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부터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까지 노동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개혁안마다 노사 모두의 불만이 표출되면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각 사안마다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지만 속도전에만 치중하다 보니 사회적 숙의를 통한 의사결정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공론의 장'인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6개월 동안 △노란봉투법 △노동안전 종합대책 △산재보험·고용보험 확대 △실노동시간 단축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 등 여러 노동개혁 과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중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이하 기본법)은 김 장관이 임기 중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을 만큼 주요 개혁 과제로 꼽힌다. 현재 국회에서 입법 논의 중인 이 법안은 플랫폼 노동자 등 근로기준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870만 권리 밖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다.
기본법은 경제·사회적 변화와 상관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규범적 선언의 성격을 갖는다. 이와 함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노동자 추정 제도'도 도입한다. 플랫폼 노동자 등을 근로자로 추정하도록 법에 명시해 분쟁 발생시 근로자성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것이다.
프리랜서의 근로자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이 추진되면서 경영계에서는 사업주 부담이 커질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영세 사업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 사업장을 중심으로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달 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들도 각종 수당과 퇴직금을 요구해 올 수 있다는 이유다.
노동계는 입법 내용이 노동자 권리 보호에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불만이다. 별도의 법을 제정할 게 아니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기본법 제정을 위해 지난해부터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한 타운홀미팅과 직종별 토론회 등 현장 의견수렴을 거쳤지만 당사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다른 노동개혁 과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란봉투법의 경우 제대로 된 숙의 과정 없이 새 정부 출범 이후 3개월 만인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법 개정 이후 시행까지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하위법령 정비를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지금도 노사 양측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노란봉투법은 오는 3월10일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주요 쟁점에서는 양측의 입장차가 여전하다. 하청 노조가 원청 사용자를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범위, 교섭단위 분리 기준 등 각 사안마다 노사 모두 불만인 상황이다.
실노동시간 단축, 사회보장보험의 확대, 정년연장 등도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한 편에서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 전반에 영향력이 큰 정책인 만큼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사노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사노위는 노사정을 아우르는 대표적 사회적 대화 기구다.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의제별위원회의 경우 지난해 6월까지 정년연장을 논의했던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논의가 없는 상태다.
차동욱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 4.5일제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대화의 목적은 제도 변화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형성하고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며 "제도의 기술적 설계보다 사회가 그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가 제도 정착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