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vs 과잉규제' 철강재 원산지 게시, 20대 국회 선택은

'안전 vs 과잉규제' 철강재 원산지 게시, 20대 국회 선택은

진상현 기자
2016.07.07 05:57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the300][300법안소위-철강재 원산지 표기법안①]법안 개요와 논의 전망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개의 법안이 발의되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거나 쟁점이 묻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머니투데이 the300이 찬반 양론이 팽팽하고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법안들을 찾아 쟁점을 소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을 들어보는 '300법안소위'를 시작합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를 짓는데 사용된 철강재의 원산지가 공개적인 장소에 게시된다면 어떨까. 전반적인 아파트 품질이 제고되고 소비자들의 알 권리가 보호되는 계기가 될까, 아니면 고가의 국내산 철강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건설원가를 높여 소비자의 권익을 해치는 결과가 될까.

건설공사 현장이나 건설공사 완료시 설치하는 표지 및 표지판에 철강재 등 주요 건설자재와 부재의 원산지 표기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20대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19대 국회 때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등의 반대에 막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국민안전 및 소비자들의 알권리, 고가의 국산 철강재로의 쏠림, 과잉규제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다.

6일 국회에 따르면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건설현장과 건설 완료시 사용된 주요 건설 부·자재들을 공개된 장소에 게시하게 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는 공사명, 공사내용,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공사금액, 공사기간 등만 명시되고 있는데, 레미콘, 아스콘, 바닷모래, 철강재, 부순골재, 순환골재 등 주요 건설 부·자재들의 원산지도 함께 표기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원산지 표기 대상 건설 부·자재 6종은 ‘건설기술 진흥법’ 제57조제1항의 품질확보 대상 건설자재・부재 조항 및 관련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원산지 게시는 개정안 시행 후 최초로 건설공사에 대한 입찰공고를 하는 경우(입찰공고가 없으면 최초로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때)부터 적용한다. 개정안은 또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한 과태료를 행정형벌로 상향해 부실공사에 따른 책임소재도 명확히 했다.

개정안은 건설공사의 품질, 안전과 직결되는 철강재 등 주요 건설자재・부재의 원산지 표기를 통해 발주자와 입주자 등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원산지 정보 공개를 통해 한국산업표준(KS) 인증 등 품질이 검증된 건설자재ㆍ부재의 사용을 장려한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중국산 등 저가 수입철강 제품으로 고전하고 있는 철강업계의 숙원 법안이기도 하다. 관세청의 철강재 단속 결과에 따르면 2013년 272억원, 2014년 1886억원, 2015년 1356억원어치 규모가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는 이 법안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이다. 건설자재는 이미 관련 법에 따라 KS에 적합하거나 품질시험 등을 거쳐 그 이상의 품질임이 증명된 경우 사용하도록 의무화돼 있고, 건설공사 표지에 건설자재 원산지 표시를 강제할 경우 수입산 철강재가 KS 이상의 품질인 경우에도 불합리하게 사용이 기피돼 값비싼 국산 철강재 사용이 강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입산 철강재를 사용한 건축물의 경우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건축주 및 입주자의 반발이 예상되고, 현재도 ‘대외무역법’에 따라 철강재 자체에는 원산지표시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므로 별도로 원산지표시 관련 규제를 신설할 필요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관련 규정에도 불구하고 수입 철강재의 경우 허위 품질성적서를 제출하거나 중량미달 제품을 사용하는 등 불법행위가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는 점을 든다. 발주자나 건물 입주자, 건물 매입자 등이 건물 안전에 직결되는 사항임에도 사용된 건설자재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이들의 알 권리 보장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원산지 표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될 전망이지만 통과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찬반 주장이 팽팽한데다 개정안이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의 영향력이 큰 국토교통위원회 소관인 탓이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철강업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은 서명한 의원들 가운데는 국토위 소속 의원도 적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의견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면서 "통과가 되든 그렇지 않든 논의라도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데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