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 버리고 백지상태에서 시장 관찰…현지인 문화 이해 통해 생활 속에 '뿌리'

“선입견을 버려라. 백지에서 시작하라.”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2008년 신중호 당시 네이버 검색 센터장에게 라인주식회사를 맡기며 한 주문이다. 이 같은 이 의장의 ‘백지 철학’은 ‘세계속 라인’을 만든 원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라인이 일본, 태국, 대만 메신저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라인만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 덕분이다. 현지인의 시각에서, 현지인의 사고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알리는 데 주력했다. 각국별 현지법인도 현지인들도 꾸렸다. 태국법인의 경우 현지인 100% 채용을 원칙으로 했다.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다. 라인의 글로벌 진출을 다진 일본 시장에서도 초기에는 한국인 비율이 높았지만 이제는 일본인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이렇게 탄생된 현지 서비스 중 대표적인 게 태국의 ‘라인맨’이다. 일종의 심부름 서비스인 ‘라인맨’은 외식을 즐기고 배달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태국 사람들의 문화적인 특성을 감안해 내놓은 서비스다. 라인이 진출한 국가 중 유일하게 태국에만 서비스를 론칭했다.
현지 문화 특성을 고려한 맞춤 마케팅도 성공비결로 거론된다. 라인은 2014년 대만 시장 진출 당시 ‘라인럭키트럭’을 운영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처럼 음력 1월 1일인 구정에 한 해의 복을 기원하는 대만인의 문화를 이해하고 활용한 마케팅이다.
태국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방식을 택했다. 라인은 태국에서 점유율 1위이자 태국인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맥주 브랜드 ‘싱하’ 등과 함께 메신저 스티커 사업을 전개해 현지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글을 모르는 어린 딸과 아버지가 스티커를 통해 소통하는 내용을 다룬 TV광고는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내며 라인의 인지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이제 라인이 진출한 국가에 R&D 전문 부서를 설립, 현지 법인에서 직접 현지인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서비스 기획부터 개발, 운영에 걸친 모든 과정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현지인들의 삶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기 위해서다.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각국별 대표 브랜드를 넘어서 현지 스타트업들과도 손잡고 각종 신규 서비스를 개발, 한국이나 일본으로 역수출되는 사례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신중호 라인주식회사 최고글로벌책임자(CGO) “미국 기업들은 미국 표준을 만들고 따라오라고 하면 되지만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싸울 수 없다”며 “철저한 문화화를 통해 탄생한 신규서비스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도록 이끌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