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전력부담금 적정성 논란

[런치리포트]전력부담금 적정성 논란

진상현 최경민 구경민 ,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기자
2016.09.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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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전기요금제 2라운드, 누진제 이어 전력부담금 인하될까

전기요금 누진제와 함께 매년 논란이 돼 온 전력산업기반부담금(이하 전력부담금) 부과율 인하 문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본격 논의된다. 전력부담금을 소비자들이 부담하고 있어 결국 전기요금 문제로 귀결되는데다 국민의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중점 입법안 중 하나로 채택하면서 인하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12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이 지난 7월8일 대표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전기사용자에게 전기요금의 6.5% 이내로 대통령령으로 정해 부과하도록 한 전력부담금을 3.6% 이내로 정해 부과하도록 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대통령에서는 부과금을 3.7%로 정하고 있어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돼 한도가 3.6% 이내로 내려오면 현행 보다 최소한 0.1%포인트(p) 이상 부과율을 인하해야 한다.

전력부담금은 ‘전력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기반 조성을 위해' 지난 2001년 설립된 전력산업기반기금(이하 전력기금)의 주요 재원이다. 부과율은 설립 때 전기요금의 3.13%로 정해진 뒤, 2002년 1월에 4.591%로 인상됐고 2005년 12월에는 3.7%로 다시 인하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전기사용량 증가 등으로 인해 부담금 징수액이 늘어나면서 여유자금 보유액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부담금 징수액은 2011년 1조4729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2조1466억원(고시 개정에 의한 특이요인 제외시 1조9815억원)으로 45.7% 늘어났고, 올해와 내년 징수 예상액도 각각 2조2770억원, 2조3038억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지출 되는 사업비 규모는 더디다. 기금 수지 흑자로 여윳돈이 쌓이면서 2015년 말 현재 기금의 여유자금규모는 공공자금누적 예탁금 1조6110억원과 기금 보유 여유자금 7880억원을 합한 2조3980억 원에 이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6년 중기재정계획(2016~2020년)에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법정부담금 징수액과 사업비 규모를 맞추겠다고 밝혔지만 급격히 지출을 늘릴 경우 기금 취지에 맞게 효율적인 사업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당장 산업부는 중기재정계획에서 전력기금의 내년 사업비를 2조1930억원으로 전망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지출한도는 1조7152억원이었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에 담긴 전력기금의 내년 사업비는 기재부의 한도 보다 적은 1조6104억원였다.

또 예산정책처는 기금의 지출 중 발전소 주변지역에 대한 기본-특별 지원의 경우 송배전 등과 유사하게 발전소의 자체 재원으로 수행할 필요성이 있고, 석탄산업 진흥을 위한 무연탄 발전을 지원하는 것은 전력기금의 설치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적합하지 않은 지출이 있고 급격히 사업비를 늘릴 경우 이런 사례가 더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지적에도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나 에너지신산업 등 전력기금에서 투자할 곳이 늘어나고 있다며 요율을 인하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국민의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매년 반복되는 전력부담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31일 ‘2016년 정기국회 및 국정감사 대비 워크숍’에서 전력부담금을 현행 3.7%에서 인하하는 법안을 중점 처리 법안으로 선정했다. 내년 예산 심사에서도 전력기금의 사업비 지출 내역을 꼼꼼히 따질 계획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주승용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돼 부과율 한도가 3.6% 이내로 내려오면 현재 시행령의 부과율 3.7%를 인하해야 한다”면서 “3.6%는 최고 한도이고, 그보다 낮은 적정 수준까지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남아도는 전력기금 여유분을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부과율을 낮추게 되면 정부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혜택은 분산될 수 있다”면서 “가정용 누진제 개편시 일부 가정이나 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요지부동'에 "전력부담금 낮춰야" 연례행사

전력산업기반기금(이하 전력기금)의 법정부담금 요율(3.7%)을 인하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동안 국회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당장 지난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주택용 누진제 등 전기요금제도 보고에서도 전력기금 문제는 도마 위에 올랐다. 전력기금 여유자금이 2조40000억원(공공자금 누적예탁금 1조6000억원 + 기금보유 여유자금 8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과다하게 누적된 상황에서 서민들에게 부과되는 부담율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정 의원은 전력기금 부담요율을 2.7%로, 기존보다 1%포인트 낮출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1%포인트만 낮춰도 우리 국민 전체에 5000억원 정도의 부담이 줄어들 수가 있다"며 "매년 되풀이되는 전기요금 폭탄 문제를 상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같은당의 우원식 의원은 산업용, 일반용, 주택용에 일괄적으로 3.7%의 부담율을 적용하는 게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산업용이 67.1%, 일반용이 19.2%, 주택용은 8.7% 전력소비가 늘었던 것을 고려할 때 전력기금 부담율을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용 대비 값싼 산업용의 사용량이 급증했는데, 전력기금 부담율은 똑같이 적용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전력기금은 발전소 주변지역 관리, 신재생에너지 보급, 수요관리, 전력공급 기술, 농어촌 전기 공급 등을 지원하는 것인데 전부 다 똑같이 3.7%씩 내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산업용 전기가 필요해서 발전소를 짓고 기반시설을 깔고 하는데 왜 그것을 가정용에다가 부과하나"라고 말했다.

쌓여가는 전력기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바에는 부담율이라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3년 8월에는 최재천 전 의원(당시 민주당)이 "전력기금 부담금을 중장기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매년 전력기금을 과다기금으로 거론하며 부담율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예정처는 지난 7월 2015년 회계연도 결산 결과를 발표하며 여유자금 규모가 2조4000억원에 이르고, 기금수지 흑자가 지적되고 있는 전력기금의 법정부담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개선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산자위에서도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할 뿐이었다.

우태희 산업부 제2차관은 전력기금 부담율 1%포인트 인하에 대해 "검토를 해보겠다"고 하면서도 "이번 (여름) 한시적 대책에서 19.4% 할인을 해줬는데도 '찔끔 할인'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1%포인트 할인해서 큰 효과가 있을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산업용, 일반용, 주택용 차등 부담과 관련해서도 "한번 검토는 해보겠다"면서도 "저희 혼자 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예산당국하고 좀 더 협의를 할 사항"이라고 '미지근한' 입장을 취했다.

산업부가 '버티기'로 일관하는 동안, 국회에서는 정부가 전력기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쌓여가는 기금을 제대로 활용도 못할 바에는 서민들에 대한 전력기금 부담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 뿐만 아니라 '전력기금을 취약계층을 위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경수 더민주 의원에 따르면 2001~2015년 사이 전력기금에서 집행된 원자력·화력 R&D(연구개발) 예산은 1조8165억원으로 신재생 에너지 분야 R&D 예산(1조7596억원) 보다도 많았다. 원자력 홍보예산도 1305억원에 달했지만 전기절약 홍보예산은 370억원, 전기안전 홍보예산은 364억원 집행에 그쳤다. 이를 두고 "전력기금의 취지와 맞지 않은 자의적 운영"이라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한번 내리면 못올려" 산업부의 전력부담금 고민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을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의 고민이 깊다. 전기 사용량이 늘면서 전력기금 수입도 늘어 기금의 올해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기금이 적정 규모 수준을 넘어서면서 법정부담금 요율 인하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올 여름에 '에어컨 요금폭탄'으로 불리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으로 일반인들에게 전력기금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기금 부담률 인하 요금 및 기금 사용처에 대한 규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2001년 3793억원 이었던 기금 규모는 2002년 1조원을 돌파했다. 2011년에는 2조원, 2014년에는 3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4조197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사업비는 2006년 처음 1조원을 넘어선 이후 2014년 1조737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2015년과 2016년은 각각 1조6844억원, 1조631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여유자금이 2조원 가까이 남아 돈다는 것이다. 또 전력기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거면 부과율을 인하해 국민부담이라도 낮춰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전력기반기금의 여유자금이 매년 1조원 넘게 쌓이자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몇 년째 거론되고 있다. 올해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늘어나는 수입에 맞춰 사업비를 늘릴 것이 아니라 준조세인 법정부담금을 줄이고 설립 취지에 맞게 기금을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전력기금에 대해 산업부 차원에서 부담금을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번 부담금을 내리면 올리기가 쉽지 않고 특히 상황에 따라 부담금을 올리고 내리면 안정적인 운영이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에너지 신사업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력기금 부담금을 당장 인하하기 어렵다는 것이 산업부의 논리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기금을 쓰는 용도 자체가 법으로 정해져있다"면서 "예를들어 신재생에너지 분야나 발전소 주변지역의 지원, 저소득층에너지 효율개선 등 공적인 영역에 투자를 하게 돼 있다. 투자해야 할 공공분야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데 어느 순간 부담금을 올리고 내리면 지원하거나 투자해야 할 곳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금은 한 번 손을 대면 장기간 가야 하는데 지속적으로 여유자금이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며 "부담금 부과율을 내리면 다시 올리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신재생에너지나 에너지신산업 등 전략산업기반기금에서 투자할 곳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2016년 중기재정계획(2016~2020년) 수립시 전력·에너지 분야 지출 투자규모를 법정부담금 수입액 수준으로 수립해 기금 흑자를 해결했다"고 덧붙였다.

또 산업부는 국회에서 전력기금 사용목적에 대해 심의를 받아 예산을 편성하는 것으로 산업부에서 기금 운영에 대한 자율권이 없다는 주장도 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기금을 산업부가 인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국회에서 승인을 얻고 투자하거나 배정하는 것이다. 산업부가 여유자금으로 마음대로 투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금 인상, 인하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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