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수공통감염병의 '에피센터'(epicenter, 진원지)'가 됐다는데 주목해야 합니다."
송창선 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장(건국대 수의학과 교수)은 갈수록 자주, 광범위하게 유행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을 빠르게 인지할 감시 전략을 묻는 질문에 우선 '중국'을 언급했다. 빠르고 효과적 감시를 위해 먼저 문제가 어디서 가장 심각하게 자주 발생하는지부터 추려야 한다는 것.
송 회장은 동물과 사람 사이에서 같은 병원체에 의해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의 대가로 꼽힌다. 건국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 대학원에서 조류질병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연구관을 거쳤다.
30년 이상 인수공통감염병, 그중에서도 닭 코로나를 중점적으로 연구한 송 회장에게 세기가 바뀐 2000년은 특별한 시점이었다고 한다. 송 교수는 "조류코로나의 첫 팬데믹은 유럽에서 발생했지만 이후 발생한 것들은 2000년 전에는 어디서 온지를 몰랐다"며 "그런데 2000년부터 연구결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 것이 중국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배경은 중국의 경제 급성장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송 회장은 "2000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했고, 식도락을 좋아하는 중국 문화 특성을 타고 돼지, 닭, 오리 사육이 크게 늘었으며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파는 전통시장 규모도 커졌다"며 "동물 사이에서 돌던 바이러스가 사람을 타고 보다 빈번히 넘어올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야생동물 바이러스를 수집하던 송 교수도 처음에는 중국에서 바이러스 정보를 받으려 했다. 하지만 공유는 쉽지 않았다. 송 회장은 "전 세계 야생동물에서 문제가 되는 바이러스를 수집하는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중국은 바이러스를 달라고 하면 주지 않았다"며 "플랜B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가 세운 전략은 '중국 포위작전'이었다. 송 회장은 "(중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지리적으로 먼저 퍼지는)몽골과 베트남,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중국을 둘러싼 국가로 가게 됐다"며 "이들 국가와 연계해 자료수집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뚝 떨어져 있는 이집트도 이 같은 포위망 중 하나다. 송 회장은 "돼지를 안먹는 대신 닭을 많이 먹는 중동 지역 특성 상 중국에서 발원한 조류바이러스는 중동으로 넘어간다"며 "하지만 중동 국가 상당수가 정치, 군사적 이유로 접근이 어려워 중동과 접한 첫 번째 국가인 이집트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을 더듬어 중심부의 감염병 양상을 그려나가는 이 작업은 현지 후학 양성으로도 이어진다. 이미 몽골에는 송 회장이 데려와 가르친 몽골 학생이 교수가 돼 다시 현지로 나가 바이러스를 수집하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송 교수는 "이집트 학생도 현재 (건국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고, 본국으로 돌아가면 교수를 하게 된다"며 "현지 인력이 현지에 뿌리내려 감염병 연구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코로나 외에도 소, 돼지, 닭 등을 감염시키는 파라믹소 바이러스와 이미 인류에 큰 피해를 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군 가운데서도 또 다른 변이를 거쳐 사람으로 건너와 위협적인 새 감염병이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송 교수는 "코로나, 인플루엔자, 파라믹소 세 가지가 돌아가며 인류를 괴롭힐 것"이라며 "현재 세 바이러스를 지목해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인수공통감염병을 따로 연구하는 사례는 드문것이 현실"이라며 "국가 지원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수의과 졸업생들 절대 다수가 임상으로 빠진다"고 덧붙였다. 수의과학자가 되는 대신 벌이가 좋은 수의사가 된다는 것. 이는 의료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의대 졸업생 중 절대 다수가 의학을 기반으로 과학연구를 하는 의과학자 대신 임상의의 길을 걷는다. 이 같은 풍토에서 인수공통감염병의 깊은 연구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학, 수의학 전공자 모두 과학 연구의 길을 택할 경우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매년 수백 명의 의과학자를 뽑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