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한번 없이 전교 1등 할 수 있었던 네 공부 방법, 궁금해.”
어릴 때부터 존재감이 없던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사실을 알기라도 한 듯, 아이는 모두가 샛노란 유치원복을 입고 나선 소풍에서 유일하게 공주님 드레스를 입고 나섰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띌 법한 복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무리에서 낙오됐다. 결국 미아가 된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10대가 될 때까지 보육원에서 자랐다. 여전히 존재감이라곤 없는 아이를 챙겨주는 이는 없었기에 끼니를 굶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던 중 공부를 통해 처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아이는 자존감을 찾아갔다. 뒤늦게 친아버지를 찾게 되면서 상위 1%만이 다닌다는 서울 채화여고로 전학을 가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의문스러운 죽음과 함께, 학교 내 절대적인 존재로 군림하는 전교 1등이 아이에게 다가온다. 위와 같은 이유를 대며.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필연일까?
지난 10일 첫 공개된 STUDIO X+U 드라마 ‘선의의 경쟁’(극본 김태희 민예지, 연출 김태희)는 이렇게 시작된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상위 1% 엘리트들이 모인 채화여고로 전학 온 우슬기(정수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우슬기가 학교의 절대 권력자인 유제이(이혜리)와 묘한 관계를 형성한다. 동시에 수능 출제위원이었던 아버지의 의문사를 파헤치려는 과정에서 학원물 이상의 스릴러적 요소가 가미된다.
드라마는 원작이 우정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치열한 경쟁과 긴장감 있는 서사에 방점을 둔다. 특히 원작에서 비중이 낮았던 우슬기의 아버지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의료 사고 및 의문사라는 미스터리적 요소를 강화하면서 한층 입체적인 이야기로 발전시켰다.
웹툰이 드라마로 각색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캐릭터의 입체화다. 원작의 기본 설정을 유지하되, 각 인물에게 보다 복잡한 배경과 동기를 부여해 현실적인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먼저 원작에서 정신질환으로 인해 약을 복용하는 인물로 그려졌던 우슬기는 드라마에서 불우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부에 몰두하는 캐릭터로 변모했다. 여기에 성적 향상을 위해 각성제를 복용한다는 설정이 추가됐으며, 뒤늦게 찾은 친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려는 목표가 더해졌다. 감정의 결이 한층 깊어진 우슬기 캐릭터를 연기하는 정수빈은 미묘한 눈빛 변화와 섬세한 표정만으로도 인물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작품이 너무 하고 싶어서 열심히 오디션을 봤다”는 그의 말처럼, 작품에 대한 애정이 매 장면에서 묻어난다.
속내를 쉽게 알 수 없는 유제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혜리는 그동안 ‘응답하라 1988’, 영화 ‘빅토리’ 등에서 보여준 밝고 씩씩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차갑고 예민한 캐릭터 유제이를 만나 연기변신을 보여준다. “친해지고 싶다가도 무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라는 배우의 설명처럼, 유제이는 단순한 악역이 아닌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친절한 행동조차 진심인지 의심하게 만들며, 동성 간의 욕조 키스 장면을 통해 감정의 복합성을 극대화하는 등, 이혜리는 색다른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우슬기와 유제이뿐만 아니라, 주예리와 최경 캐릭터 역시 각색을 거쳐 새로운 개성을 부여받았다. 드라마 ‘소년시대’를 통해 연기자로 자리매김한 그룹 아이즈원 출신 배우 강혜원과 독립영화 ‘김희선’ ‘지옥 만세’ 등에 출연한 오우리가 각각 주예리와 최경을 연기한다. 원작에서 친구들에게 콤플렉스를 느끼던 주예리는 드라마에서 공부보다 명품에 집착하는 인물로 바뀌었으며, 좋은 성적을 강요하는 어머니로 인해 필사적으로 한국대 진학을 꿈꾸던 최경은 드라마에서 전형적인 모범생이지만 유제이를 향한 열등감을 숨기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선의의 경쟁’, 학교를 배경으로 한 사건들을 그리며 많은 사랑을 받아온 기존 하이틴 드라마들과 유사한 듯 보이지만, 표면적인 공통점 뒤에는 분명한 차별점으로 눈길을 끈다. 여고생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과 갈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피라미드 게임’을 떠올리게 하지만, 두 작품의 포인트는 다르다. ‘피라미드 게임’이 절대 권력을 가진 인물의 일방적인 지배와 그에 대한 도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선의의 경쟁’은 단순한 적대 관계를 넘어선 유제이와 우슬기의 미묘한 감정선이 두드러진다. 특히 유제이가 우슬기를 향해 설명할 수 없는 호기심을 보이며, 점차 더 큰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단순한 경쟁심을 넘어 애정으로까지 해석될 여지를 남기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또한 ‘하이쿠키’에서 등장했던 학생들의 약물 서사나, ‘청담국제고등학교’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학교 적응기 등 익숙한 설정이 녹아 있지만, ‘선의의 경쟁’은 여기에 주인공 아버지의 의문사, 의료 사고 은폐 등 인물들 사이의 복잡한 서사와 라이벌 의식 너머의 관계성을 더해 더욱 흥미로운 전개를 예고한다.
현재 7회까지 공개된 ‘선의의 경쟁’은 회당 짧은 러닝타임(30분 내외)에도 불구하고 한 회 한 회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원작 팬들에게는 새로운 해석과 깊이, 드라마로 처음 접한 시청자들에게는 원작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독자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