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민간소극장 살리려는데…예산 없앤 '서울시의회'

국내 첫 민간소극장 살리려는데…예산 없앤 '서울시의회'

남형도 기자
2016.12.21 05:40

지난해 폐관된 '삼일로 창고극장', 서울시가 내년부터 운영계획…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서 "임대료 비싸다"며 예산 전액 삭감

삼일로 창고극장 전경.
삼일로 창고극장 전경.

1975년 국내 최초의 민간소극장으로 설립돼 40년간 소극장 운동을 이끌다 지난해 10월 폐관됐던 '삼일로 창고극장'을 서울시가 되살리려 했지만 서울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시의회는 임대료가 비싸고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삼일로 창고극장이 문화예술적으로 갖는 역사성을 간과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0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5월부터 삼일로 창고극장을 '남산예술센터'의 분관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 예산 6억3500만원을 편성했지만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예산을 심의하면서 전액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5년 국내 최초로 민간이 설립한 삼일로 창고극장은 지난해 10월 28일 운영난을 이기지 못해 폐관됐다. 서울시 중구 저동 명동성당 사거리 언덕길에 위치한 100석 규모의 소극장은 국내 연극사에서 중요한 공간이었고, 유인촌·명계남·최종원 등 대표적인 연기자들이 이 무대를 거쳐갔다.

서울시는 삼일로 창고극장를 임대한 뒤 되살려 내년부터 운영에 나설 계획이었다. 서울시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삼일로 창고극장이 역사적 가치가 높아 내년부터 남산예술센터와 통합해 운영하려고 추진해왔다"며 "소극장 공연도 하고,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연습공간으로도 활용하려 예산 6억3500만원을 잡아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임위원회인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비싼 임대료와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를 전부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성희 문화체육관광위원장(새누리당, 강북2)은 "현장에도 다녀왔는데 보존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임대료도 월 330만원이었다고 하는데 건물주가 1500만원을 달라고 해 너무 비싸서 예산을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삼일로 창고극장을 소유한 건물주 A씨는 "월 임대료가 1500만원이 아닌 1402만원"이라며 "감정평가를 다 거쳐 결정된 금액"이라고 반발했다. A씨는 "한 서울시의원이 삼일로 창고극장에 와서 무슨 의미가 있냐, 다른데서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황당했다"며 "문화라는 것이 무형의 가치가 있는 것인데 자기들의 잣대로 비싸다고 하는 건 무책임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A씨는 서울시와 지난해 5월부터 협의를 지속하고 리모델링까지 해왔는데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단 것에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가족들이 부수고 건물을 올리자는 얘기까지 했었는데 아버지가 사업을 재기하려 노력했던 공간이라 살리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서울시와 협의해 온 것인데 갑자기 못한다고 하면 어디다 하소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일로 창고극장을 추억하는 시민들도 극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젊은 시절 극장을 종종 찾았다는 이모씨(60)는 "삼일로 창고극장은 소극장 연극의 산실이고 가서 봤었던 기억이 난다"며 "잘 보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가 삭감한 삼일로 창고극장 관련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조정을 거친 뒤 21일 열리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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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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