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전력 잡고, 한국은 기업 밀어주고…대미 투자 1호 '원전' 주목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02.04 14:38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1, 2, 3, 4호기 모습. 2026.1.2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스1

한미 관세 협상에 의한 대미투자 프로젝트의 첫 사업으로 원전이 주목받고 있다. 투자 관련 양국 양해각서(MOU)에 명시된 상업적 합리성에 부합할 뿐더러 상호호혜적 관점에서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관세를 내세워 신속한 대미 투자를 압박하면서 첫 프로젝트의 가시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4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부와 외교부 등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과 관련해 미국측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지난달 30~31일 미국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난데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9일 미국을 방문해 무역대표부(USTR) 등 주요 관계자들과 접촉을 이어갔다.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도 3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한미동맹의 발전 방안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미국이 관세 재인상 움직임을 보이면서 정부가 미국 측과 긴밀한 접촉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관세협상 이후에도 대미투자가 늦어지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관세를 현재 15%에서 25%로 재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에서도 관세 인상 관련 관보 게재를 위한 절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대미투자를 위한 특별법 처리 상황에 대해 미국 측에 적극 설명하는 한편 대미투자가 실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투자 프로젝트 검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관보 게재로 관세 인상이 구체화하기 전에 투자 이행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지난달 30일 미국 방문 이후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관련 법이) 신속히 통과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 전에라도 정부가 어떤 프로젝트를 논의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첫 프로젝트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원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은 국내 기업들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미국이 가장 원하는 사업으로도 꼽힌다.

미국은 인공지능(AI) 패권 확보를 위해 지난해 5월 원전 확대를 핵심 에너지 전략으로 규정했다. 대규모 전기를 소모하는 AI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선 원전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에 미국은 현재 약 100GW(기가와트) 수준인 워전 발전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확대하고, 신규 원전 10기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미국의 원전 생태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자체적 노력만으로 원전 확대가 어렵다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와 같은 기업이 원전 관련 원천기술을 갖고 있지만 주요 부품을 실제 제작하고 시공·운영할 수 있는 미국 기업은 없다.

반면 한국은 수십년의 원전 건설과 운영 노하우를 갖추고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노형, 터빈 등 주요 기자재에 대한 원천기술도 확보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국 원전산업의 '온 타임, 온 버짓'(정해진 시간·예산 내 완료)은 높은 경쟁력으로 통한다.

원전은 대미투자 원칙으로 규정한 상업적 합리성에도 부합한다. 한미 양국이 합의한 전략적 투자에 관한 MOU에 따르면 대미투자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적용한다. 상업적 합리성이란 충분한 투자금 회수가 보장되는 투자를 의미한다.

원전은 경제성이 높고 미국 내 전력 수요도 충분해 투자금 회수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우리 정부가 투자한 자금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원전기업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사업으로도 평가된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원전은 유력한 투자 프로젝트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과의 만남 이후 "민간 원자력, 핵추진 잠수함, 조선, 미국 핵심 산업 재건을 위한 한국의 투자 확대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 역시 지난 방미 일정 중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과 만나 에너지·자원 분야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상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신규원전은 국내 업체들이 컨택하며 긴밀한 협력을 논의 중"이라며 "미국과 진행되는 원전 프로젝트에서 더욱 많은 협업과 긴밀한 협업 프로젝트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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