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런치리포트-위기 키운 회계법인 부실감사]②

회계법인과 감사인은 흔히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라고 불린다. 기업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일선에서 감시하는 첨병이라는 의미다. 기업에 대한,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는 자본시장의 각 플레이어들이 합리적인 투자결정을 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시장 기능이 작동하는 토대다. 그런데 이같은 파수꾼들이 흔들리고 있다.
대형 경제사건이 터질때마다 부실감사 논란이 빠지지 않고 뒤따른다. 최근 감사원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정황을 밝혀내면서 수년간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에 '적정'의견을 표명했던 회계법인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부실감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제도 개선안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도 수차례 관련 법안들이 발의가 됐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리며 제대로된 논의가 되질 못했다. 회계사들은 '을'(회계법인)이 '갑'(기업)을 감사하는 구조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정황'…부실감사 논란도
안진회계법인은 지난해 3월 대우조선해양의 2014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결과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비춰 적정하다는 감사의견을 냈다. 2013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역시 같았다.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사장이 바뀐 직후 5조원대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정정공시했다. 이 가운데 2조원이 2013년 2014년에 걸친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업계에서는 사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부실을 떨고가는 관행을 나타내는 '빅베스'가 또 다시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논란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과 2014년에 총 예정원가를 임의적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총 1.5조원 규모의(영업익 기준)분식을 저지른 정황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이같은 사실을 금감원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감리를 진행 중이다.
논란의 불똥은 회계법인으로 튀었다. 어떻게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 의견이 나온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대규모 부실이 밝혀질 수 있느냐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감사를 맡은 2010년 이후 매년 '적정'의 감사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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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후 5년간 총 143건 분식회계 발생
대형 분식회계 사건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STX조선이나 저축은행 분식회계 사태, 동양 사태 등 굵직한 경제이슈에는 꼭 분식회계가 포함돼 있었다. 2014년에는 코스닥 상장사인 모뉴엘에서 3조원대의 분식회계가 발생해 회사 박모 대표가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3월말까지 분식회계 관련해 금감원이 조치한 사항은 총 312개 회사에 달했다. 이 가운데 143개 회사는 고의적 분식회계로 밝혀졌다. 검찰에 고발‧통보된 건은 총 33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155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결됐으며 이중 기소건수는 89건으로 기소율은 57.4%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계속되는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관련 제도 보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분식회계 사건이 조선과 건설등 수주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분야에서 회계감사제도에 대한 보완을 강조하고 있다. 공사진행률에 따라 매출이 잡히는 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공사 진행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내용이 뼈대다.
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감사 논란이 계속되자 금융위원회는 부실감사가 발생할 경우 회계법인의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고 외부 감사인 선임 권한을 회사 경영진이 아닌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로 이관하는 것을 뼈대로하는 부실감사 방지대책을 추진한다고 재차 밝혔다.
◇乙이 甲을 감사한다고? 강한 乙을 만들자
저축은행 분식회계 논란이나 동양 사태 등이 이슈가 됐던 19대 국회에서는 이같은 감사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된 바 있다. 김태환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공인회계사법 일부 개정안의 경우 위법행위가 반복되는 회계법인의 경우 등록을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서영교 의원이 발의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은 금융위가 추진하는 부실감사 방지대책의 대부분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19대 국회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외감법이나 회계법인 관련법이 19대 국회에서 발의가 됐지만 전반기에 한 차례 관련 법안이 통과된 이후 법안 심사 우선 순위에서 밀리며 제대로 논의가 되지 못했다"라며 "대형 회계법인이 시장을 독과점하며 대기업들과 일종의 공모관계가 형성된 것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계사 측은 제대로된 감사를 위해서는 감사인이 기업이 선임하는 '을(乙)'의 입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총희 청년회계사회 대표는 "회사가 감사인을 선임하는 구조에서는 회계사들이 감사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소신껏 말하기 힘들다"며 "회계 감사를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활동이라거나 규제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