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표준안에 맞지않다"… 교사 700명 연수 중지한 교육부

"성교육표준안에 맞지않다"… 교사 700명 연수 중지한 교육부

최민지 기자
2016.10.05 04:30

교육부 "민원 쇄도, 수정요청한 것 뿐" 해명

지난 5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기념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혐오선동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다./사진=뉴스1
지난 5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기념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 혐오선동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다./사진=뉴스1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교사 대상 성교육 연수가 "교육부 성교육표준안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중지됐다. 해당 강의를 신청했던 교사 700여명은 연수가 취소되면서 일대 혼란을 겪었다.

4일 '티처빌 성교육연수를 신청한 교사와 교육부 성교육표준안을 우려하는 성교육 담당교사들의 모임'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문을 발표하고 교육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교사들은 "지난달 21일 740명의 성교육담당교사들이 신청했던 온라인 연수가 신청 이틀만에 폐강됐다"며 "교육부가 연수 운영업체(티처빌)에 '성교육표준안과 연수내용이 맞지 않으니 강의를 중지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티처빌의 '우리가 알고 싶은 거침없는 우리 아이들의 성' 연수는 성교육전문기관인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2014년에 기획한 30시간짜리 수업이다. 강의에는 성소수자의 인권 등의 문제를 다룬 '성정체성과 성소수자의 이해' 단원이 포함돼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1일 일선 학교 성교육담당교사를 대상으로 해당 강의를 들을 신청자를 받아 강의료를 지원해주는 형태로 직무연수를 실시한다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소식이 알려지자 성소수자에 반대하는 학부모와 시민·종교단체들은 교육부, 서울시교육청, 티처빌에 "교사 연수 내용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온라인과 전화 등을 통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민원을 넣었다. 결국 시교육청은 강의 신청 마감이 끝나기도 전에 연수 지원을 철회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적극적으로 개입해 티처빌에 강의 폐지를 권고한 것으로 보인다. 강의를 제작한 업체 관계자는 "처음엔 교육부가 강의 내용을 성교육표준안에 맞춰 수정을 하라고 했다가 한발 더 나아가 강의 중지까지 요청했다"며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상태라 금전적 손해가 막심해 관련 소송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우리는 제기된 민원에 따라 티처빌에 '성교육표준안에 맞춰 강의 내용을 수정하라'고 한 것 뿐이지 중지를 요청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해명하며 든 성교육표준안도 수정 기준으로 들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성교육표준안은 그릇된 성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문제가 언론 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현재 수정 작업 중에 있다. 기존 성교육표준안은 "이성과 둘이 있을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지 않는다" 등 성폭력 사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듯한 문구로 논란이 됐다. "자극을 주는 옷차림을 피하라"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등의 성차별적 문장도 문제가 됐다.

교육부는 올 들어 예산을 투입하고 표준안 개선연구를 진행했지만 아직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여성단체 등 100여개 시만단체로 구성된 '교육부 국가수준의 학교성교육표준안 철회를 위한 연대회의'는 "교육부는 올해만해도 7697명을 대상으로 기존 성교육표준안에 대한 교사 직무연수를 강행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이미 운영 중인 성교육 연수에까지 개입하는 것은 교사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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