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0.8·일정 수준 이상 시야' 경찰, 단안 시각장애 면허기준 마련

이르면 내년부터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도 1종 보통 운전면허를 딸 수 있을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사고나 질병 등 후천적 장애로 한 쪽 시력을 잃으면 운수업 종사자들은 생계수단을 잃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운전능력을 검증해 1종 보통 면허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단안 시각장애인도 장애 정도에 따라 1종 보통 운전면허 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45조는 두 눈을 동시에 뜨고 잰 시력(이하 교정시력 기준)이 0.8 이상이고 한쪽 눈 시력이 '각각 0.5 이상일 경우'에만 1종 보통 운전면허를 딸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보이는 눈의 시력이 0.6 이상이어도 2종 보통 면허만 취득할 수 있다.
이 같은 규정 때문에 일정규모 이상 트럭, 승합차 등 운수업에 종사하다 사고 혹은 질병으로 한눈의 시력을 잃은 이들은 직장도 함께 잃어야 할 위기에 놓였다.
특히 경찰과 소방관 등 일부 공무원 시험은 1종 보통 운전면허 이상을 지원 자격으로 하고 있어, 단안 시각장애인에 대한 운전면허 자격 규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한쪽 눈이 보이지 않더라도 남은 눈의 시력이 0.8 이상이면 1종 보통 운전면허 시험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다. 대신 안전 운행이 가능 검증을 위해 수평시야 120도이상, 수직시야 20도 이상, 중심시야(특정 지점을 바라볼 때 선명히 보이는 부분) 20도 이내에 암점이나 반맹이 없는 등 엄격한 기준을 마련했다.
1종 보통 운전면허에 응시하고자 하는 단안 시각장애인은 안과 전문의를 찾아 시력 및 시야 진찰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또 한 쪽 시력을 잃었을 때 남은 시력저하도 빨라지는 만큼 일단 면허를 취득했더라도 적성검사는 3년마다 받아야 한다. 현행 1종 면허 적성검사 주기는 7~10년이다.
경찰의 이 같은 방침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3월 "운전능력과 무관하게 단안 시각장애인의 1종 보통 운전면허 시험을 제한한 것은 차별"이라는 진정을 받아들여, 경찰에 관련법 개선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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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교통사고 위험성을 이유로 반대했던 경찰도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10월 순천향대와 진행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한쪽 눈이 보이지 않거나 실명에 가까울 정도로 시력이 떨어져도 운전능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결론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운전자는 두 눈으로 보는 운전자에 비해 40%가량 시야를 잃지만, '장애/비장애' 트럭 운전자들 대상의 실험에서 운전 능력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실험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 7명을 뽑아 1t 트럭으로 검증한 결과 이 가운데 4명이 연습 없이 합격했다. 탈락한 3명 중 2명은 시각 외 다른 장애를 지니고 있었고, 나머지 1명은 70살 이상 고령자로 최근 10년 동안 수동차량 운전경험이 없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실험 결과 어느 정도 적응을 한 한 눈 실명 장애인의 경우 운전이 어렵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며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인이 딸 수 있는 운전면허의 범위를 1종 보통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20대 국회가 출범하고, 상임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경찰은 하반기 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쯤 개정안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9대 국회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1종 보통 운전면허 취득 규정 개설을 추진했던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 역시 조만간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재발의할 예정이다. 진 의원 측은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을 2종 보통 면허만 따게 한 것은 장애를 제대로 이해 못 한 편견에서 나온 것"이라며 "장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권리침해를 최소화하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