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공지능 없는 창조경제, 예산 21조는 어디에?

[기자수첩]인공지능 없는 창조경제, 예산 21조는 어디에?

방윤영 기자
2016.03.17 10:13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으로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지난 13일 부랴부랴 '인공지능 개발 콘트롤 타워'(가칭)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300억원 규모의 예산 반영 계획도 논의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AI 육성 전략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정부의 AI 육성 정책은 한 발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AI를 떠오르는 IT(정보기술) 트렌드로 보고 자금을 투입해왔다.

구글은 2001년부터 AI에 관심을 쏟았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인수 한 건에만 4800억원을 쏟아부었다. 미국 벤처캐피털 전문 조사 기관인 CB인사이츠(CB insights)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4년 AI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된 자금 규모는 3억900만 달러(약 3677억원)다. 2013년에 비해 3배 늘어난 수치다. 전기차 테슬라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 도 지난해 AI 연구소인 '오픈AI' 설립에 10억 달러(약 1조원)를 투자했다.

그동안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 슬로건이 무색해졌다.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지난 3년 간 창조경제에 투입된 예산은 21조5615억원에 달한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창조경제 예산 내역 중 '신산업 신시장 개척을 위한 성장동력 창출' 부분에 전체의 약 42%인 9조2185억원이 투입됐다. 정부가 진행한 주요사업에는 스마트모바일 앱 개발, 바이오의료기술, 그린카 등이 꼽혔다. 세계적 트렌드인 AI, VR(가상현실), 핀테크(금융+IT), 스마트카 등은 애초부터 포함되지 않았다.

전 의원은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에 대해 여전히 모호한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가 하면 '창조경제 결과물 3가지' 질문에도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조경제타운, 기업공감원스톱서비스'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ICT(정보통신기술) 생태환경을 만드는 데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인공지능 기술을 금융에 접목하려는 스타트업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핀테크 스타트업인 '두나무'는 지난 1월 삼성증권과 손잡고 로봇이 개인 자산을 관리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MAP'을 내놨으나 금융위원회 유권해석에 가로막혀 서비스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특정 분야 육성 정책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술력이야 워낙 좋으니 지금부터 시작하면 알파고와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건 어렵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알파고의 탄생은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딥 마인드'의 주요 개발자인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2004년부터 알파고의 기반인 '컴퓨터 바둑 강화 학습'을 연구해왔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고 연구기간이 2~3년으로 짧은 국내 정부 연구과제 환경이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창조경제 4년차다. 인공지능 같은 첨단분야 지원 없이 그동안 21조원이 넘는 예산이 어디에 쓰였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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