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법은 '만능 아이템'이 아니다

[기자수첩]법은 '만능 아이템'이 아니다

서진욱 기자
2016.09.05 03:00

게임으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 하는 문제는 게임업계의 오랜 고민거리다. 게임사들은 불법 복제물과 '게임은 공짜'라는 그릇된 인식에 맞서 다양한 돌파구를 마련해왔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확률형 아이템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로 부분 유료화(무료로 게임을 제공하되 유료 아이템을 파는 방식) 게임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은 게이머가 뽑기 방식으로 다양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유료 아이템이다.

국회가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과 과소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규제 입법을 추진하면서 찬반 여론이 부딪치고 있다. 국회의 법적 규제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 주도로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당시 법적 규제를 막기 위해 게임업계 최초로 자율규제가 도입됐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주도로 지난해 7월부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법적 규제 움직임이 재점화된 이유는 자율규제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율규제 참여율은 90%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일부 게임사는 아이템별 확률을 게이머들이 찾아보기 어려운 곳에 공개했다. 확률형 아이템 민원도 자율규제 시행 이후 줄어들지 않았다. 자율규제 무용론이 제기된 이유다.

하지만 자율규제 대신 법으로 규제하자는 이분법적 사고는 위험하다. 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법 만능주의적 시각이다. 셧다운제, 웹보드게임 규제 사례가 보여줬듯 섣부른 법적 규제는 게임산업에 막대한 타격만 입힐 뿐이다. 오히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과 과소비를 조장할 우려가 존재한다. 해외 게임사들에 법적 규제를 적용할 수 없는 한계 탓에 국내 게임사들에 대한 역차별이기도 하다.

게임업계 최초 자율규제를 시행한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자율규제 존폐를 논하기엔 이른 시점이다. 불거진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단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다. 한 번 만들면 바꾸기 어려운 법과 달리 자율규제는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수 있다. 자율규제 시행 및 운영 과정은 한국 게임산업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기회다. 이런 기회를 법으로 막는 건 게임산업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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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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