량 이동 시간도 아무래도 많을 수밖에 없는데, 도로상황도 안 좋은 편이라 여타 지역구 대비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의원은 이같이 넓은 지역구를 보유한 현역의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거리를 고려했을 때 자동차 주유비라도 수도권 의원들과 차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지역민과 더 원활한 접촉을 위해 1인당 보좌직원이라도 여타 지역 의원들보다 1명 더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쉬워했다.
특히 "헌법소원을 내서라도 지역구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구가 포괄할 수 있는 범위를 4개군, 면적 편차는 5~6배 하는 식으로 제한하지 않으면 농어촌 지역구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거주민들의 불편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지역분들은 말도 안 된다고, 농어촌특별선거구에 반대한 야당의 인사들은 절대 당선시킬수 없다고 말하더라"며 "국민들은 정치적으로 서비스를 평등하게 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데, 지역구가 이렇게 넓어지면 실제로 정치인을 만나 필요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윤석 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의 지역구는 전라남도 무안군신안군에서 영암군무안군신안군으로 확대됐다. 1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과 내륙의 무안군으로 구성됐던 그의 지역구에 무안군(450㎢) 보다 더 큰 영암군(603㎢)까지 들어오게 됐다.
이 의원은 섬이 많은 지역구 특성상 침낭을 가지고 다니며 지역구를 누벼왔다. 섬에 들어간 동안 배가 끊길 때면 어쩔수 없이 집에 못 들어가고 섬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암까지 그가 다녀야 할 지역구가 됨에 따라 동선이 어쩔수 없이 늘어나게 됐다. 1일에도 이 의원은 무안에서 영암으로 이동하며 선거 유세를 다녔다.
그는 "이미 결정 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즐겁게 지역구를 돌고 있다"면서도 "지역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고 2:1 인구편차로만 선거구를 획정해 국가의 손길이 가장 잘 미쳐야 하는 농어촌에 대한 배려가 없어져 군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군민들도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런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의원은 "나중에 국회에서 불합리한 것은 바로잡야 한다"며 "인구편차를 현행 2:1에서 2.5:1과 같은 방식으로 조금 올리는 방법 등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머드 선거구, 해외는 양원제-예외 허용으로 보완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 주요 국가들도 선거구 획정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기준을 인구수로 잡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역구의 면적이나 생활권의 다양성 등에서 선거구별 편차가 발생하는 문제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단원제에 엄격한 인구 기준까지 적용하는 우리와 달리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은 양원제를 채택한다든가, 인구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법 규정을 통해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선거로 대표자를 뽑는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가치의 평등은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각 지역간, 도시와 농어촌간의 인구 편차가 존재해 각 선거구의 인구수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20대 총선에 적용될 우리 선거구간 인구 편차가 기존 상하 50%(3대 1)에서 상하 33.3%(2대 1)로 조정됐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여전히 인구 편차가 큰 쪽에 속한다. 미국은 연방 대볍원 판례 등에 의해 상하 10%, 프랑스는 법률에 의해 상하 20%(1.5 대 1), 일본은 법률에서 상하 33.3%(2대1), 캐나다는 법률에서 상하 25%(1.67대 1)을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독일은 선거구별 인구수를 상하 15%(1.35 대 1) 이내에서 획정하되, 상하 25%(1.67대 1) 초과시에는 재획정하도록 했다. 영국은 법률에 의해 평균인구수에 근접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와 같이편차르 인구 편차가 2대1을 넘지 못하도록 힌 일본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나라들이 우리보다 인구 편차 기준을 더 좁게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주요국들은 인구 기준만 적용되는 하원 외에도 출신이나 지역 대표성을 기준으로 한 별도의 상원을 함께 운영하는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가령 미국의 경우 전체 50개 주에서 2명씩 총 100명의 상원의원이 있다. 인구기준에 따른 435개의 소선거구에서 각 1명씩 총 435명의 하원의원도 존재한다. 인구 기준 선거구를 갖는 하원의원과 별개로 각 주의 면적이나 경제 규모에 관계 없아 한 주당 2명씩의 상원의원을 두게 해 지역 대표성 편차를 보완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인구 기준 선거구 획정시, 예외 적용을 할 수 있도록 법률에 유연성을 반영한 국가도 있다. 프랑스는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상하 20% 이내로 하되, 충분히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 예외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도 기본적으로 평균인구수의 상하 15%를 초과하는 편차를 보이지 않도록 했지만, 편차가 25%를 초과할 경우에 선거구를 새로 획정토록 해 '범퍼'를 뒀다. 우리도 선거법상에 예외 규정을 명시하는 방식으로 지역 대표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 관계자는 "헌법재판소가 2대 1 인구 편차 기준을 제시하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법률 등에 예외적인 선거구 획정 기준을 명시해 농어촌의 '메머드 지역구'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