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거인 SAP, 실리콘밸리의 아기공룡 품는 이유

IT거인 SAP, 실리콘밸리의 아기공룡 품는 이유

팔로알토(미국)=김지민 기자
2016.09.18 12:34

SAP, 1990년대 초 실리콘밸리에 R&D센터 개소…혁신 DNA 갖춘 스타트업 지원하며 상생모델 구축

/실리콘밸리 SAP랩스에 들어서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플래카드들이 곳곳에 걸려있다. /사진=김지민 기자
/실리콘밸리 SAP랩스에 들어서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플래카드들이 곳곳에 걸려있다. /사진=김지민 기자

'일찍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Fail early, Fail often)'

미국 팔로알토 힐뷰 에브뉴에 자리한 SAP 랩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천장부터 타고 내려오는 형형색색의 플래카드들이 눈에 들어온다. 무게중심을 잡듯 가운데 걸려 있는 녹색 플래카드에는 실패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등장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의 태생지로 알려진 실리콘밸리에 왔음을 실감케 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전세계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시장을 주름잡는 SAP를 혁신의 본고장 실리콘밸리에서 마주했다.

/실리콘밸리 SAP 랩스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미래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도구 등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사진=김지민 기자
/실리콘밸리 SAP 랩스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미래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도구 등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사진=김지민 기자

◇SAP, 90년대 초 혁신의 도시 실리콘밸리에 랩 열어=SAP 랩스는 SAP가 판매하는 주요 제품과 서비스를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고민하는 연구개발(R&D) 센터다. 전세계 15개국에 18개의 랩스를 두고 있는 SAP는 1993년 실리콘밸리에 터를 잡았다. 기술과 혁신의 중심지에 R&D센터를 세우겠다는 하소 플래트너 SAP 창업자의 의지가 강했다.

랩스에서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디자인적 사고)을 비롯해 혁신을 실천하는 신생기업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일을 한다. 디자인 씽킹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 이를 테스트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논의해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SAP는 디자인 씽킹 개념을 도입해 이용자에게 더 친숙한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스타트업을 포함한 모든 고객사에 디자인 씽킹을 전파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사무엘 옌 SAP 랩스 실리콘밸리 총괄 겸 최고디자인책임자(CDO)는 "혁신을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잦은 실패인데, 디자인 씽킹은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실패를 반복하게 한다"며 "아이디어를 빨리 내서 시제품을 만들고, 피드백을 받으며 공유하는 것이 혁신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SAP는 지난 7월 한국 판교에 디자인 씽킹 개념을 전파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랩스와 비슷한 혁신 연구센터 '앱하우스'를 개소했다. 판교의 앱 하우스는 지난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이 하소 플래트너 SAP 창업자와 만난 자리에서 논의가 시작돼 독일과 미국 팔로알토에 이어 전세계 세번째로 문을 열었다.

/실리콘밸리 SAP 랩스 내부 벽면에는 지난 7월 한국 판교에 개소한 '앱하우스' 구축 사례가 걸려 있다. /사진=김지민 기자
/실리콘밸리 SAP 랩스 내부 벽면에는 지난 7월 한국 판교에 개소한 '앱하우스' 구축 사례가 걸려 있다. /사진=김지민 기자

◇대기업과 스타트업 '공존'이 트렌드…이유는 '혁신'=SAP가 혁신 DNA를 도입하는데 주력하는 또 다른 이유는 스타트업과의 공존이다. 구글, 페이스북 등 성공한 기술기업들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민첩함과 성장 가능성을 활용하고 있다.

SAP도 벤처캐피털(VC) 계열사 사파이어벤처스를 통해 2013년부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사파이어벤처스는 지난해 핏빗, 스퀘어 등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IPO(시장공개)를 이끌어냈고, 지금까지 38개 기업의 엑시트(투자회수)에 성공했다. 최근 10억달러 펀딩에 성공한 사파이어벤처스가 운영하는 자산규모는 24억달러를 웃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가를 지원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티모시 추 박사는 "실리콘밸리는 '다음엔 뭐가 있을까'란 호기심으로 충만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라며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처음으로 시작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파이어벤처스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전자서명업체 도큐사인의 브래드 브룩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사파이어벤처스는 골드만삭스나 피델리티처럼 성장을 위한 채찍보다 창업자 입장에서 우리와 함께 했다"며 "멍청한 아이디어도 펀딩을 받아 아름다워질 수 있는 일이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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