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로 꽁꽁?' 예술의 '정치 독립'을 소망하다

구유나 기자
2017.09.19 16:34

[기자수첩]

"정치가 문화예술의 영역을 침범하면 안 됩니다. 저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올해 전시나 행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 작가 및 관계자들에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기다렸다는 듯 매번 같은 맥락의 답변이 돌아왔다. 당위적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 한 켠은 답답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국내 예술계는 대내외 정치 상황에 크게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중 문화교류 대부분은 한국의 일방적인 '러브콜'이다. 중국의 서예 거장 치바이스의 국내 첫 대규모 전시 '목장(木匠)에서 거장(巨匠)까지'부터 중국의 80년대생 '바링허우 세대'를 대표하는 신진 화가 쑨 쉰의 첫 개인전까지 라인업도 화려하다.

반면 한국 작가들의 중국 전시는 여전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올해만 해도 국공립 미술관 전시부터 민간 단체 차원의 계약까지 수십 건에 달하는 행사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올 7월 중국 전시를 위한 모든 준비를 끝내고 국내 작가의 작품을 중국으로 운송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중국 측이 한국 화물 자체를 반송해 전시가 무산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 미술 작가는 "국내 미술 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아 작가로선 해외 전시를 목표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중국을 바라보던 작가들은 동남아 등 차세대 시장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냉랭해지는 민심이다. 인터넷 여론 중에는 '한국 작가들은 중국에 가지도 못하는데 중국 전시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의견도 보인다. 하지만 예술은 차별이나 보복이 아닌 우호와 상호이해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지난달에는 김정숙 여사가 이례적으로 '치바이스' 전시를 관람하며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 내외와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한중 수교 25주년이 냉랭한 분위기 속에 지나가고 있지만 올 초와 달리 고상우 작가, 국립전주박물관 등으로부터 반가운 소식도 간간이 들려온다. 중국과의 교류를 위해 저자세를 취할 필요는 없다. 다만 좋은 문화는 즐기고,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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