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공급률…'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중소서점?

박다해 기자
2016.07.19 07:15

[뉴스&팩트]문학동네 단행본 공급률↑ 중소서점 집단반발…"같은책 공급률 왜 달라"

출판사가 서점에 납품하는 도서가격을 정하는 ‘도서공급률’ 문제가 결국 터졌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최근 도매상에 ‘문학 포함 일반 단행본’ 공급률을 60%에서 63%로 인상키로 하면서다. 도매상으로부터 책을 받는 중소서점의 공급률은 기존 70%에서 73%로 오르게 된다. 문학동네 측 결정에 중소서점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반발, 문학동네 책을 매대에서 빼는 등 출판사와 중소서점 간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일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인터파크 등 온라인·대형서점 대표,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등 관계자가 모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사적인 계약문제를)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도 “일단 각자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취지다. 듣다 보면 서로 ‘윈-윈’할 방안을 찾고 정부도 현실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이라 절충안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도서 공급률은 무엇이고 공급률을 둘러싼 갈등이 왜 발생하는지, 또 어떤 대책이 있는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 공급률 인상 왜

=올 것이 왔다. 2014년 말 개정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면서 책 판매량이 줄 것이 예견됐고, 출판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공급가는 그대로인데 할인폭이 줄어 소매가는 높아진 셈이니 책 판매는 줄게 당연한 결과라는 전망이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책 판매규모는 전년 대비 2810억 원(-4.8%) 정도 감소했다. 판매량이 그나마 안정적인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 타격이 적다.

▶ 공급률 인상 대형·온라인 서점부터 하면 안 되나

=문학동네는 그럴 이유가 없다. 출판계로서는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과 ‘애증 관계’다. 지금 수준의 공급률로는 ‘남 좋은 일’만 하게 생겼다. 하지만 대형 매장을 가진 데다 책 판매에 직결되는 진열 등의 권한이 서점 손에 있으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공급률에 손을 대는 순간 중소서점이 먼저 타격을 입을 것도 알지만 그렇다고 큰 손을 직접 혹은 그들만 먼저 건드릴 수 없다. 공급률 인상의 당위성을 우선 강조한 뒤 ‘일괄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다.

▶ 중소서점 반발은 당연한 건가

=그렇다. 죽어나는 것은 협상력 없는 중소서점이다. 연간 판매량이 적은 동네 서점은 출판사와 직거래하기 어렵다. 이들은 보통 중간 유통 도매상을 통해 책을 공급 받는다.

출판사가 처음 공급하는 책 공급률은 통상적으로 도매상이 60%, 대형·온라인 서점이 65% 정도다. 이 세 곳은 1만원 짜리 책을 6000~6500원에 받아 3500~4000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 (할인 등 마케팅비 제외) 이에 비해 중소서점은 도매상으로부터 7000원에 공급받는다. 도매상도 이익을 남겨야 하니 10% 이윤을 붙인 것이다. 결국 중소서점은 같은 책을 팔아도 3000원의 이익만 남기는 거다.

공급률은 5% 차이지만, 대형서점은 마케팅·광고·매대 진열 여부나 대량 구매 등을 이유로 공급률을 더 낮출 수 있는 협상력을 갖고 있다.

중소서점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보호받는 게 아니라, 더 비싸게 물건을 공급받는 모양이다. 체격도 작은데 출발선은 더 뒤다. 흔히 기업 간 거래에서 ‘볼륨 할인’(많이 살 때 받는 할인)을 정부가 규제할 수 없으니 그야말로 자본주의 시장 경쟁 모습 그 자체다.

▶ 중소서점이 제시하는 대안, 문학동네는 수용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낮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유통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위 측은 “(문학동네는) 작은 서점이 거래하는 도매상은 두고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부터 공급률을 올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도매상 공급률은 그냥 두고 대형서점 공급률만 올리면 대형서점은 출판사가 아닌 도매상에서 책을 구매하면 되니 문학동네로선 그럴 이유가 없다.

대책위는 “도매상과 계약할 때 ‘온라인·대형서점에는 책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계약조건을 넣으면 된다”고 반박하지만, 대형 서점 눈치를 보는 문학동네는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중소서점 대표는 “소매서점의 이윤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려면 공급률이 67~68%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소서점의 경우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전에도 할인 폭이 크지 않았던 상황에서 시행 이후 서점의 이익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형 서점 및 온라인 서점은 공급률 인상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문학동네 측과 계속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형·온라인 서점의 경우 책을 매대에 진열하거나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띄울 수 있는 ‘힘’이 있어 중소서점보다 협상력이 크다. 수천, 수만 권의 책 가운데 ‘눈에 띄는’ 책의 위치는 곧 판매량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 해결 방법 없나

=‘동일조건-동일부수-동일공급률’을 원칙을 우선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출판관계자는 “현 도서정가제의 취지를 살리면서 공급률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서점을 가리지 않고 같은 조건으로 같은 부수를 구매할 때 같은 공급률을 적용하는 원칙부터 세우자”고 강조했다.

대형·온라인서점도 소비자에게 직접 책을 파는 '소매서점'이다. 중소서점과 똑같은 소매서점인데도 불균등한 출발선을 통일하자는 말이다. 중간 도매상 공급률을 낮추든지 대형 및 온라인 서점 공급률을 높여야 한다.

‘표준 공급률’ 얘기도 나온다. 1년에 10부를 파는 서점과 1000부를 파는 서점에 같은 조건을 적용하기 어려우니 구간별 ‘표준 공급률’ 범위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대형·온라인·중소형 서점들이 모두 도매상에서 책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역, 동네의 중소서점이 출판사 문학동네의 공급률 인상 통보에 집단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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