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1994년 2종보통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하고 23년째 운전을 하면서 수만 건의 도로교통법 위반행위를 한 운전죄인(運轉罪人)이다. 주위에서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추켜세우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지 않다. 첫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도로교통법 위반의 범법행위를 저지르고도 별다른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는 점, 둘째는 직업이 변호사라서 법 없이는 생계가 어려운 사람이니 그릇된 평가라는 것이다.
당장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면서 좌회전 신호를 늦게 켜는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를 저지르고 말았다. 도로교통법 제38조 및 도로교통법시행령 제21에 따르면 '운전자는 우회전이나 좌회전 등 차의 진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 신호를 해야하고 신호는 고속도에서는 100미터 전부터, 그 외는 30미터 전부터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벌칙조항인 제56조에서는 이를 위반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10미터 전에서 좌회전 신호를 켜며 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 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점선이 아닌 실선으로 그어진 차선을 신호시기를 지키지도 않고 넘나들었다. 출근길 위반행위를 벌금으로 환산하면 백만원은 쉽게 넘어설 듯하다. 거기에다가 지난해 8월에 새롭게 추가된 난폭운전 범행에 해당될지도 모르겠다. 만약 출퇴근길 운전행위가 난폭운전에 해당한다면 그동안 운전죄인으로 살아 온 필자는 이제는 그야말로 징역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진정한 범법자가 될 것이다.
난폭운전은 신호, 속도, 횡단, 유턴, 안전거리, 진로변경, 급제동, 앞지르기, 중앙선 침범 등 위반행위를 지속 또는 반복하거나 두 가지 이상의 행위를 연달아 해 다른 사람에게 위협 또는 위해를 가하거나 교통상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운전을 말한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경중에 따라 운전면허가 취소·정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교통안전교육까지 받아야 한다.
필자가 운전면허를 취득할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자동차 등록 대수가 700만대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제는 2100만대에 육박하고 있으니 그동안 3배가 됐다. 차량도 운전자도 많아지다 보니 상대 차량을 위협하거나 사고를 유발하게 하는 난폭운전도 자연 증가하고 있는데다가 최근 분노범죄까지 늘고 있어서 도로상에서도 종전 교통법규로는 규율하는 데 한계에 다다르게 됐다.
새로이 처벌을 강화하고 난폭운전이나 보복운전을 근절하고자하는 이유는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런데 처벌조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대부분의 운전자의 운전행위가 난폭운전에 해당될 여지도 있다. 속도위반을 지속하거나 진로변경을 반복하거나 위의 여러 행위 중 두 가지 이상을 연달아 해 다른 운전자에게 위협이 되면 난폭운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큰일이다. 그러고보니 지난해 8월부터는 난폭운전을 상습적으로 하면서 살아 온 셈이 돼버렸다. '이제라도 자동차운전면허를 처음으로 취득했을 때로 돌아가서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운전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렇다고 당장 실천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다니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는 운전죄인으로 살지 않을까. 당장 퇴근길이 걱정이다. 신호 없이 차선변경하기, 4차선에서 1차선으로 바로가기, 좌회전 차선에서 직진하기, 적색신호에도 건널목 통과하기, 보행자건널목에 정차하기 등등 온갖 화려한 기술을 사용하는 운전고수들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