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감정 사이<1>]만 14세 미만 형법9조 따라 처벌 불가…여론은 엄벌 요구

#지난해 4월 중학교 2학년생 4명이 훈방 하루만에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검거 전날 또래 3명과 한 달 동안 서울 송파구 일대 편의점과 식당 11곳을 털어 100만원을 훔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상태였다. 한 건물에 있는 가게를 잇따라 터는 등 대담함을 보였다. 하지만 중학생 4명은 '형사상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석방돼 가정법원 소년부로 넘겨졌다.
사건이 보도되자 여론은 들끓었다. 네티즌들은 "중학교 2학년이면 잘잘못을 가릴 수 있는 나이", "청소년에게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라"며 엄벌을 요구했다.
'용인 캣맘 사건' 등 청소년 범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소년범죄 처벌 연령을 낮추는 문제는 화두로 떠오른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제도 폐지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둘러싸고 법조계에서도 논의가 활발하다.
친구 잠 안 재우고 때려도 만 14세 미만 처벌 면제
27일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흉악·강력범죄 등을 저질러 검거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은 4만3912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은 '만 14세 미만인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9조에 따라 처벌받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을 판단할 수 없고 처벌보다 교화가 중요한 나이이며 전과자가 될 경우 불이익이 너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 폭력을 일삼은 중학생들이 이 조항 때문에 형사처벌을 피해간 사례가 있다.
고등학생 A양은 중학교 1~2학년 시절 같은 학교 학생 60여명으로부터 집단 괴롭힘에 시달렸다. A양은 수련회 때 같은 방을 쓰던 학생들이 "베개 싸움하자"며 밤새 잠을 못자게 했다고 증언했다. 또 학교 복도에서 발을 걸어 넘어트리고 수시로 등을 때리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A양은 "학교에서 '이제 매일 쟤 때리고 놀자'는 말도 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참다 못한 A양의 어머니가 주요 가해학생 21명을 검찰에 고소했지만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 검찰은 A양 측과 합의한 8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13명에게 형법 9조를 적용, '죄가 안 됨' 처분을 내렸다.
"범죄예방 기능 저해" vs "개정이 능사 아냐" 법조계 의견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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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상 미성년자 제도에 대한 개정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준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는 형법 개정안이 2012년 발의됐다. 청소년 범죄를 엄벌해 달라는 국민 법감정을 고려할 때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강경론자들은 형법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연령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한중 조우성 변호사는 "청소년들 사이에 '잘못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형법의 본래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가치관을 형성하는 시기가 빨라진 만큼 법도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변호사는 "요즘 청소년들은 다양한 정보를 접함으로써 옳고 그름을 더 이른 나이에 판단할 수 있게 됐다"며 "기소유예 등의 장치를 통해 최소한의 경고라도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연령 기준을 낮추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맞섰다. 법무법인 전문 서원일 변호사는 "지금 당장 형사상 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낮춘다 하더라도 논란은 반복될 것"이라며 "'용인 캣맘'과 같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법을 바꿀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범죄자는 무조건 입건시켜야 한다는 '형사 입건주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형사 미성년자들에 대한 수사기록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청소년 범죄 예방에 힘쓰는 게 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